#WEEKLY TRACE
5%의 중력에 빨려든 10조 원, 유일한 역류는 코인
내용 요약중...
연준과 일본은행이 같은 주에 금리를 올리며 3년 만의 인상과 31년 만의 최고금리를 동시에 기록한 '동시 긴축 위크'였습니다. 미 10년물 5% 돌파와 브렌트유 107달러가 겹치자 주식·채권·AI가 한 방향으로 눌렸고, 외국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6거래일 동안 약 10조 원을 빼냈습니다. 유일한 역류는 SEC의 토큰화 주식 '혁신 면제' 발표에 MSTR +16.4%, COIN +11.7%로 반등한 코인 자산이었습니다.
WEEKLY TRACE
2026년 9월 19일 오후 2:31


지난 한 주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약 10조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9월 14일 코스피가 3.26% 급락한 날 SK하이닉스는 장중 7%대까지 밀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5.9% 폭락하며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죠. 8월 한 달간 한국 주식을 7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려세웠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U턴한 겁니다.
다만 이 매도는 한국 증시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같은 주에 미 연준은 3년 만에 금리를 올렸고, 이틀 뒤 일본은행은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25%로 끌어올렸습니다. 미 10년물 금리는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었고 브렌트유는 107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주식·채권·원유·AI가 한 방향으로 눌린 속에서 유일하게 코인만 역류했습니다. SEC가 토큰화 주식 거래에 5년짜리 '혁신 면제'를 열어주자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16.4%, 코인베이스(COIN)는 11.7% 급등했으니까요.
이번 주 돈이 어디서 빠져나와 어디로 흘렀는지, '5%의 중력'이라고 부르고 싶은 흐름을 따라 추적해봤습니다. 중력이 만들어진 자리, 그것이 AI와 한국 반도체를 어떻게 눌렀는지, 그리고 유일하게 열린 출구가 어디였는지의 순서입니다.
5%와 107달러가 겹친 자리, 분산이 무너졌다
9월 14일 월요일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를 터치했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었고, 다음 날인 15일에는 장중 5.04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닿았는데요. 30년물마저 5.4%에 근접했습니다. 유가가 끌어올린 인플레이션 기대와 국채 공급, AI 인프라 채권 발행이 한꺼번에 금리를 떠밀었고, 재무부는 장기채 바이백 상한 60억 달러를 걸고 나섰지만 첫 확대 집행이 51.9억 달러에 그치자 시장의 실망이 매도를 더했습니다.
같은 주 브렌트유는 107달러를 넘었습니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9월 1011일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기 때문인데요. 관로 길이 1,200km, 하루 400만 배럴, 전 세계 공급의 약 4%를 홍해로 우회시키는 사우디의 핵심 대체 수출 경로였습니다. 종점 얀부항의 재고가 57일치뿐이라는 추정과 완전 복구까지 5~6주가 걸린다는 관측이 겹치며, 주간 기준 브렌트유는 9% 안팎 급등해 7월 이후 처음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데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BMO 캐피털마켓 집계로 WTI와 미 10년물 금리의 1개월 롤링 상관계수는 0.96까지 올라갔는데요, 201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상관계수 0.96은 이번 주 시장에 분산 투자라는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신호입니다. 유가와 금리가 한 자산처럼 움직이자 돈은 유동성이 두터운 대형 출구부터 찾기 시작했고, 아시아에서 그 출구는 반도체 대형주였습니다.
9월 14일 코스피는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깊은 3.26% 낙폭을 기록했고, 외국인이 하루 3조 원이 넘는 물량을 판 자리를 개인 2조 9,000억 원이 받아냈습니다. 채권 시장에는 공매도 신호도 함께 잡히는데요. JP모건의 국채 고객 조사에서 현물 트레이더들이 숏 포지션을 쌓은 속도가 2025년 초 이후 가장 빨랐습니다. 저가 매수 대신 금리 상승에 베팅한 자금이 늘었다는 관찰이고, 무위험 금리가 5%를 넘으면 모든 위험자산이 그만큼의 압력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주의 흐름은 '5%의 중력'이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AI 브레이크에 반도체에서 빠져나간 10조 원
중력에 더해진 두 번째 충격은 AI에서 왔습니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가 9월 12일 "최첨단 모델의 능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장문을 냈고,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가 연달아 동의했죠.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재귀적 자기개선'과 실제 보안 침입 사고가 근거였고, 올트먼은 OpenAI의 연내 상장 계획까지 철회했습니다. 경쟁하던 AI 거물들이 성장 브레이크에 합의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9월 14~15일 글로벌 반도체가 즉각 반응했습니다. 엔비디아 -3.4%, 마이크론 -5.3%, 인텔 -5.6%, 브로드컴 -4.8%였는데요. 여기서 이상 거래량이 잡힙니다. 엔비디아의 9월 14일 거래량은 1억 3,200만 주로 직전 3거래일 평균인 9,200만 주보다 40% 이상 늘었습니다. 실적 하향은 없었고 반도체 컨센서스 이익은 오히려 3% 가까이 상승 중이었는데 가격부터 무너졌다는 건, 매도가 펀더멘털 조정이 아니라 포지션 정리였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이 흐름의 종점이었습니다. 9월 14일 SK하이닉스는 장중 7%대까지 밀려 6.4% 하락 마감했고 삼성전자도 4.1% 떨어졌는데요.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에서만 2조 원이 넘는 물량을 팔았고, 거래소 집계로 6거래일에 걸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약 10조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개인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타 법인이 이 물량을 받아냈고,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은 한 달 새 270조 원 증발했습니다.
다만 매도의 결이 균일하지는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 ETF(IGV)는 5% 오르고 반도체 ETF(SOXX)는 6% 떨어져 격차가 10.67%포인트, 역대 최대를 기록했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13.9%, 팔로알토 +13.1%처럼 AI 보안주는 오히려 급등했습니다. AI 브레이크 논란은 이익이 아니라 멀티플을 때리는 이벤트였고, 돈은 AI 밸류체인을 떠난 게 아니라 '속도'에서 '안전'으로 무게만 옮겼습니다. 한국 반도체는 그 회전 과정에서 가장 먼저 팔리는 고베타 출구였습니다.
같은 주에 딴 브레이크, 인상에도 약세인 엔화
9월 16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 올려 3.75~4.00%로 만장일치 결정했습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만의 인상이었죠.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달아붙였던 '공급 충격' 문구를 삭제하고, 점도표 연말 중간값은 3.8%에서 4.1%로, 장기 중립금리 추정치는 3.1%에서 3.2%로 올렸는데요. 위원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을 점찍었습니다.
시장은 성명서 직후 안도 랠리를 만들었지만, 케빈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현재 금융 여건은 제약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못 박는 순간 방향이 뒤집혔습니다. 다우 -1.21%, 미 10년물은 다시 5%를 회복했고 달러 인덱스는 100을 넘었습니다.
이틀 뒤인 9월 18일 일본은행이 25bp 인상으로 정책금리를 1.25%로 올렸습니다.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이고, 6월 인상과의 간격이 1990년 이후 가장 짧았죠.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정책 국면이 변화했다"고 선언했지만 표결은 7 대 2였는데요. 다카이치 정부가 임명한 재인플레이션파 위원 두 명이 반대표를 던진 겁니다. 시장의 반응은 역설적이었습니다. 인상했는데 엔화는 오히려 1%가량 약세하며 157엔대 후반으로 밀렸고, 닛케이는 1.4% 올랐습니다.
연준과 일본은행의 동시 인상은 협조가 아니라 공진입니다. 두 중앙은행이 같은 유가 충격에 같은 처방으로 반응했고, 시장은 금리 수준이 아니라 미·일 금리 '차이'를 보고 엔화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인상이 통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긴축의 흡입력이 환율을 타고 신흥국으로 그대로 전달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일본은행 발표일 1,382원까지 뛰었고, 외국인은 하루 전 코스피에서 2조 6,00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연준·일본은행·유럽중앙은행이 같은 달에 금리를 올린 첫 사례라는 점까지 더하면 이번 주는 '동시 긴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다.
일본이라는 거대 채권 매수 주체의 변화도 5%의 중력에 연료를 공급합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약 2조 5,000억 달러의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8월에는 해외 채권을 약 3조 엔 순매도하며 2022년 이후 최대 매도세를 냈죠. 금리 1.25% 시대가 오면 이 돈이 국내로 돌아올 유인이 커지는 데다 재무상이 국부펀드(GPIF)의 국내 자산 비중 확대까지 공공연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일본의 증분 구매력이 빠지는 것은 장기금리, 곧 5%의 중력을 키우는 구조적 연료입니다.
의회가 닫은 문, SEC가 연 창문
코인 시장은 이번 주 두 번 방향을 바꿨습니다. 9월 15일 미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 법안이 절차 표결에서 49 대 50으로 부결되자, 비트코인은 5.3% 떨어진 74,910달러까지 밀렸고 이더리움은 8% 넘게 급락했는데요. 24시간 동안 7억 7,000만 달러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표결 직전 마지막 한 시간에만 3억 달러어치 롱이 쓸려 나갔습니다. 코인베이스 -10%, 서클 -13%, 마이크로스트래티지 -8%로 관련주까지 동반 급락했죠.
48시간 뒤 흐름이 뒤집혔습니다. SEC가 9월 17일(현지시간)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허용하는 5년짜리 '혁신 면제'를 발표한 겁니다. 허가형 자동 마켓메이커 유동성 풀을 통한 토큰화 증권 거래소(TSV)를 정식 인정했고, 배당·의결권을 갖춘 실물 청구권 토큰만 허용하며 합성 토큰은 제외했는데요. CFTC도 같은 날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에 대한 무조치 서한을 확대했고, 폴 앳킨스 의장은 "입법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장중 8만 달러를 재돌파하며 일일 저점 대비 6.7% 상승했고, 코인베이스는 11.7%,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16.4% 급등했으며 채굴주는 814% 올랐습니다. 수급은 이 급등이 일회성 투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데요. 9월 중순까지 순유출 흐름이던 현물 비트코인 ETF는 발표 직후 유입으로 반전했고, 온체인 저평가 지표인 MVRV-Z는 0.77의 저평가권에서 장기 보유자의 매집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비트코인(+6%)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16.4%)와 채굴주(+814%)가 크게 오른 점은 베타를 키우려는 자금이 들어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다만 10년물 5% 시대에 무위험 금리의 매력이 커진 만큼, 이 역류가 레버리지 자금의 지속적 확장으로 이어질지는 다음 주 ETF 유입 데이터가 확인해줘야 합니다. 긴축 위크에 코인이 급등한 건 위험 선호의 회복이 아니라 '규칙이 가장 명확해진 시장'으로의 회전입니다. 의회가 문을 닫자 SEC가 창문을 열었고, 5%의 중력이 막아선 출구 대신 새로 열린 출구로 돈이 몰린 겁니다. 이번 주의 유일한 역류를 '규제 수혜 역설'이라 부르고 싶은데, 역설이 성립하는 동안에는 고금리조차 이 시장의 순풍이 됩니다.
삼성전자는 팔고 SK하이닉스는 산 금요일
주말을 앞둔 9월 18일 흐름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타났습니다. 코스피는 2.66% 급등한 6,894.23으로 마감했는데요. 전날 미국에서 인텔 +7.7%, 슈퍼마이크로 +9.5% 등 반도체주가 나스닥을 6주 만에 최대 폭으로 끌어올린 데 힘입은 데다, 미 10년물 금리가 5.04% 고점에서 4.9%대로 물러나고 브렌트유가 103달러까지 3일 연속 내려앉은 것이 맞물렸습니다. 사우디 아람코가 송유관 우회 공사로 수일 내 송유량 절반 복구를 목표로 한다는 소식과 사우디의 후티 측 2주 휴전 제안이 유가를 끌어내렸죠. 이날 밤 미국은 명목 2조 달러어치 옵션이 만료되는 삼중 만기일이었는데, 엔비디아 거래량은 1억 8,800만 주로 전일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흥미로운 분기점을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6.42% 급등했고 외국인이 7거래일 만에 1조 3,210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는데요. 반면 삼성전자는 3.37% 올랐음에도 외국인이 4,630억 원을 더 팔아 여덟 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갔습니다. 같은 업종, 같은 날, 정반대 수급입니다. 금요일의 반등은 이탈의 반전이 아니라 재배치입니다. 외국인은 5%의 중력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중력 안에서 무게 중심만 'AI 메모리' 쪽으로 옮겼다는 관찰입니다.
변동성 지표도 이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VIX는 FOMC 당일 17.71까지 오르다 금요일 14.81로 무너졌지만, 채권 변동성 지표인 MOVE는 82 안팎의 높은 자리를 지켰는데요. 주식의 공포는 걷혔어도 금리 시장의 긴장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도 46을 찍은 뒤 43으로 내려왔을 뿐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향방은 두 조건이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송유관 복구가 계획대로 진행돼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내주고, 21~25일 이어지는 연준 위원들의 연설이 워시 의장만큼 매파적이지 않다면,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외국인 매수가 반도체 전체로 확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브렌트유가 108달러를 재테스트하고 '완화 제거' 발언이 반복된다면, 이번 주 빠져나간 10조 원은 6월 고점 대비 시가총액 40%가 증발한 SK하이닉스보다 더 깊은 곳을 찾을 겁니다. 시장이 매긴 10월 연준 인상 확률은 49.8%로 동결 확률과 반반이라, 다음 주 데이터 하나하나가 기울기의 방향을 정합니다.
이번 주 돈의 궤적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연준과 일본은행이 같은 주에 딴 브레이크가 만든 5%의 중력이 유가·AI·한국 반도체에서 10조 원을 빨아들였고, 의회가 문을 닫자 SEC가 열어준 코인 시장만 유일하게 역류했다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9월 24일 미·중 정상회담이 유가와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에 미칠 영향과, 9월 25일 발표되는 미국 8월 내구재 주문(컨센서스 -0.3%) 및 미시간대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잠정치 4.6%)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미 10년물의 5% 재돌파 여부와 브렌트유 100달러 선은 일일 마감 데이터로 꼼꼼히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이 두 숫자가 다음 주 외국인 수급의 방향을 정하는 좌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