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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순환 금융, 누가 진짜 돈을 내고 있을까
내용 요약중...
엔비디아가 7,500억 달러 이상의 AI 인프라 거래를 추진하며 자신이 보증한 기업이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순환 금융'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엔비디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역대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고, 오라클·알파벳 등 빅테크의 신용 지표도 동반 악화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공매도를 확대했고, 한국 코스피는 하루 10% 폭락했습니다.
기본기, 더 깊게
2026년 7월 29일 오전 9:22


지난 7월 말,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하는 장면을 보셨을 거예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14%, 13%나 무너졌고, 서킷브레이커의 일종인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죠. 미국 시장에서도 엔비디아(Nvidia) 주가가 5%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2,500억 달러(약 340조 원)가 증발했어요.
이상한 건 이 폭락의 도화선이 '좋은 소식'이었다는 거죠. 엔비디아가 총 7,500억 달러 이상의 AI 인프라 거래를 발표했는데, 시장은 이를 호재가 아니라 위험 신호로 읽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순환 금융이란, 돈이 제자리를 도는 구조
동네 식당 주인이 단골 손님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손님이 그 돈으로 다시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겉보기엔 매출이 늘어나지만, 실제로는 주인이 자기 돈을 돌려 쓰는 것과 같아요. 이게 바로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의 핵심이에요.
엔비디아의 구체적인 사례를 볼까요. 엔비디아가 아직 투자 등급을 받지 못한 OpenAI에 2,500억 달러의 금융 보증을 제공하면, 금융 기관들이 저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줘요. 이 자금은 소프트뱅크(SoftBank) 에너지가 개발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터 센터 건설에 투입되죠. 그리고 그 데이터 센터에 들어갈 GPU 구매 비용은 다시 엔비디아의 매출로 잡혀요.
결과적으로 엔비디아 보증으로 시작된 자금이 데이터 센터 건설과 OpenAI 임차를 거쳐 칩 구매로 이어지고, 결국 다시 엔비디아 매출로 돌아오는 폐쇄형 루프가 형성돼요. 엔비디아의 OpenAI에 대한 총 익스포저는 칩 구매 금융 3,500억 달러와 보증 2,500억 달러를 합쳐 최대 6,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어요. 이는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인 약 2,16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에요.
젠슨 황 CEO는 이런 순환 구조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어요. 엔비디아의 지원금이 기업들이 조달하는 전체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고, 투자가 산업 발전과 투자 수익을 동시에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죠.
신용 시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
시장의 불안은 주식이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어요. 엔비디아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하루 만에 14bp 상승하여 82bp를 기록했어요. 2025년 11월 거래 시작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었죠. 같은 날 엔비디아 주가는 5% 하락했고, 애플(Apple)이 시가총액 약 4.93조 달러로 다시 세계 1위를 탈환했어요.
이런 신용 불안은 엔비디아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오라클(Oracle)의 CDS는 203bp까지 치솟았고, S&P는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어요. 알파벳(Alphabet)은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메타(Meta)·아마존(Amazon)·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CDS 평균값은 약 49bp로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에요.
초거대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요. 2026년 들어 주요 AI 기업들이 발행한 투자 등급 채권 규모는 1,8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300%나 급증했어요. 미국 전체 기업채 발행량의 약 15%를 차지하죠. 상위 5개 빅테크 기업의 표외 의무액은 1.65조 달러에 달해, 4년 만에 8배나 늘었어요.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마니시 카브라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초거대 클라우드 사업자를 평가할 때 이제는 주당순이익(EPS)이 아니라 CDS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투입 비용이 현금 생성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거죠.
*CDS(Credit Default Swap): 채권의 부도 위험을 보험처럼 전가하는 파생상품. 스프레드가 넓어질수록 시장이 부도 위험을 높게 판단하고 있음을 뜻한다.
닷컴 버블의 그림자와 연쇄 리스크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빅 숏'으로 유명한 투자자죠. 그는 최근 엔비디아와 마이크론(Micron)에 대한 공매도를 확대하면서, 엔비디아의 수요가 최종 고객이 아닌 장부 외 금융 약정을 통한 순환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했어요. 국제결제은행(BIS)의 2026년 연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죠.
이런 우려가 처음은 아니에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Cisco)·노텔(Nortel)·루센트(Lucent) 같은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고객사에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자기 장비를 사게 만든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이 큰 문제가 됐어요. 버블이 꺼지자 고객사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시스코는 2001년 약 9억 달러의 대손상각을 단행했으며 노텔은 2009년 파산했어요.
지금과 2000년이 완전히 같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엔비디아·소프트뱅크·OpenAI가 하나의 신용 체인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한 고리만 끊어져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어요. OpenAI의 지출 약정액은 약 1.4조 달러에 달하지만 매출은 약 130억 달러 수준이에요. 소프트뱅크는 2027년 3월 만기인 400억 달러 규모의 브릿지 론(Bridge Loan)을 안고 있어서, OpenAI 상장이 지연되면 그 압박이 엔비디아 보증 체인으로 전이될 수 있어요.
반면 애플은 자본 지출을 줄이며 '경량 자산' 전략을 유지했어요. 2026년 들어 주가가 약 24% 상승하며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고, 시장이 애플의 효율적 접근을 더 신뢰한다는 신호예요. 앞으로 주목할 지표는 엔비디아 CDS가 100bp를 돌파하는지, OpenAI의 IPO가 성공하는지, SK하이닉스 등 HBM 공급망 수요 변동이 신용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예요.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이 검증되기 전까지, 순환 금융 구조의 지속 가능성은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남을 것 같아요. OpenAI의 상장이 이 연쇄 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해볼 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