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더 깊게
AI 투자 1.7조 달러, 본전은 언제 뽑을까
내용 요약중...
골드만삭스는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가 2026~2027년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자본지출을 약 1.73조 달러로 추산합니다. 연 15%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거두려면 2028~2030년 누적 1.42조 달러 매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죠. 현재 클라우드 백로그는 약 1.69조 달러로 이보다 많지만, 같은 시기 마이클 버리는 닷컴 버블을 넘어선 지출이라 경고했고 캔자스시티 연준은 '대마불사'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기본기, 더 깊게
2026년 9월 28일 오전 9:16


카페를 하나 연다고 생각해볼까요. 인테리어와 설비에 3억 원을 넣고, 매달 임대료와 인건비로 1,500만 원이 나간다고 해요. 그렇다면 커피 한 잔에 5,000원씩 받아서 하루에 몇 잔을 팔아야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이런 질문도 나옵니다. "3억 원을 그냥 은행에 넣어두면 연 4% 이자를 받을 텐데, 굳이 카페를 열어서 그보다 더 벌고 있는가?"
지금 미국 빅테크가 똑같은 질문 앞에 서 있어요. 2026~2027년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돈이 약 1.73조 달러(약 2,400조 원)로 추산되는데, 이 돈이 본전을 뽑으려면 매출이 얼마나 나와야 하는지 계산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본전 계산의 핵심, ROIC
본전 계산의 기준이 되는 지표가 ROIC(투하자본수익률, Return on Invested Capital)예요. 말 그대로 '투자한 자본으로 얼마를 벌어들이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이죠. 카페로 치면 3억 원을 넣고 1년에 얼마를 버는지를 따지는 것과 같아요.
ROIC는 투자한 자본 대비 세후 영업이익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자본을 많이 넣을수록 분모가 커지므로, 같은 이익이라도 ROIC는 낮아진다.
골드만삭스가 2026년 9월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계산을 AI 데이터센터에 적용했어요.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가 20262027년에 집행할 AI 컴퓨팅 자본지출 약 1.73조 달러에서 연 15%의 ROIC를 거두려면, 20282030년 사이 누적 약 1.42조 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숫자가 크니까 감이 잘 안 오죠. 단위로 쪼개보면 더 명확해요. AI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GW)를 짓는 데 초기 자본지출이 약 420억 달러 들어요.
이 중 70%는 서버·칩·네트워크 같은 컴퓨팅 영역에, 나머지 30%는 땅과 건물 같은 쉘(Shell) 인프라에 투입되죠. 이 1GW가 15% ROIC를 내려면 연평균 약 116억 달러의 매출을 벌어야 합니다.
여기서 변수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감가상각이죠. 두 부문 자산의 연간 감가상각비는 약 2,760억 달러로, 필요한 세전이익(EBIT) 약 1,640억 달러의 1.7배에 달해요.
골드만삭스는 GPU 수명을 5년으로 가정했는데, 엔비디아의 제품 교체 주기를 감안해 실제 수명이 3년으로 짧아지면 매출 문턱은 더 높아집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5년 쓸 줄 알았는데 3년마다 갈아야 하는 셈이죠.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ROIC 목표를 0~30%로 잡으면 필요한 누적 매출은 약 9,080억 달러에서 1.89조 달러까지 벌어져요. 수익률 0%, 즉 '본전만' 하려 해도 최소 9,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미 예약된 돈이 있다?
그렇다면 이 계산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걸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이미 '예약된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클라우드 백로그(Backlog, 미이행 계약 잔고)라는 지표가 있어요. 고객이 계약은 했지만 아직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아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금액이죠. 2026년 2분기 기준 AWS,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 3사의 합산 백로그는 약 1.69조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52% 늘었습니다.
앞서 계산한 1.42조 달러보다 오히려 많은 규모예요. 3대 클라우드 사업자만 떼어놓고 보면 20262027년 통합 자본지출 약 1.22조 달러에 대해 15% ROIC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20282030년 누적 매출은 약 1.00조 달러. 현재 백로그의 약 59% 수준에 불과하죠.
기업별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백로그의 40%, 아마존이 68%, 알파벳이 78% 수준이에요. 백로그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보수적 가정을 깔아도 수학적으로는 달성 가능한 숫자라는 뜻입니다.
경영진들의 코멘트도 참고할 만해요. 아마존은 서버·네트워크 장비의 손익분기점이 약 3년이고 이후 23년간 상당한 현금흐름이 나온다고 밝혔죠. 서버 내용연수가 56년이니 남는 기간이 꽤 길다는 계산입니다.
오라클은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안정 상태 ROIC가 20~30% 범위의 상단이라고 공개했고, 스페이스X는 AI 컴퓨팅 자본지출의 회수 기간이 약 1년 수준이라고 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분야 단위 경제성이 초기 클라우드 도입 단계보다 우수하다고 보고 있죠.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사업 연간 환산 매출(ARR)은 2026 회계연도 3분기 기준 3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3% 늘었고, 애저 매출은 연간 1,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생성형 AI 투자의 증분 ROIC를 25~50%로 더 높게 추산하기도 해요. GPU 임대 사업(IaaS) 약 31%, 자체 인프라 기반 모델 API 서비스 약 46% 같은 식으로 사업 모델별로 계산했죠. 두 기관 모두 현재의 가격 수준이 유지된다면 수학적으로 수익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경고등도 함께 켜졌다
하지만 낙관적인 계산만 있는 건 아니에요. 같은 시기 정반대 방향의 경고도 쏟아졌죠.
마이클 버리는 빅테크의 AI 지출이 닷컴 버블 시기를 넘어섰다고 경고했어요. S&P 500 기업의 순자본투자가 GDP의 2.07%까지 올라 2000년 3월 나스닥 정점 시기를 제외하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는 자산 상각(write-off)이 2028~2029년쯤 시작될 수 있다고 봤죠.
그가 특히 주목한 건 회계 처리예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연 70%씩 늘어나는데 영업현금흐름은 23% 증가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출과 현금 창출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부채로 조달하는 비중이 커진 것도 변수예요.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5대 빅테크의 장외 부채는 최근 3년 새 8배 늘어 2.8조 달러에 달합니다. 데이터센터 리스, 구매 약정,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한 자금 조달 등이 재무제표 밖에 쌓여 있는 거죠.
이런 구조는 특정 프로젝트가 틀어질 때 리스크가 증폭돼요. 오라클이 뉴멕시코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주피터'에 불가항력 조항을 통지했을 때 주가가 급락하고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캔자스시티 연준의 제프 슈미드 총재는 아예 다른 질문을 던졌어요. AI 생태계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거죠. 2008년 금융위기 때 은행들이 그랬던 것처럼, AI 관련 기업과 계약, 공급망이 서로 얽혀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할까
결국 이 논쟁은 몇 가지 숫자에서 갈릴 것으로 보여요.
우선 백로그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는지예요. 백로그에는 비클라우드 사업 약정도 포함돼 있고, 상당 부분이 소수 AI 랩에 집중돼 있어 이들의 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 고객 집중 리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감가상각 가정이 핵심 변수예요. 골드만삭스는 컴퓨팅 자산 내용연수를 5년, 쉘 자산을 15년으로 잡았는데 GPU 실제 수명이 이보다 짧아지면 매출 문턱이 올라가죠. 반대로 데이터센터 건물 수명이 30년 이상이라 서버 교체 주기를 5~6회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처럼, 쉘 자산의 내구성이 높아지면 부담이 줄어들 여지도 있어요.
자금 조달 구조도 봐야 합니다. 모건스탠리는 2025~2028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지출 2.9조 달러 중 하이퍼스케일러 자체 현금흐름으로 커버 가능한 금액이 1.4조 달러에 그치고, 나머지 1.5조 달러는 외부 조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어요.
알파벳이 2분기에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하고,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이 2026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지금은 현금을 태워 미래 매출을 사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1.7조 달러짜리 카페가 본전을 뽑을 수 있을지는 결국 커피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팔리느냐에 달려 있어요. 백로그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와 감가상각 가정이라는 두 숫자를 계속 지켜보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