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테크놀로지
바이두 쿤룬신:엔비디아 대신 사겠다는 텐센트의 선택
내용 요약중...
바이두의 AI 칩 자회사 쿤룬신이 500억 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홍콩 상장을 추진한다. 모회사 바이두의 시가총액(약 360억 달러)을 넘어서는 목표치다. 경쟁사 텐센트가 쿤룬신 칩을 구매하기로 한 것은 중국 빅테크가 폐쇄적 생태계에서 개방형 분업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쿤룬신 P800 칩은 엔비디아 H100의 약 80% 성능으로 평가되며, 2025년 약 35억 위안 매출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차이나 테크놀로지
2026년 7월 1일 오전 6:18


2026년 6월 29일, 홍콩 증시에서 바이두 주가가 7% 넘게 급등했다. AI 칩 자회사 쿤룬신이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인데, 목표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68조 원)다. 모회사 바이두의 시가총액 약 360억 달러를 40% 넘어서는 숫자다.
더 흥미로운 건 상장 조건이다. 쿤룬신은 IPO 로드쇼에서 주식 인수 희망자에게 인수 금액의 3~7배에 달하는 칩 구매 약정을 요구했다. 주주가 되려면 먼저 고객이 되어야 한다. 칩의 실수요를 강조하면서, 자칫 거품으로 비칠 수 있는 밸류에이션에 시장의 신뢰를 끌어모으는 전략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텐센트가 쿤룬신의 주요 고객사가 됐다. 바이두와 텐센트는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 온 라이벌이다. 과거 중국 빅테크는 인프라 수준에서 서로 교류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 텐센트가 바이두의 칩을 샀다.
오늘 주인공은 바이두의 AI 칩 자회사 쿤룬신(Kunlunxin)이다.
검색 회사가 칩까지 만든다고?
쿤룬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이두가 키운 AI 칩 설계 회사'다. 2011년 바이두 내부 부서에서 출발해 2021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바이두가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외부 고객을 상대로 칩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로 전환했다.
쿤룬신의 핵심은 바이두의 '풀스택 AI' 전략에서 가장 하단에 위치한 하드웨어 계층이다. 바이두는 칩(쿤룬) → 프레임워크(PaddlePaddle) → 모델(Ernie) → 클라우드(Baidu AI Cloud) → 애플리케이션(Apollo 자율주행)까지 전 계층을 자체 기술로 쌓아 올렸다. 이 구조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바이두에게 '기술적 자급자족'이라는 강력한 방어막을 제공한다.
2025년 쿤룬신의 매출은 약 35억 위안(약 5억 달러)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2025년 펀딩 당시 기업가치는 30억 달러 수준이었다. 1년 만에 목표 밸류가 16배 뛴 셈이다.
| 항목 | 내용 |
|---|---|
| 회사명 | 쿤룬신(Kunlunxin, 昆仑芯) |
| 설립일 | 2011년(바이두 내부 부서), 2021년 독립 법인 분사 |
| CEO | 바이두 지배 구조 하에 독립 경영 |
| 본사 | 베이징 |
| 상장 여부 |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 추진 중(2026년 Q3 목표) |
| 목표 기업가치 | 약 500억 달러(약 68조 원) |
| 2025년 매출 | 약 35억 위안(약 5억 달러), 손익분기점 달성 |
| 주요 특징 | 바이두 풀스택 AI의 하드웨어 계층, P800 칩으로 H100 대체 추진 |
2011년 사내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긴 달리기
쿤룬신의 역사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두가 검색 엔진의 추론(Inference) 워크로드를 가속하기 위해 사내 칩 설계 연구를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다. 2018년 1세대 칩 '쿤룬 1'이 삼성전자 14nm 공정에서 탄생했다. 약 260 TOPS의 연산력에 512GB/s의 메모리 대역폭을 갖췄다. 당시로서는 야심 찬 시도였지만, 엔비디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2021년은 분수령이었다. 2세대 '쿤룬 2'를 7nm 공정으로 내놓으면서, 바이두는 쿤룬을 독립 법인 '쿤룬신'으로 분사했다. 분사 당시 기업가치는 20억 달러. 핵심 타깃을 학습(Training)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겼다. 아폴로 자율주행과 바이두 AI 클라우드 서비스가 주 고객이 됐다.
"바이두의 대형 모델 서사에서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가 가장 당혹스럽다."
바이두 창업자 로빈 리(이옌홍)가 2026년 5월 'Create 2026 바이두 AI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던진 한마디다. 바이두가 AI 모델 경쟁에서 밀렸다는 시장의 평가에 대한 반박이자, 동시에 자체 칩·클라우드·애플리케이션을 아우르는 풀스택 전략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발언이었다. 2026년 1분기 기준, 바이두 일반 사업 내 AI 신사업 비중이 52%를 넘어섰다. 교은국제(BOCOM International)는 2026년 하반기 수익성 전환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돌파의 결정적 순간은 2025년 4월이었다. 바이두는 3만 개의 P800 칩으로 구성된 클러스터에서 딥시크(DeepSeek)급 모델 학습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P800은 엔비디아 H100(2022년 출시)의 약 3분의 1 수준 연산력을 갖지만, 메모리 대역폭 최적화와 클러스터 확장성에 집중해 실제 워크로드에서 격차를 좁혔다. 외부 전문가 평가에 따르면 P800의 FP8 피크 성능은 H100의 약 80~85%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국산 칩이 과거 H100 대비 50% 미만이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2026년 4월, 딥시크 V4 프리뷰 모델이 출시됐을 때 쿤룬신은 화웨이 어센드(Ascend), 캠브리콘(Cambricon), 하이광(Hygon) 등 8개 중국산 칩 제조사와 함께 'Day 0 동시 적응'을 완료했다. 예전에는 엔비디아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다. 국산 칩과 국산 모델이 서로를 견인하는 '나선형 상승'이 시작됐다.
P800의 비밀: 메모리 대역폭에 건 승부수
쿤룬신 P800의 핵심 설계 철학은 단일 칩의 절대적 연산력보다 메모리 대역폭과 클러스터 확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병목은 연산력이 아니라 메모리에서 발생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추론 단계에서는 모델 파라미터를 메모리에서 읽어오는 시간이 실제 연산 시간을 초과하는 '메모리 월(Memory Wall)' 현상이 두드러진다.
P800은 HBM3 급 메모리를 탑재해 약 3.2TB/s의 대역폭을 확보했다. 이는 엔비디아 H100의 3.35TB/s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절대 연산력(FP8 피크 기준 H100의 약 80%)은 뒤지지만, 메모리 대역폭에서는 격차를 거의 없앴다. 추론 작업에서 토큰 생성 속도는 연산력보다 메모리 대역폭에 더 크게 좌우되므로, 실제 워크로드에서 P800은 H100 대비 약 75~80%의 추론 처리량을 구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측면에서는 더 명확한 우위가 있다. P800은 엔비디아 H100 대비 약 40~5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TDP(소비전력)도 450~500W 수준으로 H100의 700W보다 낮다. 전력 밀도가 낮으면 데이터센터 운영비용(OPEX)이 줄어든다. 성능이 조금 낮더라도 수량을 확보해 병렬 처리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중국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여전히 가장 큰 약점이다. 엔비디아의 CUDA는 15년에 걸쳐 수백만 명의 개발자 커뮤니티와 라이브러리를 축적한 요새다. 쿤룬신은 자체 SDK(Kunlun SDK)로 PyTorch·TensorFlow와의 호환성을 높이고 있으며, CUDA 환경에서의 마이그레이션 호환성 성공률을 약 85%까지 끌어올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의 지원과 라이브러리 최적화 수준은 여전히 CUDA에 크게 뒤진다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쿤룬신의 진짜 무기는 하드웨어 단독 성능이 아니라 바이두 생태계와의 수직 통합에 있다. 쿤룬 칩 위에서 Ernie 모델이 돌아가고, PaddlePaddle 프레임워크가 칩에 최적화돼 있으며, 바이두 AI 클라우드 고객은 이 전체 스택을 패키지로 사용한다. 모델과 칩을 동시에 제어하면 범용 GPU가 달성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협업 최적화가 가능하다. 구글 TPU와 제미나이의 관계, 아마존 Trainium과 베드록의 관계와 같은 원리다.
| 비교 항목 | 쿤룬신 P800 | 엔비디아 H100 | 화웨이 어센드 910C |
|---|---|---|---|
| 연산력(FP8 피크) | H100의 약 80~85% | 기준점(1,979 TFLOPS) | H100의 약 70% 수준 |
| 메모리 대역폭 | 약 3.2TB/s(HBM3) | 3.35TB/s(HBM3) | 약 3.0TB/s 수준 |
| 소비전력(TDP) | 450~500W | 700W | 약 600W |
| 가격 수준 | H100 대비 40~50% 저렴 | 기준점 | H100 대비 30~40% 저렴 |
| 소프트웨어 생태계 | Kunlun SDK(CUDA 호환 약 85%) | CUDA(15년 생태계) | CANN(화웨이 자체 스택) |
| 주요 고객 | 바이두, 텐센트, 중국이동, 지리자동차 | 글로벌 빅테크 전체 | 정부·국영기업 중심 |
| 공정 노드 | 5nm급(혼합/국산) | TSMC 4N | 7nm급(SMIC) |
엔비디아 vs 중국 국산 칩, 전황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2026년 중국 AI 서버 칩 시장에서 국산 업체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IDC와 중국반도체산업협회의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AI 칩 시장 점유율은 52.3%를 기록했다. 2022년 10% 미만에서 4년 만에 5배로 뛰었다. 엔비디아의 중국 내 점유율은 최대 95%에서 42.7%로 추락했다.
화웨이가 37%로 1위, 쿤룬신과 캠브리콘, 하이광 등이 그 뒤를 잇는 구도다. TrendForce는 2026년 외산(엔비디아·AMD 포함) 점유율이 21%로 하락하고, 국산 칩 제조사가 56%, 인터넷 기업 자체 ASIC이 2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합치면 국산 계열이 79%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수치를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모건스탠리는 '시장 점유율'과 '연산 역량'을 구분해 분석한다. 시장 점유율(약 48%)은 급등했지만, 실제 AI 모델 학습에 투입되는 총 연산량 중 국산 칩이 담당하는 비율은 약 32%에 불과하다. 초거대 모델의 핵심 학습 단계에서는 여전히 성능이 검증된 외산 칩의 잔존 물량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양적 자급'은 달성했지만 '질적 자급'은 과도기라는 진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압도적이다. 2026년 전 세계 AI 서버 출하량은 전년 대비 2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엔비디아는 약 64%의 글로벌 점유율을 유지한다. 중국 국산 칩 제조사 전체를 합쳐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약 20% 수준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자급화와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은 다른 문제다.
| 구분 | 2023년 | 2025년 | 2026년 상반기 |
|---|---|---|---|
| 중국 내 국산 칩 점유율 | ~10% | ~41% | 52.3% |
| 엔비디아 중국 내 점유율 | ~85% | ~55% | 42.7% |
| 외산 전체(엔비디아+AMD) 점유율 | ~90% | ~34% | ~21%(TrendForce 전망) |
| 국산 칩+자체 ASIC 합산 | ~10% | ~66% | ~79% |
| 글로벌 시장 엔비디아 점유율 | ~80% | ~70% | ~64% |
한국이 새겨야 할 교훈: 칩 없는 클라우드는 없다
첫째, AI 인프라 자립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4년 만에 국산 AI 칩 점유율을 10%에서 52%로 끌어올렸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중국의 AI 칩 자급률이 8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현재 AI 칩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네이버가 자체 NPU(Neural Processing Unit) 개발에 나서고, 리벨리온·사피온 등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추론용 칩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이 '규제의 역설'로 불리는 현상—제재가 오히려 자력 개발을 가속하는 효과—을 이미 증명해 보인 만큼, 한국도 AI 칩 자립의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둘째, 칩과 클라우드의 수직 통합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쿤룬신이 바이두 생태계 안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칩·모델·클라우드가 함께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HyperCLOVA X 모델에 특화된 NPU를 개발해 추론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카카오도 자체 NPU 도입을 통해 토큰당 추론 비용을 60% 줄였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GPUaaS(GPU as a Service) 사업으로 AI 인프라 유틸리티화를 추진 중이고, KT cloud는 국산 NPU 기반 추론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셋째, '디커플링'이 새로운 생태계 전략이다. 중국 빅테크가 폐쇄적 생태계에서 벗어나 개방과 분업으로 전환하는 흐름은 주목할 만하다. 텐센트가 바이두의 칩을 사고, 바이트댄스가 일루비타 코어엑스(Iluvatar CoreX)의 칩을 검토한다. 경쟁사의 하드웨어를 채택하는 성숙한 분업 체계로 진입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카카오·SKT·KT가 각자의 AI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대신, 국산 AI 칩을 공동으로 검증하고 활용하는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 단일 기업의 폐쇄적 루프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중국 빅테크가 먼저 인정했다.
쿤룬신의 홍콩 상장은 2026년 3분기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차세대 칩 R&D와 첨단 패키징 시설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쿤룬신의 다음 도약은 HBM4 메모리를 탑재한 차세대 칩(P900으로 예상)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성숙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바이두가 AI 모델 경쟁에서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칩·클라우드 인프라에서는 앞서나가는 역설—그 역설의 가치를 홍콩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봐야 한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건 쿤룬신의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칩과 클라우드를 동시에 쥐고 흔드는 풀스택 플레이어의 등장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