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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기계가 현금을 태운다

내용 요약중...

2026년 7월, 알파벳이 상장 2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59억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24% 늘었지만 자본지출이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한 결과다. 100년 만기 채권이 액면가 90% 아래로 떨어지고, 5대 빅테크의 숨은 부채는 1조 6,500억 달러에 달한다. AI가 만든 현금이 다시 AI 인프라에 흡수되는 음의 잉여현금흐름 구조는 1873년 철도광풍과 2000년 닷컴버블의 패턴과 닮았고, 한국 메모리 업체는 수요 확대와 고객사 재무 악화 사이에 서 있다.

시대의 구조

2026년 7월 24일 오전 6:29

돈을 버는 기계가 현금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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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2일, 알파벳이 상장 2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9억 달러. 2분기 매출은 1,198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82% 폭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30% 늘었습니다. 그런데 현금은 줄었다.

사실 이 역설은 단순합니다. 알파벳이 벌어들인 영업현금흐름 391억 달러보다 자본지출 449억 달러가 더 많았기 때문이죠. 회사가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AI 인프라에 쏟아부은 셈입니다. 연간 자본지출 전망치도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상향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주목한 것은 매출이 아니었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는 6% 하락했다. 같은 날, 알파벳이 2026년 2월에 발행한 100년 만기 채권(2126년 상환)이 처음으로 액면가 9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 중 하나가 현금을 태우기 시작한 날, 100년을 내다보겠다고 발행한 채권이 5개월 만에 균열이 갔다.

아슈케나지의 유보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ROI가 매력적이라면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 수주 잔고가 5,14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5,140억 달러는 알파벳이 앞으로 24개월 안에 매출로 인식할 수 있는 확정 계약 액수입니다.

그런데 아슈케나지의 발언에는 한 가지 유보가 숨어 있다. "ROI가 매력적이라면"이라는 조건문입니다. 현재의 ROI가 매력적인지, 아니면 매력적일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2분기 알파벳의 자본지출은 클라우드 매출의 약 1.8배에 달합니다. AI로 1달러를 벌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약 2달러를 투입하고 있는 구조죠.

워런 버핏은 2026년 중 알파벳에 약 43조 원을 투자하면서 "A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버핏의 투자 시점은 알파벳의 FCF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직전이었다. 가치 투자의 대가가 현금을 태우는 기업에 베팅한 것은, 아슈케나지의 유보와 같은 믿음에 기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문제는 그 믿음이 언제까지 유효한가 하는 점이죠.

음의 잉여현금흐름

이 상태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음의 잉여현금흐름'​​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기업이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만, 그 현금이 다시 자본지출이라는 형태로 같은 사업에 재흡수되는 구조입니다.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금이 생성되는 즉시 인프라에 흡수되는 순환 구조죠.

알파벳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테슬라도 같은 날 2년 만에 FCF 적자(-1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알파벳과 아마존의 2026년2027년 연간 FCF가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구글, 아마존, 메타가 2027년2028년에 동시에 마이너스 FCF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5대 빅테크의 2026년 합산 자본지출은 7,000억 달러를 넘어섭니다. 이 중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비중은 매출의 39~55%에 달한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통신사들이 매출의 큰 부분을 광케이블에 쏟아부었던 것과 구조가 닮았습니다. 그때는 '이익 없는 매출'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현금을 흡수하는 매출'이 문제인 셈입니다.

100년 채권의 균열

2026년 2월, 알파벳은 영국 시장에서 2126년 만기, 10억 파운드 규모의 100년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표면금리 6.125%. 발행 당시 10배 초과 청약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 열풍의 이정표로 평가받았죠.

5개월 뒤, 이 채권의 가격은 89.978펜스로 떨어졌습니다. 액면가 90% 선이 붕괴된 것입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139.8bp까지 확대됐다.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하락폭입니다.

왜 100년 채권이 5개월 만에 균열이 갈까. 두 가지 이유가 겹쳤습니다. 첫째, 100년 만기 채권은 금리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채권 가격이 약 15펜스 하락합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변하면서 영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것이 직격탄이었죠.

둘째,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알파벳의 FCF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100년 뒤에도 이 회사가 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AI 수익 창출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한 것은, 100년 채권 보유자에게는 향후 수십 년의 현금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미합니다.

1873년의 유령

1873년 5월 9일, 빈 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붕괴했습니다. '검은 금요일'입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미국의 제이 쿡 앤 컴퍼니 은행이 문을 닫았다. 철도 붐이 끝났습니다.

1870년대 철도광풍은 오늘날 AI 투자 붐과 구조적으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철도는 당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었고, 자본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없었습니다. 1868년에서 1873년 사이 미국에서 33,000마일의 철도가 부설됐다. 철도 건설에 투입된 자본은 미국 GNP의 약 2.5%에 달했습니다. 오늘날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자본지출이 미국 GDP의 약 2.1%인 것과 비슷한 비율이죠.

철도 회사들이 파산한 것은 철도가 무용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반대였습니다. 철도는 너무 유용해서 경쟁적으로 과잉 건설됐고,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을 앞지르면서, 미국 철도 마일리지의 약 5분의 1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닷컴버블 때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1998년에서 2002년 사이, 통신사와 광섬유 기업이 5년간 약 1,000억 달러를 광케이블 부설에 쏟아부었다. 버블이 꺼진 뒤, 전체 광케이블의 85~95%가 사용되지 않는 '다크 파이버'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광케이블이 훗날 인터넷 경제의 기반이 됐다. 철도도, 광케이블도, 결국은 경제를 변화시켰습니다. 다만 그 변화가 실현되기 전에, 투자자들은 먼저 소진됐죠.

보이지 않는 1조 6,500억 달러

알파벳의 FCF 마이너스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니케이 아시아의 조사에 따르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5개사의 AI 관련 '숨은 부채'는 최근 1조 6,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4년 만에 8배 증가한 수치이며, 이들이 공식적으로 보고한 장부상 부채 약 1조 3,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이 숨은 부채는 SPV(특수목적법인)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장기 임대 계약으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형성됩니다. 메타의 경우, 비장부 부채가 약 4,2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장부상 부채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죠. 구조적으로는 2001년 파산한 엔론이 부채를 숨기기 위해 SPV를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빅테크의 SPV 구조와 엔론의 부정은 본질이 다릅니다. 빅테크는 실물 자산인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합법적인 금융 구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부채가 'AI 수익이 예상대로 실현된다'는 전제 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전제가 흔들리면, 장부 밖의 부채가 한꺼번에 장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알파벳의 FCF 마이너스는 바로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국 메모리의 양날의 검

7월 22일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주가가 6% 빠지고 100년 채권이 액면가를 깬 같은 날, 코스피에서는 레버리지 ETF가 거래의 40%를 점유했습니다. 같은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알파벳의 AI 투자 확대 발표가 HBM과 DDR5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기대 때문이었죠.

이것이 한국 메모리 기업이 직면한 양날의 검입니다. 알파벳의 1,200조 원 규모 AI 투자 확대는 HBM과 DDR5 수요를 확인시켜주는 호재입니다. 동시에, 투자의 주체인 빅테크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고객사가 현금을 태우고 있다는 것은, 고객사가 미래에 얼마나 더 많은 메모리를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메모리 업체의 펀더멘털은 견조합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약 58%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HBM4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사의 FCF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시기에, 공급망의 상류에 있는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와 루슨트는 통신사의 막대한 주문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 직후 통신사들이 파산하면서, 장비 업체들은 재고 폭탄을 떠안았죠.

알파벳의 FCF 마이너스는 당장의 위기가 아닙니다. 5,140억 달러의 수주 잔고와 2,425억 달러의 현금 보유고가 있는 기업입니다. 100년 채권이 액면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해서 내일 파산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구조가 더 흥미롭습니다.

AI가 만들어낸 현금이 다시 AI 인프라에 흡수되는 순환 구조. 그 순환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1873년의 철도, 2000년의 광케이블, 그리고 2026년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기 전에 투자자가 먼저 소진되는 패턴은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습니다. 다만 그 인프라가 결국 경제를 변화시켰다는 점도, 역사가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가장 큰 부채는 재무제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AI 투자가 결국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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