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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EUV 없이 11.95나노, 메모리 3강 흔든 허페이의 반란
내용 요약중...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EUV 없이 DUV 4중 패터닝만으로 16nm급 D램 G5 플랫폼을 양산에 돌입했다. 24Gb LPDDR5X는 샤오미·화웨이 플래그십에 탑재됐고,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10%로 4위다. 상반기 매출 1,503억 위안(약 224억 달러). HBM 수율과 MATCH Act가 남은 숙제다.
차이나 테크놀로지
2026년 9월 22일 오후 2:40


2026년 9월 20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빈후국제컨벤션센터. 세계제조업대회 개막식 연단에 오른 뤄샤오둥 창신메모리(CXMT) 부사장이 잠시 청중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4중 노광 기술을 통해 회로 간격을 11.95나노미터까지 구현했습니다. 글로벌 양산 공정의 최첨단 수준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박수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한마디가 던진 파장은 컸다.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없이 11.95나노를 찍어냈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EUV는 13.5나노미터 파장의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장비다. 15나노 이하 D램을 양산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통념이었다. 미국은 2019년부터 이 장비의 대중 수출을 막았다. 2023년에는 한 단계 아래인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통제망에 넣었다.
CXMT는 그 빗장을 공정 기술로 비틀었다. 5세대 D램 플랫폼 'G5' 기반 24Gb LPDDR5X 두 종을 양산을 시작했고, 이 칩은 이미 샤오미와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갔다. 불과 10년 전 세워진 회사가 해낸 일이다.
오늘 주인공은 창신메모리다.
"10년 전엔 없던 회사였다"
2016년 5월, 허페이시가 주도해 세운 이 회사는 중국 유일의 D램 제조사다. 스마트폰·PC·서버에 들어가는 D램을 설계부터 웨이퍼 생산, 판매까지 직접 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 구조를 택했다.
출발은 처참했다. 2016년 당시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90% 이상을 쥐고 있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국이면서도 D램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자국산 D램 확보는 중국 산업 전략의 오랜 숙원이었다. 앞서 도전한 중국 기업들은 잇달아 좌초했다.
10년 뒤 숫자는 이렇다.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 10%. 1년 전 4%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2026년 7월 상하이 STAR마켓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466% 폭등했고, 시가총액 3조 2800억 위안(약 711조 8000억 원)으로 중국 본토 시총 1위에 올랐다.
| 회사명 |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
|---|---|
| 설립일 | 2016년 5월 |
| 창업자·회장 | 주이밍(Zhu Yiming) |
| CEO | 차오칸웨이 |
| 본사 |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
| 상장 | 상하이 STAR마켓(688825), 2026년 7월 |
| 주요 제품 | DDR4·DDR5, LPDDR5X, LPDDR6 |
| 시장 지위 |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 10%(4위) |
| 주요 고객 | 샤오미, 화웨이, 바이트댄스, 텐센트, 레노버 |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503억 위안(약 224억 달러·3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4% 급증했다. 23억 위안이던 순손실은 776억 위안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만든 숫자다.
무서운 건 규모가 아니라 속도다. 설립 10년 만에 5세대 공정 플랫폼을 양산 단계에 올렸다. 후발주자가 수십 년을 쏟아도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덤에서 주워온 기술, 노트 12장의 비밀
주이밍. 이 회사의 모든 서사는 이 이름에서 시작한다. 칭화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5년 귀국해 NOR 플래시 설계 기업 기가디바이스를 창업했고, 이 회사를 세계 2~3위권 플래시 업체로 키웠다.
그는 더 큰 판을 봤다. 2014년 칭화대 동문잡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를 왕관에 비유하면 CPU는 가장 빛나는 보석입니다. 그런데 보석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건 뭘까요. 보석을 떠받치는 왕관, 즉 메모리입니다."
2년 뒤 허페이시가 손을 내밀었다. 암호명 '506 프로젝트'. 초기 설립 자금 180억 위안(약 3조 5000억 원) 중 75% 이상을 허페이시 인민정부 투자펀드가 댔다. 기가디바이스가 일부를 보탰다. 시장 VC는 수년짜리 적자를 못 견디지만, 지방정부 자금은 '인내 자본'이었다. 허페이시는 이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기업 BOE와 전기차 업체 니오도 키운 곳이다.
기술은 무덤에서 주워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한 독일 D램 기업 키몬다다. 독일 지멘스·인피니언 계열이었던 키몬다는 D램 원천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2015년 캐나다 특허관리기업 폴라리스가 인피니언으로부터 약 3000만 유로에 키몬다 특허 7000여 건을 사들였고, 2019년 CXMT가 폴라리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약 2.8TB에 달하는 기술 문서를 확보했다. 주이밍의 신의 한 수였다.
사람도 데려왔다. 지멘스·인피니언·키몬다에서 24년간 D램 개발을 이끈 카를-하인츠 퀘스터스를 기술 고문으로 영입했다. 미국 마이크론·샌디스크, 대만 출신 엔지니어들도 합류했다. 특허 문서에 담기지 않은 '묵시적 노하우'를 사람으로 메운 것이다.
여기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아픈 장면이 나온다. 2016년 삼성전자를 떠나 CXMT로 옮긴 연구원이 공정 핵심 자료를 자필로 옮겨 적은 노트 12장을 들고 국경을 넘었다. D램 제조의 수백 단계 작업 순서와 조건이 담긴 PRP 문서였다. 삼성전자가 5년간 1조 6000억 원을 들여 완성한 18나노급 D램 공정 정보였고,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었다. 한국 법원은 유출에 가담한 전직 삼성 임직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압축 성장의 발판에 유출 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은 판결로 못 박혔다.
2019년 첫 DDR4 시제품, 2023년 10나노급 D램 양산. 통상 수십 년 걸릴 격차를 7년 만에 건너뛴 셈이다.
미국의 견제는 그때부터 본격화됐다. 2024년 12월 CXMT는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엔티티리스트)에 올랐다. 2026년 4월 미 의회는 DUV 노광장비, TSV 증착·식각 장비 등 핵심 장비의 대중 수출을 막고 동맹국까지 동참시키는 MATCH Act를 발의했다. CXMT·YMTC·SMIC·화웨이가 명시적 타깃이다.
CXMT의 대응은 빨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향후 3년치 생산 계획을 충당할 DUV 노광장비를 선제 비축했다. 동시에 자국산 장비로 갈아타는 '징검다리 전략'을 병행했다. 2026년 7월 중국 국영기업이 액침형 DUV 노광장비 양산을 시작해 CXMT와 SMIC 등에 납품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ASML 주가는 5.8% 급락했다. 성균관대 권석준 화학공학부 교수는 "EUV의 부재를 DUV와 로직폴딩 등 우회로를 통해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스탬프를 네 번 찍어 11.95나노를 만드는 법
G5 플랫폼의 핵심은 SAQP(자기정렬 4중 패터닝)다. 원리를 풀어보자. 노광 장비는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 무늬를 새긴다. 그런데 빛의 파장보다 가는 선은 한 번에 그을 수 없다. 그래서 여러 번 나눠 찍는다. 한 번 찍고, 보호막을 입히고, 또 찍고, 깎아낸다.
도장을 네 번 겹쳐 찍어 하나의 가는 무늬를 완성하는 셈이다. 정렬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선이 뭉개진다. 공정 스텝이 늘고 비용이 오른다. 대신 EUV 없이 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CXMT는 이 방법으로 메모리 어레이의 활성 영역 하프피치(회로 선과 선 사이 간격의 절반)를 11.95나노미터까지 줄였다.
회사 주장은 강하다. 뤄샤오둥 부사장은 "현재 공정 역량이 업계 최첨단 양산 공정 노드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다. 외부 평가는 조금 다르다. TechInsights가 이전 세대 G4 제품을 분해 분석한 결과 실제 회로 선폭은 약 16나노 수준이었다. 11.95나노는 어디까지나 하프피치 수치이며, 로직 반도체의 '3나노·5나노' 같은 공정 노드와는 개념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CXMT의 실제 기술 수준을 선두 3사보다 2~3년 뒤진 것으로 본다.
미세화 외의 무기도 쌓았다.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종횡비를 45:1까지 끌어올렸다. 좁은 땅에 45층짜리 고층 빌딩을 세운 것과 같다. 로직 칩에서 쓰던 HKMG(고유전율 금속 게이트) 공정을 D램에 응용해 핵심 영역 높이를 6,762나노미터로 낮췄다. 설계부터 제조·수율 관리까지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도 구축했다.
| 구분 | G4(4세대) | G5(5세대) |
|---|---|---|
| 미세화 방식 | 설계 최적화 | SAQP 4중 패터닝 |
| 활성 영역 하프피치 | 약 16nm | 11.95nm |
| 커패시터 종횡비 | - | 45:1 |
| 기능 영역 높이 | - | 6,762nm(HKMG 적용) |
| 웨이퍼당 다이 수 | 기준 | 50% 이상 증가 |
| 대표 제품 | DDR5 16Gb | 24Gb LPDDR5X, LPDDR6 |
정량적 성과는 웨이퍼당 다이 수다. G5는 4세대 대비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 개수가 최소 50% 늘었다. 같은 웨이퍼로 더 많은 칩을 만든다는 뜻이다. 수율이 뒷받침되면 비트당 원가가 그만큼 내려간다. CXMT가 가격 경쟁에서 무서운 이유다. 2026년 말 월 생산 능력은 35만 장으로 마이크론(37만 5000장)에 육박할 전망이다. 상하이 신규 팹은 단독 40만 장 규모로 설계됐다.
한계도 분명하다. CXMT는 G5의 구체적인 수율과 월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HBM3E의 초기 시험 수율이 25%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등의 90% 이상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SAQP는 공정 스텝이 많아 미세한 오차가 누적되면 수율 변동성이 커진다. '웨이퍼당 다이 50% 증가'는 불량을 걸러내기 전의 총 다이 기준이라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최종 양품 수율은 별개 문제다.
3강의 성벽은 얼마나 높은가
| 구분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마이크론 | CXMT |
|---|---|---|---|---|
| D램 점유율(2026 Q2) | 38% | 25% | 24% | 10% |
| HBM 점유율 | 33% | 50% | 18% | 미진입(HBM3E 시험 생산) |
| 주력 제품 | HBM4, 1c D램 | HBM, 1c D램 | HBM, DDR5 | 범용 DDR5, LPDDR5X |
| 공정 수준 | 1c·1d | 1c | 1γ | 16nm급 |
| 평가 격차 | - | - | - | D램 약 2년, HBM 약 3년 |
1년 전만 해도 4%였던 CXMT의 점유율은 2026년 2분기 10%로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합산 점유율은 87%로 내려앉았다. 90%대 벽에 처음 금이 간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애플과의 협상이었다.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용 LPDDR5X 공급을 타진하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CXMT는 거절했다. 오히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의 견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은 중국 내수다. 바이트댄스와 5년간 70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 텐센트와 30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물량이 이미 꽉 찼다.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도 줄을 섰다. 애플의 구매력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진짜 성벽은 HBM이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18%가 나눠 갖고 있다. CXMT는 아직 이 표에 없다. HBM3E 소량 생산 단계로, TSV(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 공정과 열 관리, 적층 수율이 관문으로 남아 있다. 화웨이 어센드 AI 가속기에 자국산 HBM을 공급하는 그림이 목표지만, 양산 인증 시점은 아직 안갯속이다.
모바일 최신 규격에서도 격차는 남아 있다. CXMT의 LPDDR6는 최대 12,800Mbps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14,400Mbps보다 한 단계 아래다. 다만 CXMT는 2026년 8월 양산을 선언하고 샤오미 폴더블 '18 폴드'에 실제 탑재하며 '세계 최초 양산' 타이틀을 먼저 가져갔다. 속도전의 승부처가 스펙이 아니라 공급 시점으로 옮겨간 셈이다.
| 구분 | CXMT LPDDR6 | SK하이닉스 LPDDR6 | 삼성전자 LPDDR6 |
|---|---|---|---|
| 최대 속도 | 12,800Mbps | 14,400Mbps | 14,400Mbps |
| 공정 | 15~16nm급 | 1c(10나노급 6세대) | 10나노급 |
| 양산 시점 | 2026년 8월 | 2026년 하반기 | 2026년 |
| 탑재 기기 | 샤오미 18 Fold | - | - |
삼성·하이닉스가 지켜야 할 세 개의 성벽
첫째, 범용·모바일 D램의 가격 방어선이다. CXMT의 G5는 웨이퍼당 다이 수를 50% 늘렸다. 수율만 잡히면 비트당 원가는 급격히 내려간다. 2026년 말 월 35만 장 생산 능력에 상하이 팹까지 가동되면, 중국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 범용 D램 가격의 하방을 누가 받쳐줄지가 관건이다.
둘째, HBM과 선단 공정의 초격차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절반을 쥐고 있고, 삼성전자는 HBM4와 1c 공정으로 반격에 나섰다. CXMT의 HBM3E 수율이 25% 수준이라는 분석을 감안하면, 이 성벽은 아직 높다. 문제는 속도다. D램 세대 격차가 4년에서 2년으로 좁혀지는 데 채 몇 년이 안 걸렸다.
셋째, 중국 내수 생태계의 잠식이다. 샤오미·화웨이·누비아가 CXMT 칩을 채택하면서 한국 메모리의 중국 내 점유율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자체 DUV 양산에 성공한다면 D램 경쟁에서 한국 추격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과장은 금물이다. 골드만삭스는 2028년까지 중국 업체의 D램 점유율 10%대 진입을 이미 시장 모델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CSIS는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진 뒤 과잉 주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이중 위험'을 경고했다. 지금의 호황이 CXMT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CXMT는 이미 다음 판을 깔고 있다. 베이징에 NAND 플래시 연구개발 라인을 구축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쥔 또 하나의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HBM3E 양산 인증, MATCH Act 대응, 2028년 이후 공급과잉 사이클이 남은 변수다.
한국 반도체에 남은 숙제도 선명하다. HBM과 선단 공정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안, 범용·모바일 D램의 가격 방어선을 어디까지 지킬지 답을 내야 한다. 허페이의 추격 속도를 지켜보는 업계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