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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키린 2027, 칩을 접어 제재를 넘는다

내용 요약중...

2026년 10월 13일 화웨이는 차세대 키린 2027이 이미 실리콘 샘플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EUV 없이 3D 적층 '로직폴딩'으로 트랜지스터 밀도를 55% 끌어올린 기린 9050 Pro는 양산에 들어갔고, 2031년 1.4nm 목표도 내걸었다. 어센드 AI 가속기는 중국 내 점유율에서 엔비디아를 앞질렀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144GB HBM 확보와 SMIC 생산능력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차이나 테크놀로지

2026년 10월 13일 오후 3:07

화웨이:키린 2027, 칩을 접어 제재를 넘는다
화웨이:키린 2027, 칩을 접어 제재를 넘는다
AI 오디오북화웨이:키린 2027, 칩을 접어 제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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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3일, 상하이 롄치우후 연구소.

화웨이 반도체 사업부의 서송여 무선 단말 칩 제품관리부 부장이 무대에 올랐다. 발표는 짧았다.

"기린 2027 칩은 이미 우리 팀 손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테스트 결과가 예상에 부합합니다."

이 한 줄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기린 2027은 지금 '포스트 실리콘' 단계다. 설계도와 시뮬레이션만 돌리는 단계가 아니라, 웨이퍼에서 실제 실리콘 샘플이 나와 테스트와 수율 작업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보도로만 떠돌던 차세대 칩이 이날 화웨이 입에서 직접 나왔다.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한 대 없이 여기까지 왔다. 5nm 이하 칩을 만들려면 ASML의 EUV가 필수라는 게 업계의 통념이었다. 화웨이는 그 통념을 정면으로 비틀었다.

열흘 전엔 더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10월 5일, 화웨이와 퀄컴이 5G·컴퓨팅·AI·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다년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퀄컴은 화웨이가 보유한 일부 미국 특허까지 사들이기로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퀄컴 칩을 사다 쓰던 회사가, 이제 특허를 파는 쪽이 됐다.

오늘 주인공은 화웨이, 그중에서도 기린이다.

통신장비 회사가 왜 칩에 사활을 거나

화웨이를 통신장비 회사로 아는 사람이 많다. 절반만 맞다.

2025년 화웨이 전체 매출은 8809억 위안(약 185조 원), 순이익은 680억 위안(약 14조 8000억 원)이다. 미국 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 매출(8910억 위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성장률은 2.2%로 뚝 떨어졌지만, 잘려나간 사업을 안방 시장에서 다시 세웠다는 의미가 크다.

사업 구조를 뜯어보면 지금 화웨이를 움직이는 축은 세 개다. ICT 인프라(통신장비)가 3750억 위안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비자 사업이 3445억 위안으로 뒤를 받친다. 눈에 띄는 건 자동차다. 스마트카 솔루션 매출이 전년 대비 72% 급증한 450억 위안을 기록했다. 자율주행과 스마트 콕핏 소프트웨어를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세 축을 관통하는 게 반도체다. 통신장비에는 자체 설계 통신칩이, 스마트폰에는 기린 AP가, 자동차에는 어센드 기반 자율주행 연산칩이 들어간다. 반도체가 막히면 세 축이 동시에 멈춘다.

​​항목​​​​내용​​
​​회사명​​화웨이 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
​​설립​​1987년, 중국 선전
​​창업자·리더십​​런정페이(창업자), 순환 회장 체제
​​본사​​중국 선전
​​상장 여부​​비상장(직원 지주제)
​​2025년 실적​​매출 8809억 위안(약 185조 원) / 순이익 680억 위안(약 14조 8000억 원)
​​R&D 투자​​1923억 위안(약 42조 원), 매출의 21.8% — 10년 누적 1조 3820억 위안
​​핵심 사업​​- ICT 인프라 3750억 위안
- 소비자(스마트폰 등) 3445억 위안
- 스마트카 솔루션 450억 위안(+72%)
​​반도체 자회사​​하이실리콘 — 기린(스마트폰 AP), 어센드(AI 가속기), 발롱(모뎀)

R&D 투자 비중이 매출의 21.8%다. 제재 이전엔 10%대였다. 제재 이후 두 배로 뛰었다. 연구인력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11만 4000명이다.

블랙리스트 7년, 반쯤 잘린 회사의 반격

2019년 5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수출통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듬해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까지 적용됐다. 미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반도체는 어디서 만들든 화웨이에 팔 수 없게 만들었다.

직격탄을 맞았다. 2021년 화웨이 매출은 29% 감소했다. 한때 애플을 위협하던 스마트폰 사업은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설계는 할 수 있는데 만들 수 없는' 상태. 이것이 화웨이가 7년간 싸운 전장이다.

첫 반격은 2023년이었다. 기린 9000S를 탑재한 메이트 60 프로를 깜짝 출시했다. 분해 분석 결과는 업계를 뒤흔들었다. 테크인사이츠는 이 칩이 SMIC의 7nm N+2 공정으로 제조됐다고 결론 내렸다. 다이 크기 107mm², 7nm와 일치하는 비트 셀 크기. 댄 해치슨 테크인사이츠 부사장은 "EUV 노광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첨단에 가까운 공정을 제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7nm에 묶여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진다. 2026년 세미애널리시스가 기린 9030을 분해했을 때 나온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SMIC의 'N+3' 공정은 이름과 달리 집적도가 TSMC 6nm 수준(1㎟당 약 1억 2500만 개)에 머물렀고, 최고 성능 코어는 애플이 2020년 내놓은 M1 칩보다 절대 성능이 57% 낮았다. 애플·삼성과 4~5년 격차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세화의 벽. 여기서 화웨이는 방향을 틀었다.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 회로를 수직으로 접어 쌓는 쪽으로.

2026년 5월 25일, 하이실리콘을 이끄는 허팅보 사장이 반도체 콘퍼런스 무대에 섰다. 그가 꺼낸 말은 이러했다.

"올해 우리는 업계 전체를 놀라게 할 무언가를 준비해왔다. 포화 상태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거대한 도약이다. 지속 가능한 진화를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는 같은 날 중국 과학원 논문 플랫폼에 '다층 전자 시스템의 시간 축소 이론'이라는 논문을 올렸다. 요지는 이렇다.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기하학적 미세화'가 한계에 부딪혔으니, 신호가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는 '시간적 미세화'로 가야 한다는 것. 화웨이는 이를 타우(τ) 법칙이라 부른다. 이 발표 직후 SMIC 주가는 하루 만에 18% 넘게 뛰었다.

이 이론이 실제 칩으로 나온 게 기린 9050 Pro다. 화웨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계의 지원 아래 이 칩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이트 XT 2, 메이트 90 프로 맥스, RS 비범마스터 등 최상위 플래그십에 탑재됐다.

평면을 접으면 왜 빨라지나

로직폴딩(LogicFolding)의 원리는 이렇다. 기존 칩은 회로를 넓은 평면에 펼쳐 놓는다. 신호가 멀리 돌아가야 하니 배선이 길어지고, 그만큼 전력이 새고 느려진다. 로직폴딩은 연산 로직과 SRAM(캐시 메모리)을 각각 다른 층에 배치하고, 두 층을 구리-구리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수직 연결한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넓게 펼친 사무실에서는 부서 간 이동에 복도와 계단을 써야 한다. 층층이 쌓은 빌딩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화웨이의 설명대로라면 SoC 에너지 소모의 80% 이상이 계산이 아니라 '데이터 이동'에서 발생한다. 이동 경로를 수직으로 바꾸면 전력이 확 준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두 다이를 잇는 신호 전송 채널이 500만 개, 접합 간격(피치)은 1.5μm(마이크로미터)다. 다이 간 대역폭은 125TB/s에 달한다. 신호가 지나는 핵심 경로가 최대 70% 단축됐고, 배선 길이는 20% 줄었다.

결과물은 기린 9050 Pro다. 트랜지스터 밀도는 ㎟당 2억 3800만 개(238MTr/mm²)로 전작 대비 55% 늘었다. 인텔 18A 공정과 비슷하고 초기 TSMC 3nm에 근접한다는 게 화웨이 주장이다. 전력 효율은 P코어 41%, NPU 66%, GPU 58% 개선됐다.

눈에 띄는 건 온디바이스 AI다. 기린 9050 Pro는 업계 처음으로 30B(300억 개) 파라미터 MoE(전문가 혼합) 모델을 칩 안에서 구동한다. 총 파라미터 30B, 활성 파라미터 2B, 점유 메모리 2.5GB 미만.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추론한다. 하모니OS의 병렬화 최적화와 결합해 사용자 체감 끊김을 31% 줄였다고 한다.

​​세대​​​​트랜지스터 밀도​​​​P코어 최대 클럭​​​​상태​​
​​기린 9050 Pro (2026)​​238MTr/mm²3.1GHz양산, 플래그십 탑재
​​기린 2027​​252MTr/mm²3.39GHz포스트 실리콘(테스트·수율 작업 중)
​​기린 2028​​266MTr/mm²3.71GHz설계 단계
​​기린 2029​​277MTr/mm²4.0GHz설계 단계
​​2031 목표​​400MTr/mm² 이상—1.4nm급 지향

퀄컴이 이 기술에 반응한 속도도 빠르다. 10월 5일 특허 계약에서 퀄컴은 화웨이의 로직폴딩 관련 특허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퀄컴은 계약이 로직폴딩 기술과 관련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곧바로 부인했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지만, 화웨이의 특허 포트폴리오 가치를 퀄컴이 인정한 것만은 분명하다. 화웨이의 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 총액은 69억 달러(약 9조 3000억 원)를 넘어섰고, 유효 특허는 16만 5000건이다.

물론 빈틈도 뚜렷하다. 수직 적층은 열이 층 사이에 갇히는 구조다. 칩을 쌓을수록 발열 관리가 어려워진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두 다이를 정밀하게 붙이는 패키징 공정이라 전체 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린 9050 Pro는 메이트 90 프로 맥스와 RS 비범마스터 같은 초프리미엄 모델에 우선 탑재되는 흐름을 보인다. SMIC의 N+3 공정 자체도 EUV 없이 DUV를 극한으로 돌리는 방식이라 결함률 상승과 비용 급증 문제가 따라붙는다.

AI 가속기 쪽 사정은 더 복잡하다. 화웨이의 어센드 950DT는 144GB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4.0TB/s 대역폭을 갖췄다. 화웨이는 이를 자체 규격 'HiZQ 2.0'이라 부르며 내재화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실제 제조 단계에서 CXMT(창신메모리)나 YMTC 같은 중국 메모리 업체와 협력하는 구조로 파악된다. 미국 제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 공급선이 막힌 탓이다. 화웨이는 최근 공급 부족을 이유로 어센드 950DT 가격을 60% 올렸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아직 공사 중이다. 딥시크가 화웨이와 함께 어센드용 프로그래밍 도구 '타일랭'과 연산·통신 라이브러리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게 대표적 진전이다. 엔비디아 CUDA 생태계에 맞서는 첫 삽이다. 하지만 타일랭은 CUDA 전체를 대체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고성능 커널을 작성하기 위한 고수준 언어다. 딥시크가 공개한 통신 라이브러리 'DeepEP-Ascend'는 일부 기능이 아직 개발 중이고, 일부 커널은 CUDA 전용 로직에 의존한다.

TSMC와 몇 년 차이인가

화웨이가 2031년 1.4nm급 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업계가 주목한 건 TSMC의 일정표였다. TSMC는 2028년부터 같은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3년 차다.

그런데 이 비교는 공정 노드만 놓고 본 것이다. 실제 성능 격차는 더 클 수 있다. 미국외교협회의 크리스 맥과이어 연구원은 "현재 미국 최고의 AI 칩은 화웨이의 최고 제품보다 약 5배 더 강력하고, 2027년까지 그 격차는 17배로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화웨이는 통제 완화를 정당화하는 위협이 아니라, 통제가 효과가 있다는 증거"라고까지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의 찰리 챈 연구원은 "고급 패키징, 랙 스케일 아키텍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최적화를 통해 엔비디아와의 실질적인 성능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칩 하나의 스펙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로 승부하는 방식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목​​​​화웨이 기린 9050 Pro​​​​애플 A20 Pro​​​​퀄컴 스냅드래곤 8 Gen 3​​
​​제조 공정​​SMIC N+3(7nm 진화형) + 3D 적층TSMC 2nmTSMC 3nm
​​트랜지스터 밀도​​238MTr/mm²비공개비공개
​​멀티코어 성능​​Geekbench 7 약 8159점기린보다 약 30% 앞선다는 평가약 7126점
​​온디바이스 AI​​30B MoE 모델 탑재(업계 최초)자체 NPU자체 NPU
​​핵심 무기​​3D 로직폴딩·하이브리드 본딩선단 미세공정선단 미세공정

AI 가속기 시장에선 그림이 다르다. 화웨이 순환 회장 에릭 쉬는 "중국 시장 내 어센드 점유율이 통계상 엔비디아를 이미 추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못 따라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딥시크는 내몽골 데이터센터에 어센드 950DT 16만 개 이상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화웨이는 어센드 960DT를 당초보다 3분기 이상 앞당겨 2027년 1분기에 출시하고, 2028년 970, 2029년 980으로 매년 세대를 갈아치우겠다는 로드맵을 걸었다.

​​항목​​​​화웨이 어센드 950DT​​​​엔비디아 Rubin​​
​​메모리​​144GB(자체 규격 HiZQ 2.0)288GB HBM4
​​메모리 대역폭​​4.0TB/sGPU당 최대 22TB/s
​​칩 간 연결​​UnifiedBus 2.0TB/sNVLink 6 3.6TB/s
​​출시 시점​​2027년 1분기(3분기 이상 조기화)2026년 하반기~2027년
​​소프트웨어 생태계​​CANN·딥시크 타일랭·파이토치 공식 플랫폼CUDA

표만 봐도 격차는 분명하다. 메모리 대역폭에서만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화웨이의 승부수는 개별 칩 성능이 아니라 연결이다. 자체 개발한 UnifiedBus로 랙 간 대역폭 800GB/s, 프로토콜 전환 지연 150나노초를 구현했다. 8192개 카드를 묶어 8EFLOPS를 내는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가 그 결과물이다. 칩 하나로는 못 이기니 만 개 단위로 묶어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메모리, 웃어야 하나

화웨이의 이 승부가 한국 산업에 던지는 신호는 양 갈래다.

첫째, HBM이다. 화웨이 어센드 950DT 한 장에 144GB HBM이 들어간다. 딥시크가 계획한 16만 개 클러스터만 해도 엄청난 물량이다. 화웨이가 자체 규격 HiZQ 2.0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 내 HBM 생산 능력은 아직 성숙 단계가 아니다. 당장의 공급 부족은 한국 메모리 업체에 호재다. 실제로 2026년 9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I가 견인하는 메모리 호황의 온기가 남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화웨이가 HBM 내재화에 성공하고, CXMT가 서버용 DDR5를 연내 출시하면 구도가 흔들린다. 10월 12일 중국 CXMT가 4F² 아키텍처 진전을 발표했을 때 삼성전자는 4.4%, SK하이닉스는 4.5% 급락했다. 코스피도 3.65% 빠졌다. 중국발 기술 뉴스 하나가 한국 증시를 흔드는 시대다. 화웨이의 로직폴딩 성공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변수다.

둘째, 파운드리다. 화웨이가 '선단 공정 없이 선단 성능'의 가능성을 보여주면, 파운드리 경쟁의 축이 미세화에서 패키징·본딩으로 옮겨갈 수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2nm 수율을 60%까지 끌어올리며 테슬라 AI6(2nm) 수주를 따내는 등 미세화 노선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간다. 두 노선이 모두 살아남는다면 파운드리 시장은 더 복잡해진다. 반대로 화웨이의 적층 기술이 확산되면 하이브리드 본딩·첨단 패키징 장비와 소재 수요가 커진다. 한국 장비·소재 업체엔 새로운 문이 열리는 셈이다.

셋째, 스마트폰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한 대당 추가 비용이 200달러(약 27만 원) 이상 발생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단말 BG 의장은 "사업 유지를 위한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26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 감소하며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가 압박은 화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는 2025년 점유율 16.4%로 애플(16.2%)을 0.2%포인트 차로 제쳤다. 이 접전 구도에서 원가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

한국이 지킬 것은 결국 두 가지다. HBM4 세대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첨단 패키징 역량을 키우는 것. 삼성전자의 12단 HBM4E가 엔비디아와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품질 검증을 통과한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기린 2027의 관건은 테스트가 아니라 양산이다. 서송여는 "모든 테스트 결과가 예상에 부합한다"고 했지만, 실리콘 샘플이 나온 것과 수백만 대를 찍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 사이엔 어센드의 HBM 병목과 SMIC의 생산능력이라는 두 개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어센드 950DT 가격을 60% 올린 것도, 에릭 쉬가 "공급 능력이 주요 제약"이라고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웨이는 2031년 1.4nm를 말한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그 숫자가 아니라 속도다. EUV 없이 3nm급을 향해 가는 회사의 걸음이 몇 년에 한 세대씩 나오는지, 한국 반도체가 새겨야 할 숫자는 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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