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파인더스
스타벅스 3분의 1 가격, 루이싱커피는 어떻게 흑자를 냈을까?
내용 요약중...
2020년 22억 위안 매출 부풀리기로 나스닥 상장이 폐지됐던 루이싱커피가 3만 6천 개 매장을 갖춘 중국 최대 커피 체인으로 재기했다. 2026년 2분기 매출 158억 9천만 위안, 전년 대비 28.5% 증가, 직영 매장 영업이익률 21.3%. 픽업 소형 매장과 앱 주문 중심의 비용 구조, 파트너십 매장의 원부자재 판매 수익, 규모의 경제가 9.9위안 가격을 버티게 한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10억 달러 투자로 지배구조가 정리됐고, 동일매장매출 반등과 미국 재상장 여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유니콘 파인더스
2026년 9월 16일 오후 3:10


루이싱커피 (Luckin Coffee)
루이싱커피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이 뭐냐면, 저는 아무래도 2020년의 그 사건입니다. 22억 위안어치 매출을 부풀리다가 나스닥에서 강제 퇴출당한 회사. 한국식으로 말하면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를 맞은 그 커피 체인이죠. 근데 그거 아세요? 그 회사에 지난 9월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3천억 원이 넘는 돈을 들이밀었습니다.
2017년에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에 3만 6천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중국 최대 커피 체인이 바로 이 회사예요. 중국 내 매장 수만 놓고 보면 스타벅스의 네 배가 넘습니다. 월간 거래 고객은 1억 1천만 명. 매달 중국인 열두 명 중 한 명 꼴로 루이싱에서 커피를 사 간다는 계산이죠. 한 번 무너진 회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스타벅스의 3분의 1 가격에 커피를 팔면서도 어떻게 흑자가 나오는지, 한번 풀어볼게요.
Chapter 1. 커피를 잘 안 마시는 나라에서 커피 회사를 차리다
2017년의 중국에서 커피 체인을 창업한다는 건 대체 어떤 결단이었을까요? 당시 중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10잔이 채 안 됐어요. 일본이 239잔, 한국이 227잔이니까 20분의 1 수준입니다. 커피보다 차를 마시는 나라에서 커피 회사를 차린 거죠.
그런데 창업자들의 계산은 정반대로 흘렀습니다. 90년생 이후 세대만 4억 8천만 명. 이 세대가 카페인에 길들기 시작하면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거예요. 실제로 중국의 1인당 커피 소비는 2023년 16.7잔에서 2025년 28.6잔으로 두 해 만에 70% 가까이 늘었습니다. 포화 시장이 아니라 교육이 끝나기 전 시장이었던 셈이죠.
전략도 스타벅스의 정반대였어요.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을 판다면 루이싱은 공간을 아예 축소했습니다. 앱에서 미리 주문하고, 작은 픽업 매장에 들러 받아만 가는 구조. 커피를 '공간의 부산물'이 아니라 '일상의 소모품'으로 규정한 거죠. 매장을 여는 데 드는 돈과 시간을 최소화한 다음, 그 가벼운 매장으로 도시를 도배하는 게 플랜이었습니다.
이 속도는 실제로 무서웠어요. 창업 2년 만인 2019년 5월에 나스닥에 상장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 속도가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못 따라가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루이싱은 기대를 맞추는 다른 방법을 골랐어요. 바로 숫자를 부풀리는 방법이었죠.
Chapter 2. 22억 위안의 거짓말, 그리고 되살아난 본업
2020년 4월, 루이싱은 스스로 폭탄을 터뜨립니다. 내부 조사 결과 2019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약 22억 위안, 당시 달러로 3억 달러가 넘는 매출이 가짜였다는 거예요. 어떤 분기는 매출의 45%까지 허수였습니다. 관계사를 통해 자사 쿠폰을 돌려 사들이는 방식이었죠.
이후는 폭포수처럼 굴러떨어졌어요. 주가 폭락, 나스닥 상장폐지, 미국 SEC와 1억 8천만 달러의 벌금 합의, 경영진 전면 교체. 2021년 2월에는 채무 재조정을 위해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까지 했습니다. 그해 순손실만 50억 위안이 넘었죠. 여기까지 들으면 '끝난 회사'라고 보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회사의 본업은 의외로 멀쩡했다는 점이에요. 앱 주문 시스템, 매장 운영, 제품 개발은 스캔들과 상관없이 잘 돌아갔습니다. 무너진 건 재무제표지 사업 모델이 아니었던 겁니다. 스캔들 뒤 CEO로 앉은 궈진이 아래에서 회사가 정리됐고, 2022년 초에는 사모펀드 센추리엄 캐피털이 컨소시엄을 이끌고 지분을 매입해 지배주주가 됐습니다.
재기는 숫자로 확인됩니다. 2022년 약 4억 위안의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 2023년에는 매장 수에서 드디어 스타벅스 중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2025년엔 매출 492억 위안, 전년 대비 43% 성장을 기록했어요. 사기 사건 전에 내놓았던 재무제표의 매출이 30억 위안 수준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같은 회사라고 믿기 어려운 규모로 커진 거죠.
Chapter 3. 9.9위안의 계산법 — 한 잔의 원가를 뜯어고친 설계
자, 그럼 핵심 질문으로 갑니다. 스타벅스 중국에서 라떼 한 잔이 30위안을 넘는데, 루이싱은 9.9위안에 팔아요. 원가를 아무리 깎아도 이 가격은 성립하지 않는 것 같잖아요? 솔직히 저도 처음 이 구조를 봤을 땐 계산이 안 맞는 줄 알았거든요.
단서부터 깔면, 커피 한 잔의 가격에서 원두는 생각보다 티끌입니다. 시장 분석 기준 커피 가격의 절반 이상은 임대료와 인건비예요. 원두는 판매가의 4% 수준이거든요. 그러니까 첫 번째 무기는 원두가 아니라 '매장의 형태'였습니다. 픽업 중심 소형 매장에 무인 결제를 얹어 임대료와 인건비를 최대한 눌렀어요. 컵당 총원가를 7~9위안 선으로 잡는 분석도 있는데, 한 잔 마진은 얇아도 그 잔이 하루에 수백 번 팔리는 구조라 돌아가는 거죠.
두 번째는 규모의 경제예요. 매장이 3만 6천 개면 원두는 봉지로 사는 게 아니라 농장을 통째로 계약합니다. 2024년에 국제 생두 가격이 119% 급등했는데도, 루이싱은 대량 조달 계약과 연산 5만 5천 톤급 자체 로스팅 공장으로 원가를 방어했어요. 세 번째는 파트너십 매장인데, 이게 은근히 영리한 구조입니다. 흔히 가맹점이라고 부르지만 루이싱 입장에서는 훌륭한 B2B 고객이거든요. 2026년 2분기 파트너십 매장에서 나온 36억 7천만 위안 매출의 65%가 원부자재 판매고, 로열티와 이익 공유는 13% 정도. 임대료와 인건비 리스크는 점주가 지고, 원재료 판매 이익은 본사가 챙기는 겁니다. 매장 3만 6천 개 중 1만 2천 개가 사실상 본사의 대리상인 셈이죠.
마지막 무기는 데이터예요. 주문이 전부 앱과 위챗 미니프로그램으로 들어오니 무엇이 팔리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코코넛 라떼는 누적 21억 잔, 오렌지 아메리카노는 5억 잔. 2026년 8월 '가을의 첫 밀크티' 캠페인 때는 하루 2,500만 잔을 팔아치웠어요. 이 장치들이 맞물려 돌아간 결과가 2026년 2분기 실적입니다. 매출 158억 9천만 위안, 전년 대비 28.5% 성장, 직영 매장 수준 영업이익률 21.3%. 요즘 중국에서 팔리는 커피의 68%가 10위안 이하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9.9위안은 덤핑이 아니라 3만 6천 개 매장을 가진 회사만 쓸 수 있는 무기였던 겁니다.
Chapter 4. 국부펀드는 왜 커피 회사에 10억 달러를 걸었나
자, 그러면 남는 궁금증 하나입니다. 한 번 거래소에서 쫓겨났고, 지금도 정식 거래소가 아니라 미국 장외시장(OTC)에 얹혀 있는 회사인데, 무바달라는 왜 10억 달러를 걸었을까요?
*OTC(Over-the-Counter): 정식 증권거래소 밖에서 이뤄지는 장외 주식 거래. 루이싱은 나스닥 퇴출 이후 현재 미국 OTC 시장(핑크시트)에서 LKNCY 티커로 거래되고 있다.
거래 구조부터가 재밌어요. 이번 투자는 루이싱이 신주를 발행해 돈을 받는 게 아니에요. 지배주주 센추리엄의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선주 2억 4천만 주를, 무바달라가 출자한 펀드가 인수하는 구주 거래입니다.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ADS 기준 33달러 초반, 당시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었죠. 무바달라는 이사 1명을 지명할 권리도 얻었습니다.
*ADS(American Depositary Shares): 미국 밖 기업의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서. 루이싱은 보통주 8주가 ADS 1주로 묶여 거래된다.
무바달라의 논리는 명확해요. 3,850억 달러를 굴리는 국부펀드가 2015년부터 중국에 2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넣어 왔는데, 이번 투자 이유로 꼽은 건 루이싱의 '사용자 운영, 제품 개발, 매장 운영 전반의 디지털 역량과 규모의 경제'였습니다. 요컨대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파는 운영 시스템에 베팅한 거죠. 센추리엄 입장에서도 꿩 먹고 알 먹기예요. 오래 보유한 지분 일부를 회수하면서도 22% 지분과 45%를 넘는 의결권으로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했으니까요. 앞서 9월 초에는 발행주식의 0.8%에 해당하는 지분을 장내 매각과 블록딜로 정리했는데, JPMorgan 리서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시장 불확실성을 없애는 '클리어링 이벤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카드가 어디로 이어질지도 어느 정도 보여요. CEO 궈진이는 2025년 말 미국 재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공언한 적이 있습니다. OTC에 머무는 동안 기관 투자자의 접근이 제한돼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국부펀드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면 재상장 스토리의 설득력은 완전히 달라지죠. 회사도 자사주 매입 한도를 3억 달러에서 5억 달러로 올렸고, JPMorgan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매장 수 연평균 14%, 이익 연평균 20% 성장을 전망하며 섹터 내 최선호주로 꼽기도 했어요.
Chapter 5. 남은 숙제는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질이다
다만 화려한 재기 뒤에 숨은 과제도 분명합니다. 2026년 2분기, 루이싱의 기존 직영 매장 매출은 1년 전보다 5.3% 줄었고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예요. 회사는 배달 플랫폼 보조금 전쟁이 만든 높은 기저 탓이라고 설명하는데, 어쨌든 매장을 늘릴 때마다 전체 매출이 덩달아 커지던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기도 해요. 매장이 밀집하면 서로의 매출을 깎아먹는 자기잠식 효과도 무시할 수 없고요.
*동일매장매출 성장률(SSSG, Same-Store Sales Growth): 1년 이상 운영한 기존 매장의 매출 증감률. 신규 출점 효과를 걷어내고 기존 매장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원가 쪽에도 압박이 있어요. 2025년 한때 배달비가 1년 사이 94.5% 급등하며 수익성을 갉아먹었고, 커피·우유 같은 핵심 원재료 가격은 여전히 변수죠. 경쟁은 더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