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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을 사던 시대의 끝, 메모리도 구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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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이 칩 대신 사용권을 빌려주는 '메모리 서비스(MaaS)' 모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폭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가 스마트폰 출하 22%, PC 출하 15% 감소 등 '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막대한 CAPEX를 OPEX로 바꾸고 싶어하고, 메모리 회사는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 수익을 원한다.

기본기, 더 깊게

2026년 7월 11일 오전 7:11

칩을 사던 시대의 끝, 메모리도 구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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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오디오북칩을 사던 시대의 끝, 메모리도 구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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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사는' 것보다 '빌려 쓰는' 게 훨씬 많아졌어요.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보고, 음악은 스포티파이에서 듣고, 회사 서버도 직접 사지 않고 AWS에서 빌려 쓰죠. 소유에서 구독으로 바뀐 건 소프트웨어가 먼저였고, 서버가 그 다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도체 자체가 그 길을 걷겠다고 나섰어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7월 1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메모리 서비스(MaaS, Memory as a Service)​​ 모델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했거든요. 칩을 파는 게 아니라 칩의 사용권을 빌려주겠다는 거예요.

칩을 사던 시대, 빌려 쓰던 시대

예전에 CD를 사던 시절이 있었죠. 음악을 들으려면 앨범을 통째로 사야 했고, 한 번 사면 내 거였어요. 지금은 월정액만 내면 수천만 곡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죠. 소유할 필요 없이 접근권만 있으면 돼요.

MaaS도 같은 이치예요. 기업이 메모리 칩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SK하이닉스가 보유한 메모리 자원의 사용권을 빌려 쓰는 방식이에요. 칩을 사면 자기 서버에 달아 쓰는 게 전부지만, 빌리면 필요할 때 용량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구조거든요.

왜 하필 지금 이런 모델이 필요해진 걸까요? 한마디로 칩이 너무 비싸졌어요.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3사가 HBM 생산에 집중하다 보니 일반 DRAM·NAND 공급이 줄었어요.

그 결과가 소비자 시장에 나타나고 있어요. 4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 출하량이 22%나 감소했고, PC 출하량도 15% 줄었어요. 메모리 비용이 올라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안 사니까 수요가 무너지는 악순환이죠. 애플도 Mac, iPad, 비전 프로(Vision Pro) 가격을 전면 인상했어요.

비용 구조를 바꾸는 승부수

핵심은 ​​자본적 지출(CAPEX)​​과 ​​운영상 지출(OPEX)​​의 차이예요. 칩을 사려면 한 번에 큰 돈을 쓰고 자산으로 잡아야 해요. 하지만 빌려 쓰면 사용한 만큼 비용으로 처리하니까 재무제표가 훨씬 가벼워지죠.

실제로 부담이 얼마나 커졌을까요?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 5사의 2026년 합산 자본 지출은 약 7,2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에요. 이 중 메모리 비중은 2023년 8%에서 2026년 30%까지 치솟고 있어요. 칩을 사들일 돈이 부족해지면 → 빌려 쓰는 모델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죠.

마이크론(Micron)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장기 공급 계약 16건을 체결했는데, 14건에 대해 약 1,000억 달러의 최소 보장 매출을 확보했어요. 고객으로부터 220억 달러의 예치금을 받았고, 그중 180억 달러가 현금으로 들어왔죠. 단순히 칩을 파는 게 아니라 공급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금을 받고 장기 계약으로 묶는 거예요.

메모리 회사 입장에서도 좋아요. 메모리는 호황 때 가격이 급등하고 불황 때 폭락하는 게 반복됐거든요. 하지만 장기 계약으로 가격을 묶어두면 불황이 와도 매출이 급락하지 않아요. 월세를 받는 집주인처럼 안정적인 수익원이 생기는 셈이죠.

파트너인가, 경쟁자인가

최태원 회장이 MaaS를 공개한 건 업계에서 처음 나온 신호예요.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의 약 51%를 점유하며 엔비디아(Nvidia)의 핵심 공급사거든요. 칩 제조사에서 스토리지 서비스 제공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예요.

하지만 MaaS가 곧바로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당장은 어려워 보여요. MaaS를 구현하려면 새로운 소프트웨어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SK하이닉스의 핵심 역량은 하드웨어 제조지 소프트웨어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고객사들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어서, 메모리 회사가 인프라 서비스까지 건드리면 파트너이면서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될 위험도 있어요.

그럼에도 방향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오라클(Oracle)이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당한 건 AI 인프라에 돈을 쏟아붓는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줘요. 아마존도 250억 달러 규모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고요. 비용 부담이 커지는 기업 입장에서는 메모리를 사는 대신 빌려 쓰는 모델이 점점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MaaS가 정착하려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과 고객사와의 관계 정립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어요. 다만 칩을 사던 시대에서 빌려 쓰던 시대로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고, 이 방향이 얼마나 빨리 현실이 될지 주목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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