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테크놀로지
나우라 테크놀로지:미국이 밀어준 반도체 장비 국가대표
내용 요약중...
2024년 12월 미국 엔티티리스트에 오른 나우라 테크놀로지가 2026년 1분기 매출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35%를 넘었고, 나우라는 SMIC 28nm 라인 산화·확산로의 60%를 공급한다. 글로벌 5위로 올라선 이 회사가 AMAT·LRCX와의 격차를 어떻게 줄이고, 원익IPS·세메스 등 한국 장비업계에 무슨 의미를 던지는지 짚는다.
차이나 테크놀로지
2026년 8월 4일 오후 2:40


2024년 12월 2일.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나우라 테크놀로지(北方华创)를 엔티티리스트에 올렸다. 140여 개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이 같이 걸렸다. 미국 기술, 부품,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물건을 나우라에 수출하려면 사실상 거절되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샷이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제재 이전에 SMIC의 팹 매니저가 나우라 식각기를 살 이유는 없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제품이 더 빠르고, 더 안정적이고, 서비스도 좋았다. 나우라는 '위험한 2선급'이었다.
제재 이후, AMAT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SMIC, 하이홍, YMTC, CXMT — 중국 팹 전부가 나우라를 써야 했다. 고객 확보 비용 제로. 양산 라인에서 돌아오는 실시간 피드백. 미국이 만들어버린 완벽한 성장 공식이었다.
2026년 1분기, 나우라의 단일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00억 위안(약 1.9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 2022년 글로벌 8위였던 매출 순위는 2025년 5위까지 올라섰다. ASML, AMAT,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다음이다. 중국 기업이 반도체 장비 글로벌 톱 5에 진입한 건 나우라가 처음이다.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35%를 돌파했다. 2022년 18%에서 3년 만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가 2025년 말 발표한 수치다. 중국 정부가 세운 2025년 목표(30%)를 앞당겨 달성했다. 그 중심에 나우라가 있다.
오늘 주인공은 나우라 테크놀로지다.
노광만 빼고 다 만든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수십 가지 공정 장비가 필요하다. 회로를 그리는 노광 장비, 패턴을 깎는 식각 장비, 박막을 입히는 증착 장비, 표면을 닦는 세정 장비, 열을 가하는 산화·확산로. 이 중 노광 장비만 빼면 나우라가 다 만든다.
중국 기업 중 이 정도 공정 폭을 가진 곳은 나우라뿐이다. 경쟁사인 AMEC(중미반도체)은 식각에만 집중하고, Piotech는 증착에만 집중한다. 나우라는 다 한다. 그래서 '중국의 AMAT'라는 별명이 붙었다.
| 항목 | 내용 |
|---|---|
| 회사명 | NAURA Technology Group (北方华创) |
| 설립 | 2001년 (2016년 북경칠성화성·노스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합병) |
| 회장 | Zhao Jinrong (赵晋荣) |
| 본사 | 베이징 |
| 상장 | 선전증권거래소 (002371.SZ) |
| 직원수 | 약 21,100명 |
| 2025년 매출 | 393.5억 위안(약 7.4조 원, +30.85%) |
| 글로벌 순위 | 5위 (2025년 기준) |
| 주요 제품 | 식각(ICP), 증착(PVD·CVD), 산화·확산, 세정, 이온주입, 코팅·현상 |
| 주요 고객 | SMIC, 하이홍, YMTC, CXMT |
2025년 매출 393.5억 위안(약 7.4조 원). 전년 대비 30.85% 증가. 순이익은 55.2억 위안으로 1.77% 감소했다. 매출은 30% 넘게 늘었는데 이익은 줄었다. R&D 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2026년 1분기 R&D 비용만 14억 위안. 전년 대비 36.64% 늘었다. 매출 증가율(25.8%)보다 R&D 증가율이 훨씬 높다. 단기 이익을 희생하면서 기술 격차를 줄이는 투자 단계다.
제재가 만들어버린 독점
나우라의 성장은 미국의 제재와 중국의 국가 전략이 정확히 맞물린 결과다.
2016년, 북경칠성화성과 노스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하면서 현재의 나우라가 출범했다. 식각(ICP)은 노스마이크로의 기술에서, 증착과 산화·확산로는 칠성화성의 기술에서 나왔다. 합병의 목적은 단순했다. '중국의 AMAT'를 만드는 것.
하지만 2024년 12월 이전까지, 나우라의 장비는 '2선급' 취급을 받았다. SMIC 팹 매니저가 나우라를 쓰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AMAT가 안 팔아주니까.
전환점은 두 가지가 겹쳤다. 하나는 엔티티리스트 등재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정부의 '50% 국산 장비 의무화' 지침이다. 새로운 팹을 짓거나 증설할 때, 국산 장비를 50% 이상 쓰지 않으면 정부 승인을 거절하는 방식이다. 공식 문서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입찰 조건을 통해 사실상 강제했다.
Zhao Jinrong 회장은 2026년 3월, 13인의 중국 반도체 업계 중역이 함께 그린 '2030년 80% 자급 목표' 계획서에 서명한 인물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7nm 공정 라인을 국산 장비로만 구축하고 시험하는 것이다. 2015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가 70% 자급 목표를 세웠다가 미달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속도가 다르다. 2022년 18%에서 2025년 35%까지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026년 1분기, 나우라의 영업 현금흐름은 7.48억 위안. 전년 동기 대비 143.27% 급증했다. 매출이 늘고, 돈이 들어오고, 그 돈을 R&D에 쏟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SMIC의 28nm 생산 라인에서 나우라의 산화·확산로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주문 백로그는 2027년 1분기까지 채워져 있다. AMAT가 빠진 자리를 나우라가 꽉 채운 것이다.
플랫폼 전략의 비밀 병기
나우라의 핵심 무기는 '플랫폼 장비사' 전략이다. 단일 공정만 파는 경쟁사와 다르다. 식각, 증착, 산화·확산, 세정, 이온주입, 코팅·현상까지 전 공정을 커버한다. 팹 매니저 입장에서는 한 곳에서 대부분의 장비를 조달할 수 있다. 통합 서비스, 통합 교정, 통합 납기 관리. AMAT가 글로벌 1위인 이유와 같은 논리다.
식각 분야에서 나우라는 ICP(유도결합 플라즈마)를, AMEC는 CCP(용량결합 플라즈마)를 주력으로 한다. 서로 다른 기술 경로다. 경쟁보다 보완 관계에 가깝다. AMEC가 5nm급 CCP 식각으로 TSMC 검증에 들어간 반면, 나우라의 ICP 식각은 14nm 이상 성숙 공정에서 양산 실적을 쌓고 있다. PVD(물리적 기상 증착)에서는 중국 내 준독점 지위. 박막 증착 분야에서 나우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4~65%다.
2026년 들어 신무기가 등장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조용 장비다. SEMICON China 2026에서 12인치 하이브리드 본딩 시스템(Qomola HPD30)을 공개했다. Die-to-Wafer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검증을 완료했다. 세계 최초로 600mm 패널 레벨 패키징(PLP) 데모 장비도 출하했다. 코팅·현상 장비(트랙) 분야는 선양 코리퀴프 지분 인수를 통해 진입했다. 도쿄일렉트론(TEL)이 독점하던 트랙 시장에 중국 기업이 들어간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나우라의 중국 WFE(웨이퍼 제조 장비) 수요 점유율은 2024년 약 10%에서 2027년 약 20%로 늘어날 전망이다. HSBC는 2026년 메모리 고객 주문이 50% 이상, 로직 고객 주문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 단순한 성숙 공정 대체에서 첨단 로직·메모리 확장으로 서사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한계가 뚜렷하다.
첫째, 노광 장비가 없다. 반도체 장비 지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노광은 여전히 ASML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 장비가 없으면 자급률 35%가 50%가 될 수 없다. SMEE(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90nm급 DUV를 양산하고 있지만, ASML의 첨단 DUV나 EUV에는 수년의 격차가 있다.
둘째, 엔티티리스트로 인한 부품 조달 차단. 미국산 정밀 제어 시스템, 특수 가스, EDA 소프트웨어를 직접 살 수 없다. 2026년 2월, AMAT가 한국 자회사를 통해 SMIC에 우회 수출하려다 2.5억 달러(약 3,400억 원) 벌금을 맞은 사례가 있다. 나우라도 같은 방식으로 우회 조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중국 내 부품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첨단 공정용 핵심 부품은 아직 갭이 크다.
| 기술 분야 | 나우라 수준 | 글로벌 선두 | 격차 |
|---|---|---|---|
| 식각(ICP) | 14nm 양산, 7nm 테스트 | AMAT·LRCX: 3nm 양산 | 1~2세대 |
| 증착(PVD) | 14~28nm 양산, 중국내 65% 점유 | AMAT: 3nm 양산 | 1~2세대 |
| 산화·확산 | 28nm 이상 (SMIC 60% 점유) | TEL: 첨단 양산 | 성숙 공정 경쟁력 확보 |
| 하이브리드 본딩 | D2W 검증 완료 | AMAT: 양산 단계 | 1단계 격차 |
| 노광 | ❌ | ASML: EUV/High-NA 독점 | 전 영역 의존 |
글로벌 1위와의 거리는
AMAT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약 283억 달러(약 42조 원). 나우라의 2025년 매출은 약 56억 달러(약 7.4조 원).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5배 차이.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AMAT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4년 약 40%에서 2025년 2528%로 하락했다. 2026 회계연도에는 67억 달러(약 8,000억~9,4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AMAT CEO Gary Dickerson은 "여러 무역 규칙 변화로 중국 내 가용 시장이 축소됐다"고 공식 인정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2025 회계연도에만 4억 달러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기존 설치 장비의 유지보수도 규제에 막힌 것이다.
빈자리를 나우라가 채운다. 중국은 2024년 410억 달러(약 61조 원)어치 반도체 장비를 샀다. 전 세계의 40%. 이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빠지면, 나우라가 가져간다.
| 항목 | NAURA | AMAT | LRCX | ASML |
|---|---|---|---|---|
| 2025 매출 | 56억 달러 | 283억 달러 | 207억 달러 | 340억 달러 |
| 중국 매출 비중 | ~100% | 25~28% (↓) | ~30% | ~30% |
| R&D 비율 | 12~15% | ~13% | ~10% | ~14% |
| 글로벌 순위 | 5위 | 1위 | 3위 | 2위 (노광 독점) |
| 엔티티리스트 | 등재(2024.12) | 해당 없음 | 해당 없음 | 해당 없음 |
| 중국 내 전망 | 점유율 확대 | 매출 손실 가속 | 선단공정 유지 | DUV 공급 유지 |
버즌스틴은 2025년 5월 리포트에서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21%에서 2028년 약 4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 35%. 이 속도라면 2028년에 중국 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산 장비로 채워진다. 골드만삭스는 나우라에 'Buy' 등급과 719 위안 목표가를, JPMorgan은 700 위안 목표가를 제시했다. 시장 컨센서스 평균은 734 위안.
한국이 경계해야 하는 이유
한국 반도체 장비 업계에 나우라의 부상은 이중 타격이다.
첫째, 중국 시장 점유율 잠식. 원익IPS와 세메스는 중국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원익IPS의 중국 매출은 약 2,610억 원 규모.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메스는 세정·트랙 장비 분야에서 강점이 있지만, 중국의 ACM Research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리서치에 따르면 나우라의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세메스의 8배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매출 규모에서도 나우라가 세메스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삼성·SK하이닉스의 공급망 이원화 압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팹을 운영하면서 'China-Free' 버퍼 전략을 쓰고 있다. 2026년부터 미국이 기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면제를 종료하고 '연례 라이선스'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국 내 팹에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해졌다. 동시에 중국 정부의 50% 국산 장비 사용 압박도 받는다. 한국 장비업체들은 이 양쪽 압력 사이에 끼인 셈이다. 중국 내 팹에 장비를 팔면 미국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안 팔면 중국 로컬 기업이 자리를 가져간다.
셋째, 기술 격차 축소 속도. 한국 장비업체의 경쟁력은 첨단 공정(HBM, 2nm 로직) 기술력에 있다. 하지만 나우라가 R&D를 매출의 13% 이상 쏟아붓고, 2027년까지 WFE 점유율을 20%로 늘리겠다는 궤도에 올라섰다. 성숙 공정에서의 한국 기업 입지는 빠르게 좁아진다. 원익IPS의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감소가 예상된다. 수주 잔고(약 4,000억 원)가 버팀목이지만, 3분기에나 반등이 기대된다.
한국이 지켜야 할 것은 명확하다. 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2nm 이하 공정용 고종횡비 식각, ALD(원자층 증착) 등 아직 나우라가 따라오지 못한 영역에서 기술 우위를 벌리는 것. 동시에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동남아 파운드리 고객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 원익IPS가 삼성전자 테일러 팹과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우라의 2026년 상반기 전체 실적은 8월 26일 발표 예정이다. 1분기의 강한 모멘텀이 2분기로 이어졌는지, R&D 투자가 이익을 얼마나 잠식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Zhao Jinrong 회장이 그린 2030년 80% 자급 목표가 현실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2025년 35% 돌파, 2027년 70% 목표(성숙 공정 기준)라는 궤도는 이미 타고 있다. 노광 장비라는 가장 큰 구멍이 남아 있지만, 그 외 공정에서의 추격 속도는 글로벌 업계 예상을 빗겨나가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낳은 가장 역설적인 결과물이, 베이징에서 자라고 있다. 한국 장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