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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카이버가 멈춘 자리: 12개월 공백, 커스텀 ASIC, 그리고 한국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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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차세대 랙 아키텍처 카이버 NVL144가 PCB 제조 난제로 2028년까지 12개월 이상 지연됐다. 루빈 울트라 4칩 설계도 취소되며 엔비디아의 1년 공백이 현실화됐다. 이 틈을 타고 앤스로픽-삼성전자 2nm GAA 협력, 구글 TPU, 아마존 Trainium 3, AMD MI500X 등 커스텀 ASIC 경쟁이 가속화된다. 한국은행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450억 달러에 경고했고, 삼성·SK·마이크론을 상대로 한 DRAM 가격 담합 소송이 제기되며 700% 폭등의 이면에 'AI 수요 명목의 공급 조작' 가능성이 드러났다. 삼성·SK의 2,000조 원 반도체 슈퍼프로젝트 발표로 한국의 노드 가치가 부각되는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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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7일 오전 4:03

엔비디아 카이버가 멈춘 자리: 12개월 공백, 커스텀 ASIC, 그리고 한국의 승부
엔비디아 카이버가 멈춘 자리: 12개월 공백, 커스텀 ASIC, 그리고 한국의 승부

7월 첫 주, AI 인프라 시장에 작지 않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랙 아키텍처인 카이버 NVL144의 출시가 12개월 이상 지연돼 2028년으로 밀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젠슨 황 CEO가 GTC에서 공개한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죠. 원인은 PCB 미드플레인, 그러니까 78층에 달하는 초고밀도 기판을 25마이크로미터 이하 선폭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난제입니다. 144개의 GPU를 단일 도메인에 묶는 이 시스템은 기존 케이블 방식으로는 무게와 신호 감쇠를 감당할 수 없어 이 정교한 백플레인이 필수였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 셈이죠.

하지만 이번 지연이 단순한 공급망 이슈로만 읽히지는 않습니다. 엔비디아는 카이버뿐 아니라 루빈 울트라의 4칩 버전도 함께 접었습니다. TSMC CoWoS-L 패키징에서 기판 휨 현상이 발생해 2칩 구성으로 후퇴한 건데요. 1세대 루빈은 예정대로 올가을 출하되지만, 그다음을 책임질 시스템이 사실상 1년 이상 공백 상태에 놓인 겁니다. 엔비디아의 랙 레벨 AI 인프라 추진 속도가 엔지니어링의 벽에 부딪혔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 틈새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엔비디아의 공백이 불러온 커스텀 ASIC 경쟁의 가속화, 그리고 이 흐름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던지는 기회와 위험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노리는 자들​​

​​1. 카이버가 멈추고, 루빈 울트라가 작아졌습니다​​

SemiAnalysis의 보도에 따르면, 카이버 NVL144 랙은 PCB 미드플레인 제조 공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출시가 2028년으로 12개월 이상 지연됐습니다. 이 제품은 144개의 GPU를 단일 시스템에 통합하는 랙 레벨 아키텍처로, 엔비디아가 GTC 2026에서 야심 차게 공개했던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핵심이었죠. 그런데 M9급 동박 적층판과 석영 직물, PTFE 혼합 재료로 78층을 쌓아 올리는 이 기판의 제조 난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모양입니다. 448G 이상의 SerDes 속도에서 신호 무결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양산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죠.

여기에 루빈 울트라의 4칩 설계 취소도 겹쳤습니다. 당초 4개의 연산 칩과 16개의 HBM4E 모듈을 단일 패키지에 통합하려던 계획이었는데, TSMC CoWoS-L 공정에서 기판 휨 현상이 발생해 2칩 구성으로 축소된 겁니다. 성능은 기존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물론 엔비디아는 1세대 루빈 시스템을 예정대로 올가을부터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다음 세대를 책임질 시스템이 1년 이상 공백이라는 점은, 대규모 AI 학습 시나리오에서 엔비디아의 경쟁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2. 앤스로픽이 삼성 2나노를 택한 이유​​

이런 틈새를 가장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곳이 바로 AI 모델 기업들입니다. 앤스로픽이 삼성전자와 2nm GAA 공정을 활용한 맞춤형 AI 칩 개발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죠.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앤스로픽은 이미 오픈AI의 맞춤형 칩 팀 출신인 클라이브 찬을 영입하며 자체 칩 개발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삼성전자로서는 테슬라, 메타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열린 셈입니다.

앤스로픽의 선택은 단순히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을 넘어, 모델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해 추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는 전략입니다. 구글 TPU, 아마존 Trainium, 오픈AI의 할라피뇨까지, 빅테크와 AI 스타트업 할 것 없이 커스텀 ASIC 경쟁에 뛰어들고 있죠. 삼성전자로서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2nm GAA 공정의 수율이 아직 안정화 단계라는 점은 넘어야 할 산입니다.

​​3. 2,000조 원 베팅과 450억 달러 경고​​

한국 정부와 삼성·SK는 10년간 총 2,000조 원 규모의 반도체·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평택에 4~5개의 팹을 짓고, 용인 클러스터를 확장하며, AI 데이터센터까지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죠. 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시장은 이 발표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대규모 자본 지출이 단기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

그런데 정작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겁니다. 현재 이 상품들의 자산운용규모는 약 450억 달러에 달하고,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며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죠. 금융감독원장이 “도입을 막았어야 했다”고 공개 후회할 정도로 부작용이 커진 상황입니다. AI 호황이 낳은 또 다른 그림자인 셈이죠.

​​4. DRAM 700% 폭등, 그 이면의 소송​​

메모리 가격이 지난 4년간 누적 700% 가까이 폭등한 데 대해, 미국 소비자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I용 HBM 생산에 집중하느라 범용 DRAM 공급을 인위적으로 축소해 가격을 조작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소비자용 브랜드 크루셜 사업을 접고 AI 고객에 집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물론 메모리 3사는 AI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과거 1998~2002년에도 이들은 DRAM 가격 담합으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7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소송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AI 수요라는 명분 뒤에 가려진 공급 구조의 쏠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임은 분명합니다.

​​5. AI 버블론이 다시 고개를 듭니다​​

마이클 버리가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AMD, 테슬라에 대한 숏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테슬라는 2분기 인도량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음에도 주가가 8% 이상 빠졌고, 애플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했죠. 오픈AI의 IPO 연기설, 메타의 유휴 연산 자원 외부 판매 검토 소식까지 겹치며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AI 수요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관점이 '무조건적인 확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정확할 겁니다. 앤스로픽의 자체 칩 개발이나 메타의 연산 자원 임대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죠. AI 산업이 이제 '누가 더 많이 쓰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쓰는가'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멈춘 1년, 한국 반도체의 시간​​

엔비디아의 물리적 한계

카이버의 지연과 루빈 울트라의 축소는 단순한 일회성 이슈가 아닙니다. 반도체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이제 성능 향상의 무게 중심이 '시스템 레벨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죠. 엔비디아는 GPU를 수직으로 쌓고, 광학 인터커넥트로 연결하고, 800V HVDC 전원 구조를 도입하는 등 랙 전체를 하나의 컴퓨터로 만드는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PCB 제조라는 뜻밖의 벽에 부딪힌 겁니다.

이런 현상은 TSMC의 첨단 패키징 로드맵에서도 확인됩니다. CoWoS-L의 후속으로 준비 중인 CoPoS는 2028년 말에서야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죠. 엔비디아가 칩 크기를 무한정 키우는 전략을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워진 이유입니다. 반면 경쟁사들은 거대한 단일 칩 대신,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전용 칩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 물리적 장벽을 우회하고 있습니다. 구글 TPU, 아마존 Trainium, 오픈AI 할라피뇨가 모두 그런 전략의 산물이죠.

삼성 파운드리의 기회와 숙제

앤스로픽이 삼성전자 2nm GAA 공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TSMC에 집중됐던 AI 칩 파운드리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슬라, 메타와의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 수주 잔고 50조 원을 확보한 상태고, HBM4E 수율도 70%를 넘기며 안정권에 진입했죠.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은 삼성만의 차별화된 무기입니다.

하지만 2nm GAA 공정의 양산 수율이 아직 TSMC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입니다. 앤스로픽과의 협력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70% 이상의 안정적인 수율을 입증해야 하죠. 삼성전자가 이 과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번 기회가 일시적 틈새에 그칠지, 아니면 파운드리 판도를 바꿀 전환점이 될지가 결정될 겁니다.

슈퍼 사이클과 레버리지의 역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85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SK하이닉스는 7월 10일 나스닥 ADR 상장을 앞두고 있죠. 2,0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이런 호황을 장기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증시는 이 호재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면서, 작은 악재에도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의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이 쏠림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AI 호황이 가져온 부의 집중이, 역설적으로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모양새입니다.

사유

엔비디아의 1년 공백은 단순한 공급망 이슈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주도권이 재편될 수 있는 구조적 균열입니다. 범용 GPU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각자의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이 부상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거죠. 이 흐름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분명한 기회입니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니까요.

하지만 기회의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만들어낸 증시 변동성, DRAM 가격 담합 소송이 드러낸 공급 구조의 쏠림, 그리고 대규모 투자가 가져올 재무 부담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한국 반도체의 호황을 떠받치는 동시에, 언제든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들입니다. 엔비디아가 잠시 멈춘 이 시간을, 한국이 단순한 반사이익이 아니라 구조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가 궁금해지는 까닭입니다.


엔비디아의 카이버 지연은 AI 인프라 시장에 예상보다 큰 파문을 던졌습니다. 1세대 루빈이 그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고, 그 틈새를 커스텀 ASIC 진영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죠. 삼성전자에게는 2nm 파운드리 수주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한국 증시의 레버리지 리스크와 DRAM 소송이라는 복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하반기의 핵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7월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과 10일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이 흐름에 어떤 방향성을 더해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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