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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가 상승, 정유사 희비가 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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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수익도 자동으로 늘어날까요? 핵심은 휘발유·디젤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정유마진(crack spread)입니다. 10월 초 미국 3-2-1 크랙 스프레드는 배럴당 약 60달러로 1년 전의 2.6배, 디젤 크랙은 약 102달러까지 벌어졌어요. 같은 유가 상승에도 운송비와 정제 능력에 따라 미국과 유럽·아시아 정유사의 성적이 갈리는 이유, 수요 감소와 정책 개입 리스크까지 살펴봅니다.

기본기, 더 깊게

2026년 10월 16일 오전 9:04

같은 유가 상승, 정유사 희비가 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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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유소 기름값을 보면 한숨이 나오죠. WTI(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배럴당 98달러 안팎까지 올랐고, 미국 디젤 소매가는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어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기준 원유 재고도 예상을 깨고 855만 배럴이나 줄었죠.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유가가 이렇게 오르면 정유사들은 돈을 많이 버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죠. 이 등식은 절반만 맞아요. 유가 상승이 정유사 수익으로 직결되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정유마진(crack spread)​​이라는 다리가 하나 더 있거든요.

밀가루값이 올랐다고 빵집이 좋아지는 건 아니죠

동네 빵집을 떠올려볼게요. 밀가루 한 포대로 꼬불꼬불한 파스타도 만들고 갓 구운 빵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파스타값과 빵값은 따로 움직이죠. 빵집 사장님의 수익은 밀가루 가격이 아니라, 파스타값과 빵값을 합한 매출에서 밀가루값을 뺀 나머지에서 나와요.

정유사도 똑같아요. 원유는 밀가루, 휘발유와 디젤은 완성품이에요. 정유사의 수익은 원유 가격이 아니라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나머지', 즉 정유마진에서 나옵니다. 밀가루가 10% 올랐는데 빵값은 그대로면 마진이 줄어들고, 밀가루가 내려갔는데 빵값이 안 내려가면 마진이 확 벌어지는 구조죠.

이 정유마진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표가 ​​3-2-1 크랙 스프레드(3-2-1 crack spread)​​예요. 원유 3배럴을 정제해 휘발유 2배럴과 디젤 1배럴을 만든다고 가정하고, 이 제품들을 팔아서 원유값을 빼고 남는 금액을 계산하는 거죠. 밀가루 3포대로 파스타 2인분과 빵 1개를 만드는 셈이에요.

올해 10월 초 기준 미국 3-2-1 크랙 스프레드는 배럴당 약 60달러를 기록했어요. 1년 전 약 23달러와 비교하면 2.6배 수준이죠. 역사적으로 크랙 스프레드가 대부분 15~35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는 걸 감안하면, 지금이 얼마나 이례적인 구간인지 알 수 있어요.

특히 디젤 쪽이 압도적이에요. 10월 초 뉴욕항 디젤 크랙 스프레드는 배럴당 약 102달러까지 치솟았거든요. 같은 시기 휘발유 크랙이 약 46달러였으니, 같은 원유에서 나온 제품인데 가치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진 셈이에요.

같은 유가 상승인데, 왜 성적이 갈릴까

여기서 흥미로운 갈림길이 나와요. 올해 유가는 모두에게 똑같이 올랐는데, 유럽과 일부 아시아 정유사들은 수익성이 급감했고 미국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가장 큰 갈림길은 ​​원료 조달 비용​​이에요. 유럽 정유사들은 원유를 사올 때 벤치마크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야 했고, 유조선 운임까지 기록적으로 치솟았어요.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운송비가 1년 전 배럴당 4달러에서 약 30달러로, 중동 노선은 35달러까지 뛰었죠. 북서유럽 정유마진은 9월 초 배럴당 54달러에서 10월 초 마이너스 11달러까지 추락했다가 겨우 3달러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예요. 밀가루를 사오는 값이 폭등해버린 빵집이 된 거죠.

반면 미국 정유사들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쓸 수 있어서 이런 운임 폭탄을 피할 수 있었어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정유사 이익이 기존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제 능력​​도 결정적인 갈림길이에요. 전 세계 정유 설비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하루 600만~800만 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이 중동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멈춰 섰어요. 중동에서는 약 20개 정유 공장이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는 드론 공격으로 정유 시설 상당 부분이 가동을 멈췄죠.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료 가격 상승의 주범이 원유 가격이 아니라 바로 이 정유 시설 중단이라고 정리했을 정도예요.

​​제품별 수급​​도 무시할 수 없어요. 정유 공정의 특성상 원유 한 배럴에서 나오는 디젤의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디젤 수요는 가격이 올라도 잘 줄지 않는 반면, 휘발유는 재고가 오히려 늘고 있어요. 10월 9일 기준 미국 증류유(디젤·난방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12% 낮은 수준까지 줄었는데, 휘발유 재고는 350만 배럴 늘었습니다. 디젤은 귀하고 휘발유는 남아도는, 정유사 입장에서 제품 비율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구조적 딜레마인 거죠.

수혜와 부담, 숫자로 확인해볼까요

미국 정유 3인방의 성적표를 보면 정유마진의 힘이 실감 나요.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의 주가는 52주 최저 155달러에서 최고 461달러까지 올랐고, 마라톤 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은 2분기 영업이익이 73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2억 달러에서 3배 넘게 뛰었어요. UBS는 마라톤의 3분기 주당순이익을 24.94달러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510달러로 올렸고요. 필립스 66(Phillips 66)도 2분기 정유 가동률 96%를 기록하며 마진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았습니다.

통합 에너지 기업들도 정유 부문에서 웃고 있어요. BP의 3분기 정유 지표 이익률은 배럴당 46.7달러로, 2분기 29.6달러와 전년 동기 15.8달러를 크게 웃돌았죠. 쉘(Shell)도 3분기 정유 이익률이 배럴당 42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요. 정유 사업을 줄여왔던 메이저 기업들이 다시 정유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분위기예요.

한국 정유사들도 2분기 좋은 성적을 냈어요. S-Oil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5,324억 원, SK이노베이션의 SK에너지는 6,512억 원, GS칼텍스는 2조 1,993억 원을 기록했죠. 특히 눈에 띄는 건 윤활기유예요. S-Oil 윤활 부문 영업이익 4,774억 원, SK엔무브 6,919억 원, GS칼텍스 3,577억 원으로, 정유마진과 함께 국내 정유사 실적을 떠받치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편도 있어요. 디젤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 트럭 운송 비용은 전월 대비 3.8%, 항공권 가격은 전년 대비 22.4% 올랐어요. 식품 및 주류 도매 물가도 전월 대비 6.7% 뛰었고요. 9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1.3% 오르며 4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한 것도 에너지 가격이 생산 단계 전반으로 퍼진 결과죠.

여기서 한 가지 함정도 짚어볼게요. 정유사 실적에는 ​​재고평가손익​​이라는 변동성이 큰 항목이 있어요. 원유를 사들인 뒤 가격이 오르면 재고 가치가 올라 이익이 되지만, 반대로 가격이 급락하면 평가손실로 돌아와요. 실제로 S-Oil은 올해 상반기 3,431억 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기록했고, SK에너지는 2분기에 5,600억 원의 재고 관련 이익을 봤어요. 정유사 실적을 읽을 때 정유마진과 재고 효과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유마진 호황,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의 높은 정유마진이 영원할 것 같지는 않아요. 리스크는 크게 네 갈래로 나눠볼 수 있겠어요.

우선 ​​수요 감소​​예요. IEA는 고유가로 인해 2026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26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어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수요가 줄면 제품 가격도 결국 따라 내려오게 되죠.

​​정책 개입​​도 변수예요. IEA 회원국들은 디젤 2,000만 배럴 이상을 방출하기로 합의했고,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초과이익세 부과를 다시 검토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디젤 수출 금지 카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고요.

​​원료 부족과 가동 차질​​도 빼놓을 수 없어요.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원유를 사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죠. 게다가 정유마진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유럽과 아시아의 한계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가동을 줄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정유마진이 아무리 높아도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어요.

반면 구조적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에요. IEA는 디젤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고, 블룸버그NEF(BNEF)는 20262030년 글로벌 정유 능력이 하루 420만 배럴 늘어나겠지만 그 증가분의 71%가 중국과 인도에 집중된다고 분석했어요. 정유 설비 신설에 34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죠.

결국 정유사 실적을 읽는 핵심은 유가의 방향이 아니라 '제품과 원료의 격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이에요. 크랙 스프레드와 제품별 재고 흐름을 함께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면, 유가 헤드라인만 좇을 때 놓치는 것들을 훨씬 많이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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