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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잔고는 사상 최대, 주가는 반값인 오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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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ORCL)은 FY27 1분기에서 매출 193억 달러(+30%), OCI +121%, RPO 6,64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분기 자본지출 285억 달러가 잉여현금흐름을 -54억 달러로 밀어내 주가는 고점 대비 반값이다. 벌점은 부채·주식 희석·OpenAI 집중이다. 선행 P/E 18.5배는 피어 중앙값보다 29% 낮지만 FCF 흑자 전환이 2028~2029년으로 미뤄져 판정은 근거 부족이다. 10월 28일 Investor Day의 FCF 경로와 2분기 실적의 RPO 전환 속도가 판정을 좌우한다.
DISCOUNTED
2026년 9월 13일 오전 9:33


DISCOUNT CHECK: 미국 · 오라클(ORCL) · 2026년 9월 11일 종가 150.15달러
오라클은 9월 10일 장 마감 후 2027 회계연도 1분기(8월 말 종료) 실적에서 매출 193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30%), 조정 EPS 1.92달러(+30%), 클라우드 인프라(OCI) 매출 +121%를 기록했다. 매출과 이익이 컨센서스를 모두 상회했고, 수주 잔고인 잔여이행의무(RPO)는 6,64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발표 직후 시간외에서는 한때 9%까지 뛰었고 다음 날 개장도 8%대 상승으로 출발했지만, 오른 폭은 그날 안에 모두 반납됐다.
시장이 점수를 깎은 곳은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현금흐름표다. 분기 자본지출 285억 달러가 잉여현금흐름을 -54억 달러로 밀어냈고, 200억 달러 신주 발행까지 완료된 대차대조표가 그 위에 놓여 있다. 호실적과 벌점이 한 몸에 붙어 있으니, 벌점이 실제 사업 훼손보다 큰지부터 따져야 한다.
벌점의 크기, 54%와 18.5배
벌점의 크기부터 잰다. 9월 11일 종가 150.15달러는 52주 최고점 329.5달러보다 약 54% 낮은 자리고, 실적 발표 전까지 연중 누적 수익률 -22%로 같은 기간 S&P500(+11%)과 갈라진 흐름을 그렸다. 시가총액은 약 4,325억 달러로 집계된다.
가격의 반대편 숫자를 잰다. 회사가 상향한 FY27 조정 EPS 가이던스 8.10달러를 분모에 넣으면 P/E는 150.15달러÷8.10달러≈18.5배다. 매출과 이익이 30%씩 자라는 회사의 자리치고는 낮다.
다만 이 숫자를 받아들이는 지분의 조건을 먼저 적어둔다. 희석 주식 수가 전년 대비 3.1% 늘었고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최하단에 걸려 있다. 낮은 멀티플이 '싸다'인지 '싸 보인다'인지는 현금흐름을 보고 가린다.
현금흐름표에 찍힌 벌점
약세론은 이번 분기 숫자만으로도 강하다. 자본지출 285억 달러는 전년 동기 85억 달러의 3배가 넘고 컨센서스(198억 달러)를 크게 웃돌아, 분기 매출 193억 달러의 147%에 이른다. 전년 회계연도 연간 잉여현금흐름 -237억 달러에 이어 FY27에도 900억~950억 달러 지출 가이던스가 유지됐다.
채권시장은 이미 답을 내놨다. S&P는 7월 오라클을 BBB-로 강등했고(무디스 Baa2, 전망 부정), 5년물 CDS는 8월 219bp까지 확대돼 마이크로소프트의 약 4배 수준이다. 장부 차입부채 약 1,250억 달러 위에 장기 데이터센터 리스 약정이 별도로 얹혀 있다는 것도 평가사들의 지적이다.
벌점이 부채에만 있지 않다. GAAP 매출총이익률은 67.3%에서 60.0%로 7.3%포인트 꺾였고 감가상각비가 전년 대비 134% 늘어 매출의 16%를 넘었으며, 전통 소프트웨어 매출은 -3%로 두 분기 연속 줄었다. 평가사 추산으로 RPO의 절반가량이 단일 거래상대방인 OpenAI와의 계약에서 나온다는 집중도까지 겹쳐 있다.
회계 논란도 멀티플의 상단을 누른다. GPU를 느리게 상각해 이익을 부풀린다는 마이클 버리의 주장은 2028년까지 이익의 26~27%가 과대계상될 수 있다는 수준까지 나와 있다. 실적 직후에도 RBC는 목표가를 190달러에서 165달러로, BMO는 220달러에서 195달러로 낮췄다.
수요는 검증됐지만 현금은 아직 아니다
사업 자체의 체력은 분명하다. 영업현금흐름 230억 달러는 고객 선수금 113억 달러 수취를 포함한 역대 최대였고, GPU 가동률은 97.9%에 달했다. 만료된 GPU는 기존 계약보다 20% 높은 가격에 갱신되거나 재판매됐고 그중 상당수는 4년 넘게 쓴 자산이다.
물량도 실제로 나오고 있다. 분기에 850MW와 GPU 30만 개 이상을 인도해 직전 분기의 약 3배, FY26 전체 인도량의 73%에 닿았다. 회사는 RPO의 절반이 36개월 안에 매출로 전환된다고 보았고, 1분기 신규 AI 계약 300억 달러 이상은 대부분 선불이나 고객 직접 하드웨어 구매(BYOH) 방식이라 추가 자본 투입 없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재무 쪽 개선 조짐도 있다. 200억 달러 ATM 증자 완료로 순부채는 전분기보다 약 10% 줄어든 882억 달러고, 연간 순현금 자본지출을 700억 달러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상한이다.
그러나 이는 전환이 아니라 약속의 단계다. S&P가 강등 근거로 제시한 FY27 잉여현금흐름 적자 전망은 420억 달러 안팎이고, 흑자 전환은 낙관적 추정에서도 2028~2029년으로 잡힌다. 램프업을 마친 프로젝트가 세후 EBITDA의 거의 10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것도 아직은 경영진의 주장이다.
P/E의 할인과 EV/EBITDA의 부재
자기 역사부터 잰다. 데이터업체 VCP Scanner 기준 현재 TTM P/E 25.9배는 8년 중앙값 30.7배보다 (30.7−25.9)÷30.7≈16% 낮은, 자기 밴드의 38번째 백분위다. 모닝스타 집계로도 현재 P/E 25.2배는 5년 평균 32.1배 아래다.
피어와도 잰다. VCP Scanner가 사업 유사성으로 뽑은 5사(SAP·IBM·마이크로소프트·ServiceNow·Intuit)의 선행 P/E 중앙값 26.0배에 오라클의 18.5배(FY27 가이던스 기준)를 대면 할인율은 (26.0−18.5)÷26.0≈29%다. 다만 오라클은 이제 매출의 38%가 인프라인 혼합체라 순수 SaaS나 소매 겸업 클라우드 어디에도 온전히 대응하지 않고, 피어의 대차대조표가 훨씬 깨끗하다는 점이 할인의 정당성 논거다.
반대 잣대를 하나 더 놓으면 답이 달라진다. TTM EV/EBITDA 19.4배는 자기 8년 중앙값 18.7배보다 약 4% 높은 63번째 백분위다. 몸통(기업가치) 기준으로는 역사적 밸류에이션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고, 주식 멀티플의 할인 상당분이 부채와 희석의 보상임을 보여준다.
비교 대상 두 개를 대조하면 순위가 더 명확해진다. MSFT는 TTM P/E 27.5배에 TTM 주당 잉여현금흐름 +9.02달러, AMZN은 TTM P/E 20.4배에 같은 항목 -1.08달러다.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시장이 반드시 벌하지는 않지만, 조달 여력이 두터운 대형 클라우드사와 BBB- 오라클에 같은 눈높이를 적용할 이유도 없다.
판정과 다음 확인 지점
판정: 근거 부족
수요와 이익 성장은 진짜고 P/E 할인도 분명하다. 그러나 'FCF 마이너스가 일시적인가'라는 물음에는 공개 데이터로 아직 답이 없고, 적자가 두 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와 EV 기준으로는 싸지 않다는 계산이 벌점이 사업 훼손보다 크다는 단정을 가로막는다.
판정을 저평가로 올릴 재료는 구체적이다. 10월 28일 Investor Day에서 순현금 자본지출 700억 달러 상한과 FCF 흑자 전환 시점이 숫자로 제시되는 것이 첫 번째다. 연간 매출 900억 달러 하한을 지키려면 하반기 분기 평균 247억 달러(전년 대비 약 +36%)가 필요하므로, 이어지는 2분기 실적이 그 궤적을 확인하는 것이 두 번째다.
반대로 판정을 밸류 트랩 경계로 내리는 조건도 같은 축 위에 있다. OCI 증가율이 세 자릿수에서 꺾이거나 순현금 자본지출 상한이 깨져 증자가 재개되는 순간, 18.5배는 회사의 할인가가 아니라 지분 희석의 할인가로 바뀐다. 9월 11일 미국 CPI에서 근원 상승률(전월 0.3%, 예상 0.2%)이 예상을 넘어 9월 16일 FOMC의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태라서, 금리가 더 오르면 4.96%까지 올라온 10년물(9월 10일) 앞에서 성장주 멀티플과 BBB- 조달 비용이 같은 방향으로 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