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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I 메모리 3강의 잊힌 축이 다시 무대 중앙으로 나오는 이유
내용 요약중...
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 84.9%와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 사이에서 삼성전자는 90조 원 자사주 매입과 1,000조 원 10년 투자 계획으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HBM4 세계 최초 양산, 파운드리 적자 탈피 시도, 2,655조 원 규모 메가프로젝트까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3번째 축이 왜 지금 다시 주목받는지 살펴봅니다.
컴퍼니 디깅 클럽
2026년 7월 1일 오전 8:16


마이크론이 분기 매출 415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84.9%를 발표하며 AI 메모리 시장의 확정 자산처럼 불리는 건 이제 주식 시장에서 일상이 됐습니다. SK하이닉스도 2026년 7월 나스닥 ADR 상장을 공시하며 한국 시총 1위를 삼성전자에게서 잠깐 빼앗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죠. 그런데 정작 두 회사가 짊어지는 AI 슈퍼사이클의 3번째 축, 삼성전자는 한동안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었습니다. HBM3E 인증 지연, 파운드리 적자 누적, 시총 1위 상실이라는 연속된 악재 속에서 말이죠. 그런데 지난 한 주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9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 추진 소식에 주가가 하루 9.8% 급등하며 시총 1위를 탈환했고, 이어 정부와 함께 10년간 1,000조 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무대 중앙으로 올라섰습니다. 오늘은 이름은 누구나 아는데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압도적 다수가 모르는 회사, 삼성전자를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80년 역사의 무역회사가 반도체 제국이 되기까지
🏭 무역상에서 시작해 DRAM까지 점프한 호남 창업가
삼성전자의 출발은 1938년 대구에서 이병철이 세운 '삼성상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말 그대로 생선과 과일을 싣고 다니던 무역 회사였죠. 1969년 삼성전자가 설계될 때만 해도 주력은 가전이었습니다. 진짜 전환점은 1983년, 이병철이 "반도체를 안 하면 한국 미래가 없다"며 DRAM 진출을 선언한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도시바와 NEC가 시장을 장악하던 시기라 업계 안에서는 무모한 도박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는데요.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DRAM 점유율 41%, NAND 32%로 양대 메모리 시장에서 부동의 1위입니다. 단순히 점유율이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비율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합친 것보다 삼성 혼자가 더 큰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는 의미이며, 메모리 가격 결정권이 사실상 삼성의 증설 속도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메모리 너머의 사업 포트폴리오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는 단순한 메모리 회사가 아닙니다. DS(Device Solutions) 부문이 반도체를 담당하고, DX(Device eXperience) 부문이 스마트폰·TV·가전을 책임지며, SDC가 디스플레이를 맡는 3축 구조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갤럭시 S 시리즈와 폴더블폰으로 애플 다음의 프리미엄 브랜드 자리를 지키고 있고, OLED 패널은 애플 아이폰의 핵심 공급망이기도 하죠. 쉽게 말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가 돈을 벌고, 메모리가 싸지면 스마트폰과 가전이 방어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구조가 최근 메모리 슈퍼사이클에서는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됐는데요. 메모리 원가가 급등하자 DX 부문의 스마트폰 하드웨어 마진이 메모리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지 못해 적자로 돌아선 겁니다. 삼성이 스마트폰 판매가를 10~15% 올렸음에도 메모리 비용 인상분을 다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은, 메모리 강자의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숫자로 보는 삼성전자의 현재 위치
📊 1분기 역대 최대 실적과 2분기 컨센서스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인 133.9조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6% 폭증한 57.23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약 174조 원, 영업이익 약 82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DS 부문의 메모리 가격 상승이 핵심 동력입니다. 노무라 증권은 3분기 일반 DRAM 가격 상승률을 기존 전분기 대비 +5%에서 +24%로 대폭 상향했는데, 이는 HBM이 일반 DRAM의 생산 능력을 잠식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보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폭발적입니다. 다만 주가가 그대로 실적을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2026년 6월 22일,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2,080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2,066조 원을 처음으로 추월하며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 대장주가 교체되는 사건이 발생했거든요.
💰 90조 원 자사주 매입과 시총 1위 탈환
이 시총 역전은 단 하루 만에 원상복구됐습니다.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약 9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9.8%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이 규모는 지난 10년간 매입한 자사주 총액 30.7조 원의 약 3배에 달합니다. 다만 이번 매입은 일반적인 주주 환원이 아닙니다. 노사 합의에 따라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주식 형태의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기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도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1년과 2년의 보호예수 기간이 설정되므로 단기적으로 유통 물량 감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흥미로운 건 이 매입이 단순한 주가 부양이 아니라 미국 증시 상장(GDR 거래 재개) 논의와 경영권 방어라는 두 가지 목적이 겹쳐 있다는 점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에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12개월 목표주가로 보통주 48만 원을 제시했는데, 현재 주가 약 33만 원 대비 약 45%의 상승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HBM4와 파운드리, 삼성의 다음 10년 승부처
🧠 HBM4 세계 최초 양산과 점유율 역전 시도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승부수는 HBM4입니다. 2026년 2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양산 후 약 4개월 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6월 말 기준 누적 매출은 1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심 경쟁력은 공정 혁신에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기존 1b(12nm급) DRAM을 채택한 것과 달리 삼성은 1c(11nm급) DRAM과 4nm 파운드리 베이스 다이를 결합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이 덕분에 데이터 처리 속도가 초당 11.7Gbps로 국제표준을 46% 상회하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최상위 모델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위치까지 올라섰습니다. 트렌드포스와 번스타인은 삼성의 HBM 점유율이 2025년 27%에서 2026년 37%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56%에서 43%로 하락할 전망이죠. 일부 분석에서는 2027년에 삼성이 SK하이닉스를 점유율에서 추월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다만 삼성은 HBM3E 세대에서 엔비디아 품질 인증이 지연되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아픔이 있습니다. 12단 적층에서 발생하는 워피지(휨 현상)와 열 방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입니다. HBM4에서의 선제적 양산은 이 지연을 차세대 시장에서의 역전 기회로 바꾸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 파운드리 적자와 2나노 양산의 시급성
메모리가 슈퍼사이클을 타는 동안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적자에 머물러 있습니다. 올해 들어 누적 적자가 10조 원에 육밑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4나노 공정 수율은 70% 수준으로 안정화됐지만, 텍사스 테일러 라인 가동과 2나노 GAA 공정 램프업에 드는 비용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천명한 '시스템 반도체 1등' 목표가 숫자로 검증되려면 파운드리가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합니다. 한 가지 긍정적 신호는 2나노 공정의 수율이 초기 단계에서 약 55%를 기록하며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신규 고객사인 Groq의 LPU 물량 유입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하반기 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통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하반기 BEP(손익분기점) 도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파운드리 적자가 지속되면 메모리 캐시카우가 시스템반도체에 먹히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어, 이 부문의 흑자 전환 시점이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핵심 변수로 주목됩니다.
리스크와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
⚠️ 집중도, 경쟁, 거버넌스 삼중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하는 상황은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두 종목 비중이 1%포인트만 추가 상승해도 미국 투자회사법 분산 투자 규정을 적용받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20억 달러를 강제 회수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6월에는 하루 10% 폭락 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났으며,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매가 이를 증폭시켰습니다. 경쟁 측면에서도 변수가 있습니다. HBM4 인증이 계속 밀리면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이익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으로만 쏠리는 구도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DRAM 가격 담합 혐의로 집단 소송을 당한 것도 부담입니다. 거버넌스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경영권 프리미엄 방어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이슈가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 2,655조 원 투자의 실행력과 인프라 변수
삼성그룹이 발표한 2,655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은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입니다. 이 중 삼성전자에 2,450조 원이 배정되고, 반도체 부문에 2,100조 원이 집중됩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 원, 광주 신규 팹에 400조 원, 천안 HBM 팹에 56조 원이 투입됩니다. 용인 6공장 완공 시점을 기존 2047년에서 2040년으로 7년 앞당기는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투자 규모가 합리적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하며, 2029년부터 2040년까지 연간 지출 증가율을 약 56%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BofA 증권은 서남권 클러스터의 인프라 건설에만 최소 5년, 유의미한 양산 출력까지는 최단 8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부의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 속도와 지자체 인허가 조율 과정이 투자 실행의 병목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원전 건설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타임라인은 아직 불확실합니다.
1938년 대구의 작은 무역상에서 시작해 40년 만에 세계 DRAM 1위가 되고, 80년이 지난 지금 AI 메모리 패권의 3번째 축으로 다시 무대 중앙에 선 회사. 삼성전자의 다음 10년이 HBM4 점유율 역전과 파운드리 손익분기점 달성, 그리고 2,655조 원 투자의 실질적 실행력으로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7월 7일 발표 예정인 2분기 잠정 실적에서 HBM4 매출 비중과 파운드리 적자 축소 폭이 어디까지 확인되는지, 그 시점이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