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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나스닥으로 45조 원을 옮기는 진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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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최대 45.45조 원 규모로 나스닥 ADR 상장을 추진합니다. 겉보기엔 설비 투자 자금 조달이 목적이지만, 마이크론 대비 절반 수준인 선행 P/E 격차를 미국 자본시장에서 좁히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와 키옥시아까지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이어서, 메모리 업계의 밸류에이션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비하인드 더 무브

2026년 7월 1일 오전 4:32

SK하이닉스가 나스닥으로 45조 원을 옮기는 진짜 계산
SK하이닉스가 나스닥으로 45조 원을 옮기는 진짜 계산

요약

  1. SK하이닉스는 45.45조 원 규모의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마이크론과의 선행 P/E 격차(약 7.8배 vs 9.2배)를 좁히고 글로벌 패시브 자금을 흡수하려는 계산을 펴고 있습니다.

  2. 나스닥100 및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편입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ADR과 보통주 간 전환 제한이 프리미엄을 형성할 경우 TSMC 사례처럼 장기적인 밸류에이션 격차 해소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3. 이에 삼성전자와 키옥시아도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이어서, 메모리 3사의 밸류에이션 경쟁이 나스닥을 무대로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45조 원의 겉과 속

SK하이닉스가 6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ADR 상장을 위한 등록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발행 규모는 최대 45.45조 원, 약 294억 달러로, 1,779만 주의 신주를 발행해 7월 10일부터 거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 달러 ADR 상장을 넘어서는 규모인데요. 업계에선 이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EUV 노광 장비 도입을 위한 자금 조달로 읽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달된 자금 전액이 시설 투자에 투입될 계획입니다.

다만 자금 조달만으로 이 규모를 설명하기엔 숫자가 너무 큽니다. ​​SK하이닉스가 정작 겨냥하는 것은 자금 자체보다 '어디서 조달하느냐'가 만들어낼 밸류에이션의 변화입니다.​​ 서울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선행 P/E는 약 7.8배인 반면, 같은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은 9.2배, TSMC는 21배에 달합니다. 2026년 1분기 HBM 시장 점유율 57%로 압도적 1위임에도, 기업 지배구조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유동성 부족 등으로 대표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가치를 누르고 있는 셈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상장이 글로벌 주주들을 대상으로 회사를 더욱 글로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는데요. 글로벌화의 구체적 의미는 미국 자본시장의 유동성과 평가 기준을 끌어와, 서울 시장이 매겨온 할인의 괄호를 풀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곽노정 CEO도 주주총회에서 "다른 AI 하드웨어 기업들처럼 시장에서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밝은 바 있습니다.


마이크론이라는 거울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414.6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84.9%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그 결과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1.3조 달러를 넘어서며 메타와 테슬라를 일시적으로 추월하기도 했죠. 반면 SK하이닉스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하고 HBM 시장 점유율은 마이크론의 두 배가 넘는데도, 시가총액 기준 밸류에이션은 마이크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격차의 핵심은 기업의 질이 아니라 '어느 거래소에 있느냐'가 만들어내는 자금 접근성의 차이입니다.​​ SK하이닉스가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아닌 나스닥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TSMC가 NYSE를 선택해 나스닥100 지수 편입 기회를 놓친 사례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나스닥100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의무적으로 주식을 매수해야 합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SK하이닉스가 올해 말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추산으로는 지수 편입 시 약 7조 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상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ADR과 보통주 간의 전환 제한입니다. 현재 전환 가능 여부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TSMC의 경우 대만 보통주를 ADR로 전환할 때 특별한 감독 승인이 필요하기에 ADR이 통상적으로 프리미엄을 유지합니다. HSBC는 SK하이닉스 ADR이 한국 본주 대비 약 20%의 프리미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진자산운용은 2027년 선행 P/E가 마이크론 수준으로 수렴할 경우 한국 본주 주가가 약 30%, ADR은 최대 45%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 상장 잔치

SK하이닉스의 나스닥행 소식이 전해진 직후, 삼성전자의 미국 상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습니다. KB증권은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삼성전자 ADR 상장에 대한 관심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낸드 플래시 기업 키옥시아도 2027년 봄 미국 ADR 상장을 추진 중이어서, 메모리 업계 전반에서 미국 자본시장 접근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밸류에이션 격차가 단번에 좁혀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TSMC ADR은 1997년 상장 이후에도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가 반복되며, 한-미 금리차와 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괴리율이 요동친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선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다른 한국 대형주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전자가 후속할 경우 그 규모와 영향력은 SK하이닉스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서 마이크론과 나란히 서게 될 7월 10일, 두 기업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얼마나 좁혀질지가 하반기 메모리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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