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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미국 증시로 떼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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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2027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합니다. 현금성 자산 88조 원, 분기 영업이익 60조 원을 넘긴 회사가 왜 자회사를 미국에 내보내는지가 질문입니다. 답은 자금이 아니라 가격표에 있습니다. 90억 달러에 사온 인텔 낸드 사업을 HBM·DRAM과 분리해 최대 1,000억 달러의 몸값으로 따로 평가받겠다는 선택인 셈이죠. 다만 4단으로 겹친 지배구조에 솔리다임까지 더해지면서 지분 희석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비하인드 더 무브

2026년 10월 8일 오후 2:21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미국 증시로 떼어내는 이유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미국 증시로 떼어내는 이유
AI 오디오북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미국 증시로 떼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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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미국 상장 추진은 자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NAND·eSSD 사업을 HBM·DRAM과 분리해 미국 시장에서 별도 몸값을 인정받으려는 선택입니다.

  2. 2021년 90억 달러에 인수한 인텔 낸드 사업이 6년 만에 최대 1,000억 달러 가치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AI 추론 시대의 eSSD 수요와, ADR 상장으로 이미 열어둔 나스닥 자금 통로가 있습니다.

  3. 다만 4단으로 겹친 지배구조에 따른 중복상장 논란과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커, 공모 구조와 조달 자금의 쓰임새가 상장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돈이 없어서 하는 상장이 아닙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UBS도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고요. 조달 규모는 약 100억 달러, 상장 과정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 달러입니다.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부를 약 90억 달러에 인수해 만든 회사가, 6년 만에 인수 금액의 10배가 넘는 몸값으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조달로 읽습니다. 솔리다임이 122.88TB QLC eSSD를 앞세워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니, 증설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그림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분기 말 현금성 자산만 약 88조 원, 올해 2분기에만 약 60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회사입니다. ​​자금이 급해서 자회사를 미국에 내보내는 게 아니라면, 이 선택의 무게중심은 돈이 아닌 다른 곳에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 다른 곳은 가격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나스닥 ADR 상장으로 265억 달러를 조달하며 외국 기업 최대 규모의 미국 IPO 기록을 세웠는데요. ​​모회사 주가가 HBM과 DRAM 사이클에 묶여 있는 동안, eSSD 사업만 따로 떼어 AI 스토리지 기업으로 평가받게 하려는 계산이 이번 상장의 출발점으로 보입니다.​​ 같은 사업이라도 어느 시장에서 어떤 잣대로 평가받느냐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90억 달러에 사온 사업이 1,000억 달러가 되기까지

솔리다임의 몸값이 뛴 배경은 숫자로 확인됩니다. 인텔의 낸드·SSD 사업부를 인수한 2021년 무렵만 해도 이 사업은 2023년까지 대규모 적자를 낸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런데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추론 단계에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빠르게 읽고 써야 해서, 고용량 eSSD가 GPU 옆자리를 차지하게 됐거든요.

시장 숫자도 이를 받쳐줍니다. 기업용 SSD 상위 5개 브랜드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03.6% 늘어난 375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eSSD 비트 수요는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요. 삼성전자가 점유율 35% 안팎으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솔리다임을 포함한 SK그룹이 20~30%대로 뒤를 쫓는 구도입니다.

숫자 하나만 짚어보면 이 상장의 성격이 더 선명해집니다. 올해 상반기 솔리다임 매출은 12조 2,5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9% 남짓에 그칩니다. ​​모회사 연결 실적 안에서는 HBM·DRAM에 가려 작아 보이던 사업이, 미국 시장에서는 최대 1,000억 달러짜리 AI 스토리지 기업으로 평가받는 겁니다.​​

상장 자금의 쓰임새도 이 그림에 맞춰져 있습니다. 솔리다임은 지금 중국 다롄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데, 미국 뉴욕주 업스테이트를 첫 미국 낸드 생산기지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만에도 데이터센터용 SSD 위탁 생산 거점을 추가해 12월부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고요. ​​결국 이 상장은 자금 조달을 넘어, 중국에 몰려 있던 생산기반을 미국으로 옮기고 그 이야기를 미국 투자자에게 직접 들려주는 무대가 되는 셈입니다.​​


관건은 몸값이 아니라 공모 구조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이미 갈렸습니다. 솔리다임 상장설이 처음 보도된 지난 8월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0.37% 급락했고, 주관사 선정 소식이 구체화된 9월 28일에도 5.05% 내렸습니다. SK스퀘어와 SK 주가도 동반 하락했고요. 지배구조가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만큼,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사실상 4~5단 중복상장이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토스증권은 솔리다임 별도 상장을 두고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불리한 이슈라며 경제적 지분율 희석을 짚었습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인텔 낸드 사업 인수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고요. ​​호재냐 악재냐를 가르는 건 상장 자체가 아니라, 신주와 구주 비율, 상장 후 SK하이닉스의 지분율, 조달 자금의 사용처라는 세 가지 조건입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자금이 있다고 해서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7월 나스닥 ADR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 자회사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과 모회사 주가 하락 가능성을 이미 리스크 요인으로 적어놓기도 했고요. ​​미국 투자자들에게 자회사 상장 리스크를 미리 알려둔 셈인데, 그만큼 이 상장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000억 달러의 몸값이 실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 SK하이닉스 주주 몫을 어떻게 지킬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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