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테크놀로지
Sugon:엔비디아 없이 10만 장 칩을 쌓아 올린 '덩펑'의 주인
내용 요약중...
2026년 7월 10일, 중국과학원 산하 Sugon이 자체 설계 GPU 10만 장을 묶은 AI 슈퍼클러스터 '덩펑'의 가동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H100·H200 수출 차단 이후 Hygon의 DCU 가속기와 독자 RDMA 네트워크 scaleFabric, scaleX640 슈퍼노드로 구축했다. 정저우 국가 초산 인터넷 핵심 노드에 위치하며 약 220MW를 소비한다. 2019년 Entity List 등재 후 Nettrix 우회가 막히며 촉발된 자력 돌파의 결산이다.
차이나 테크놀로지
2026년 7월 11일 오전 7:24


2026년 7월 10일, 베이징. '광합작 2026 지능형 컴퓨팅 응용 컨퍼런스' 장에 하나의 발표가 나왔다.
중국과학원 산하 Sugon이 자체 설계한 국산 GPU 10만 장을 하나로 묶은 AI 슈퍼클러스터 '덩펑(정상에 오르다)'의 가동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엔비디아 GPU 한 장 없이 10만 장 규모의 초거대 클러스터를 완성했다는 발표장의 분위기는 자축제에 가까웠다.
"지능화의 파도가 전례 없는 힘으로 세계를 재편하고 있다. 우리는 이 핵심 노드의 가동을 출발점으로 국산 지능형 연산력이 경제·사회 발전의 모든 영역에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되도록 하겠다."
Sugon 수석부사장 리빈의 발언이다. 덩펑은 FP64에서 INT8까지 전 정밀도를 지원하며, 대규모 모델 훈련, AI 추론, 산업 시뮬레이션을 모두 아우른다. 300개 이상의 응용 최적화를 완료했고, 70개 이상의 응용이 만 장 규모 확장을 구현해 안정성을 검증했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H100과 H200 판매를 차단한 이후, 중국의 선택지는 명확해졌다. 수입 GPU를 구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어 묶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10만 장 규모의 자체 슈퍼클러스터다. 오늘 주인공은 Sugon이다.
슈퍼컴 회사에서 AI 인프라 총수로
Sugon은 중국과학원(CAS)이라는 거대한 산하 기관이 낳은 시스템 통합 기업이다. 1990년대 CAS의 슈퍼컴퓨팅 연구 성과가 사업화되면서 탄생했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603019번으로 상장돼 있다. 본사는 베이징과 톈진에, 핵심 인프라는 정저우에 자리 잡았다.
| 항목 | 내용 |
|---|---|
| 회사명 | Sugon (Dawning Information Industry) |
| 설립 배경 | 중국과학원(CAS) 산하 슈퍼컴퓨팅 사업화 |
| 상장 여부 | 상하이증권거래소 (603019.SS) |
| 본사 위치 | 베이징·톈진 (핵심 인프라: 정저우) |
| 주요 사업 | 슈퍼컴퓨터·AI 클러스터·서버·클라우드 인프라 |
| 계열사 | Hygon (CPU·DCU 칩 설계) |
| 핵심 특징 | 칩 설계→시스템 제조→인프라 운영 수직 통합 |
원래 Sugon은 HPC(고성능 컴퓨팅) 분야의 전문 기업이었다. 슈퍼컴퓨터를 설계하고, 서버를 조립하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주업이었다. 칩은 인텔과 AMD에서 가져다 썼다.
그런데 2019년, 미국 상무부가 Sugon을 Entity List(미국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모든 게 바뀐다. 미국 기업의 부품, 기술, 소프트웨어를 Sugon에 직접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Sugon의 계열사인 Hygon도 같은 목록에 올랐다.
Sugon이 지금 하는 일은 단순한 서버 조립이 아니다. Hygon이 설계한 CPU와 DCU(Deep Computing Unit, AI 가속기) 칩을 Sugon의 서버와 슈퍼컴퓨터 시스템에 최적화해 탑재하고, 이를 국가 단위의 연산망에 연결하는 전 과정을 아우른다. 칩 설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한 몸으로 묶은 것이다. 단순한 HPC 회사가 '중국의 AI 인프라 총수'로 변모한 셈이다.
Entity List에서 살아남기까지
2019년 6월 24일.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전국(BIS)은 다섯 개 중국 기업을 Entity List에 올렸다. Sugon과 그 계열사인 Hygon, 그리고 인민해방군 소유 연구소가 포함됐다. 이유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과 군사 응용"이었다. Sugon의 HPC 기술이 핵폭발 시뮬레이션 등 군사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갑자기 인텔 CPU와 AMD 기반 기술의 수급이 끊겼다. Hygon은 AMD와의 x86 라이선스 계약으로 CPU와 GPU를 설계하던 회사였는데, 이 계약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렸다.
기업은 즉각 대응했다. Sugon 경영진은 Entity List 등재 6개월 만에 'Nettrix'라는 새 법인을 설립했다. Sugon의 기술과 고객망을 그대로 물려받은 Nettrix는 곧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며 중국 내 최대 AI 서버 제조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같은 건물을 쓰고, 임직원이 겹치는 구조였다. 뒷문을 연 것이다.
이 우회가 통한 건 6년이었다. 2025년 3월, 미국이 마침내 Nettrix와 관련 법인들을 추가로 Entity List에 올리면서 뒷문을 닫았다. 외국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은 어느 나라에서 만들든 수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뒷문이 닫히자 정면 돌파밖에 남지 않았다. 2025년 12월, Sugon은 자체 설계한 scaleX 1만 카드 슈퍼클러스터를 처음 공개했다. 엔비디아 없이, 중국산 가속기만으로 1만 장 규모의 클러스터를 완성한 것이다.
속도가 빨랐다. 2개월 뒤인 2026년 2월, 정저우 국가 슈퍼컴퓨팅 인터넷 핵심 노드에 3만 장 규모의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4월에는 6만 장 규모의 'AI for Science' 전용 클러스터가 추가됐다. 그리고 7월 10일, 10만 장 전체 가동을 선언했다. 반년 만에 3만 장에서 10만 장으로.
빠른 속도 뒤에는 국가 전략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동수서산(동쪽 데이터를 서쪽에서 계산)' 공정의 일환으로 정저우에 국가 슈퍼컴퓨팅 인터넷 핵심 노드를 구축했다. 총 건축면적 약 16만 m². 110kV 전용 변전소까지 지었다. 주변압기 3대, 송전선 36회로. 목표 전력 공급 신뢰도 99.999%. 10만 장 카드가 소비하는 전력은 약 200MW. 중소도시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엔비디아 없이도 가능한 이유
덩펑의 핵심은 세 가지 기술축으로 요약된다. 칩(Hygon DCU), 네트워크(scaleFabric), 시스템 아키텍처(scaleX640).
첫째, Hygon의 DCU다. DCU는 NVIDIA의 GPU에 대응하는 GPGPU 설계로, AMD의 CDNA 아키텍처 계보를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상위 모델 Z100은 HBM3e 96128GB를 탑재했고, 메모리 대역폭 3.53.8TB/s를 구현한다. NVIDIA H100의 80GB HBM3, 3.35TB/s와 비교하면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에서 앞선다. FP16 연산 성능은 850~900 TFLOPS로 H100의 989 TFLOPS에는 못 미치지만, A100의 312 TFLOPS를 크게 상회한다.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전략은 영리하다. 단일 칩에서 더 큰 파라미터의 모델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 칩 간 통신 횟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칩을 용량으로 보완하는 발상이다. 마치 트럭이 작아서 속도가 느리더라도, 한 번에 더 많이 실어 나르면 전체 처리량은 비슷해지는 것과 같다.
| 항목 | Hygon DCU Z100 | NVIDIA H100 | NVIDIA A100 |
|---|---|---|---|
| 아키텍처 | CDNA 기반 DCU | Hopper | Ampere |
| FP16 성능 | ~850-900 TFLOPS | ~989 TFLOPS | ~312 TFLOPS |
| 메모리 | HBM3e 96-128GB | HBM3 80GB | HBM2e 80GB |
| 대역폭 | ~3.5-3.8 TB/s | ~3.35 TB/s | ~2.0 TB/s |
| 인터커넥트 | Hygon-Link (독자) | NVLink Gen4 | NVLink Gen3 |
| 소프트웨어 | DTK (20-30% 오버헤드) | CUDA (완전 생태계) | CUDA (완전 생태계) |
둘째, scaleFabric이다. 중국 최초의 자체 설계 RDMA 네트워크 기술이다. 10만 장의 칩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하려면, 칩 간 데이터 이동 속도가 관건이다. RDMA는 CPU를 거치지 않고 메모리 간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로, 이 분야는 그동안 NVIDIA(멜라녹스 인수)의 InfiniBand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InfiniBand를 못 가져오면, 10만 장의 칩은 각자 도생하는 고립된 섬에 불과하다.
scaleFabric은 포트당 400Gb/s 대역폭, 1마이크로초(μs) 미만의 지연 시간을 구현했다. InfiniBand 대비 비용은 30% 절감됐다고 Sugon은 주장한다. 다만 InfiniBand의 0.8μs 수준의 지연 시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많다.
셋째, scaleX640 슈퍼노드다. 단일 캐비닛(서버 수납장)에 640장의 가속기 카드를 밀어 넣는 기술이다. 기존 대비 단일 캐비닛 연산 밀도를 20배 높였다. 조(Trillion) 파라미터 규모 모델 훈련에서 전통 방식 대비 30~40%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고 한다. 30일 이상 장기 신뢰성 테스트도 통과했다. 칩 하나하나는 NVIDIA보다 느려도, 캐비닛 하나에 더 많은 칩을 집약시켜 총연산량을 끌어올리는 접근이다.
다만 약점은 분명하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NVIDIA에 CUDA가 있다면 Hygon에는 DTK(Deep Computing Toolkit)가 있다. PyTorch, TensorFlow 등 주요 프레임워크와의 호환성은 859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하지만 커스텀 커널 최적화 부문에서 여전히 NVIDIA 대비 2030%의 성능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드웨어 스펙은 추격했어도, 소프트웨어 최적화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한계는 제조 공정이다. Hygon의 칩은 SMIC 등 중국 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데, 미국의 EUV 장비 수출 제한으로 인해 7nm급 이상의 첨단 공정 확보가 어렵다. 칩렛(Chiplet) 기술로 이 한계를 우회하려 하지만, 단일 칩의 집적도에서는 TSMC 기반 NVIDIA와의 격차가 존재한다.
엔비디아와의 기술 격차는
덩펑의 완성은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어디쯤 와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NVIDIA의 DGX SuperPOD다. SuperPOD는 약 2만 5천 장의 H100 GPU를 연결한 초거대 훈련 클러스터로,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표준이다.
| 항목 | Sugon 덩펑 (Sugon 8000) | 엔비디아 DGX SuperPOD |
|---|---|---|
| 가속기 | Hygon DCU (국산) | NVIDIA H100/H200 |
| 카드 규모 | 10만 장 | ~2만 5천 장 (SuperPOD 기준) |
| 캐비닛당 밀도 | 640장 (scaleX640) | 72-576장 (NVL72/NVL576) |
| 네트워크 | scaleFabric (400Gb/s, <1μs) | InfiniBand (400-800Gb/s, <0.8μs) |
| 소프트웨어 | DTK (85-90% CUDA 호환) | CUDA (완전 생태계) |
| 공급망 | 완전 국산 | 글로벌 (미국 수출 규제 대상) |
| 추정 전력 | ~220MW (10만 카드) | ~120MW (2.5만 카드 SuperPOD) |
숫자만 보면 덩펑이 카드 수가 4배 더 많다. 하지만 카드 수가 곧 연산력 비례는 아니다. 단일 칩 성능에서 H100이 DCU Z100보다 약 1.21.4배 빠르다는 벤치마크 추정치를 적용하면, 총 연산력은 덩펑이 2.53배 정도 많을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론치이고, 소프트웨어 최적화 수준에 따라 실제 학습 처리량은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Sugon 수석부사장 리빈은 "scaleX 슈퍼클러스터의 일부 능력은 NVIDIA의 차세대 Rubin Ultra NVL576 랙을 이미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단일 캐비닛에 640장을 밀어 넣는 밀도는 NVIDIA의 NVL576(랙당 576 GPU)보다 앞선다. 다만 이는 하드웨어 밀도의 비교이며,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단일 칩 성능에서는 여전히 NVIDIA가 앞선다.
경쟁의 본질이 '단일 칩 성능'에서 '시스템 통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엔비디아가 강한 것은 칩 성능과 CUDA 생태계다. Sugon이 강한 것은 제재 속에서도 10만 장 규모의 클러스터를 조달하고 구축하는 시스템 역량이다. 두 회사가 풀고 있는 문제가 다르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Sugon의 덩펑은 한국 산업에 세 가지 함의를 던진다.
첫째, 시스템 아키텍처 경쟁의 부상이다. 한국은 반도체 소자(HBM, DRAM, 파운드리)에서 강하다. 하지만 Sugon이 보여준 것은 '소자'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경쟁력이다. 칩 설계→서버 제조→클러스터 구축→네트워크 설계→소프트웨어 최적화까지 수직 통합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한국에는 이런 수직 통합형 AI 인프라 기업이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부품사지만, AI 클러스터 전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시스템 기업으로의 진화는 아직 시작 단계다.
둘째, HBM 수요의 양면성이다. 10만 장 규모의 클러스터가 등장하면 HBM 수요가 폭발한다. Hygon DCU Z100에도 96~128GB의 HBM3e가 탑재된다. 중국이 자체 HBM을 양산하지 못하는 한, 이 수요는 한국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중국은 CXMT(창신메모리)를 통해 HBM3 양산을 추진 중이며, 2027년 HBM3e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자체 HBM이 상용화되면, 한국의 HBM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덩펑은 HBM 수요를 끌어올리는 엔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메모리 자립을 촉진하는 촉매이기도 하다.
셋째,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교훈이다. Sugon은 하드웨어에서는 NVIDIA에 근접했지만, 소프트웨어(DTK vs CUDA)에서 20~30% 성능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AI 소프트웨어 생태계(프레임워크, 컴파일러, 최적화 라이브러리)에서는 거의 출발선에도 서 있지 않다. NVIDIA의 CUDA가 15년간 쌓아올린 해자가 얼마나 깊은지, Sugon의 사례가 보여준다. 한국이 HBM과 파운드리의 하드웨어 우위를 지키려면, 소프트웨어 생태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Sugon은 발표 직후 두 번째 10만 장 규모 시스템의 연구개발과 건설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이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격차를 줄이는 것, 첨단 공정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CXMT의 HBM이 상용화되기 전에 얼마나 많은 클러스터를 구축하느냐다. 하드웨어는 추격했지만, 소프트웨어와 제조 공정의 벽은 여전히 두껍다. 한국이 새겨야 할 교훈은 단순하다. 부품 하나로는 이기기 어렵다.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역량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그 격차를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