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TRACE
30년물 5.5%와 디젤 6.50달러, 같은 자본에 세 장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내용 요약중...
미국 30년물 금리가 5.53%까지 치솟으며 2004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MOVE 지수는 한 주 만에 29.69% 급등했고, 같은 주 미국 디젤 가격은 갤런당 6.50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은 한 자릿수로 줄었고, 마이클 버리는 오라클 숏을 재개했습니다. 반면 메타 뮤즈 흥행과 AMD 시총 1조 달러 돌파로 주식 자금은 AI로 몰렸습니다. 재무부·AI·호르무즈가 같은 자본에 낸 세 장의 청구서를 추적합니다.
WEEKLY TRACE
2026년 9월 26일 오후 2:18


지난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5.53%까지 치솟으며 200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10년물도 5.2%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재진입했고, 5년물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습니다. 미국채 변동성을 재는 MOVE 지수는 한 주 만에 29.69% 뛰며 1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남겼습니다. 30년물 기준 사흘 동안 25bp가 밀려 올라간 셈이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주중 7.45%까지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숫자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금리 자체가 아니라, 그 금리를 밀어올린 청구서의 숫자입니다. 재무부가 장기물 바이백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렸는데도 30년물은 곧바로 되돌아갔고, 같은 주에 미국 디젤 가격은 갤런당 6.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를 새로 썼습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사채 발행도 사상 최대 속도로 늘었습니다. 서로 다른 세 주체가 같은 한 주에, 같은 자본을 향해 손을 뻗은 것입니다.
이번 주 자금 흐름은 결국 '하나의 자본, 세 장의 청구서'로 요약됩니다. 미국 재무부가 낸 청구서, AI 인프라가 낸 청구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대신 낸 청구서가 각각 어디서 발행됐고 누가 받아들였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30년물 5.53%, 재무부가 가장 먼저 낸 청구서
9월 15일 재무부가 실시한 130억 달러 규모 20년물 입찰은 경고음에 가까웠습니다. 낙찰 수익률이 5.42%로 1986년 1월 이후 가장 높았고, 응찰률은 2.57로 최근 6개월 평균 2.65를 밑돌았습니다. 외국인 성격의 간접 입찰자 비중도 52.5%로 기존 추세보다 낮았습니다. 9월 중순 공개된 국제자본흐름(TIC) 자료에서 장기 해외자본 순유출이 279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겹쳐 보면, 장기물의 한계 매수자가 한발 물러선 그림이 그려집니다.
재무부는 반격에 나섰습니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회당 20억 달러였던 장기물 바이백을 40억~60억 달러로 늘려 11월 4일까지 운영하겠다고 발표했고, 발표 직후 30년물은 9bp 내려 5.19%까지 숨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7bp를 되돌려 5.26%로 복귀했고, 주 후반에는 5.53%까지 밀렸습니다. 재무부의 바이백은 유동성을 사는 도구이지, 수요를 사는 도구가 아닙니다.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이 없어서 금리가 오르는 시장에서는, 사겠다는 선언만으로 금리를 낮출 수 없습니다.
세 장의 청구서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40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 정부 부채의 이자 비용입니다. 이자 상환액이 국방비나 메디케어 예산을 웃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데, 그 자금을 장기물 시장에서 조달하는 구조입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베센트의 바이백을 두고 '경량 양적완화'라 부르며, 근본적인 재정 문제를 풀지 않고 금리만 누르려는 시도라고 비판합니다.
다만 5.5%라는 금리는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진입 가격이기도 합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아담 쿠르피엘 이자율 전략 책임자는 변동성이 완화될 때까지 중립을 유지하며 관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동성 자체가 포지션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뜻입니다. 이 청구서가 다음 주에도 맨 앞줄에 남아 있을지는 30년물 입찰 수요와 MOVE 지수 흐름이 알려줄 것입니다.
AI가 채권 시장에 낸 두 번째 청구서
두 번째 청구서는 마이클 버리가 들고 나왔습니다. 버리는 오라클 주식을 주당 144.63달러에 공매도하는 포지션을 다시 열었고, AI 인프라 기업 네비우스에도 211.77달러에 숏 포지션을 잡았다고 공개했습니다. 그의 논지는 주가가 아니라 조달 구조를 향합니다. 오라클이 약 950억 달러의 부채와 2,600억 달러 규모의 향후 데이터센터 임대 약정을 안고 있다는 점, 하이퍼스케일러들이 GPU 감가상각 기간을 늘려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버리는 이런 회계 처리로 2028년까지 약 1,760억 달러의 이익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공개한 숏 목록에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캐터필러, 마이크론, 반도체 ETF(SOXX)까지 올라 있습니다. 숫자도 그의 손을 들어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AI 인프라 지출이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고, 이들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이미 1,590억 달러로 2020~2024년 평균의 약 4배에 달합니다.
AI 관련 신규 회사채 공급은 올해 2,000억 달러로 두 배 늘어 전체 회사채 발행의 30%를 차지했고, 연준의 해맥 총재는 AI 투자 수요가 채권 시장 자본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자본지출이 자기 현금흐름을 넘어서는 순간, AI는 주식 이야기가 아니라 신용 이야기가 됩니다. 버리의 오라클 숏은 주가 방향 베팅이 아니라,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베팅입니다. 현장의 균열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2.45GW 규모의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주피터'에 불가항력 통지를 발행했고, 블루아울 캐피털과의 100억 달러 조달 불발 보도 이후 5년 신용불이행스왑(CDS)은 156bp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조달 창구는 다른 곳에서도 조여지고 있습니다. 오픈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SB에너지는 예정된 IPO를 연기했고, 소프트뱅크는 오픈AI 투자 자금으로 110억 달러 이상의 채권 발행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전년 대비 93% 성장했고 수주잔고는 6,380억 달러에 달하며, 월가 평균 목표주가 258달러는 현재가 대비 80%의 상승 여력을 제시합니다. 이 논쟁의 승부는 주가가 아니라 회사채 스프레드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호르무즈가 대신 낸 세 번째 청구서
세 번째 청구서는 바다에서 왔습니다. 9월 2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9척에 그쳤습니다. 전날 14척에서 줄었고, 최근 10일 평균 18척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9월 21일에는 단 2척까지 떨어졌는데, 전쟁 전 일평균 약 125척과 비교하면 90% 이상이 사라진 셈입니다. 이 수치는 AIS를 켠 선박만 집계한 것이라, 탐지를 피해 운항한 선박까지 포함하면 실제 통항량은 조금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운임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용선료는 하루 103만 5천 달러까지 치솟아 전쟁 전 약 20만 8천 달러의 다섯 배가 됐습니다. 원유 해상 운송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정제 제품 쪽 타격은 더 직접적입니다. 미국 디젤 가격은 갤런당 6.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전월 대비 16.7%, 전년 대비 76% 올랐습니다. 유럽연합 디젤 평균 가격도 리터당 2.23유로로 사상 최고를 찍었고, 유럽 전역에서 하루 약 2억 300만 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디젤은 소비자물가에 가장 늦게, 가장 오래 스며드는 물가입니다. 운송비가 먼저 오르고, 진열대 가격이 나중에 오릅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상 최고 수준의 디젤 가격이 근원 CPI로 전이되면 연준에 예상보다 큰 인플레이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미시간대 조사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6%까지 뛰었습니다. 브렌트유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정부 차입 증가가 30년물 5.5%를 끌어올린 핵심 동인으로 지목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이 청구서에는 협상 테이블이라는 변수가 붙어 있습니다. 이란 외무장관은 카타르 중재를 통해 항구 봉쇄 해제와 석유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7일 이내 호르무즈 재개방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기대만으로도 유가가 이틀째 하락하는 장면이 나왔고, 백악관은 디젤 수출 금지 카드를 검토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물류비가 꺾이면 장기 금리의 연료도 같이 줄어듭니다.
VIX 14.87의 착시, 주식으로 흘러든 잔여 유동성
이상한 구멍이 하나 보입니다. 같은 주에 미국채 변동성은 30% 가까이 폭발했는데, 주식시장 공포지수 VIX는 9월 중순 17.71에서 9월 25일 14.87로 오히려 내려왔습니다.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이 같은 위험에 서로 다른 가격표를 붙인 셈입니다. VIX가 낮다는 것은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번 주 위험의 가격이 채권 시장에서만 청구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식으로 흘러든 돈의 궤적은 선명합니다. 메타는 AI 에이전트 '뮤즈'가 출시 12일 만에 28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9월 21일 하루 11.3% 급등했고, 이날 거래량은 4,872만 주로 평균(약 1,907만 주)의 2.6배까지 터졌습니다. AMD는 장중 15% 오르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처음 돌파했고 올해 들어 177% 상승했습니다. 인텔이 10%, ARM이 12% 동반 급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도 같은 강줄기 위에 있었습니다. 코스피는 9월 21일 장중 7,000선을 넘어 7,007.72로 마감했고, 9월 120일 수출은 7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78.3% 늘었습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59.4%에 달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7,0007,200선 돌파를 전망한 것도 이 흐름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에는 경고등이 붙어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9월 설문에서 글로벌 펀드매니저 53%가 '글로벌 반도체 매수'를 가장 붐비는 거래로 꼽았는데, 4개월 연속 1위입니다. 53%가 같은 방향에 서 있는 거래는 되돌림이 빠릅니다. 실제로 AMD는 9월 23일 하루 2.42% 밀리며 시가총액이 다시 1조 달러 아래(9,936억 달러)로 내려왔고, 메타도 9월 25일 3.33% 하락했습니다.
주식 변동성을 눌러둔 또 하나의 요인은 정치 이벤트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합의하며 관세 폭탄이라는 꼬리 위험을 2027년 1월 10일까지 밀어냈습니다. 다만 관세와 희토류, AI 안전성 같은 실질 현안은 다음 협상 라운드로 넘어갔습니다. 채권 시장이 자본을 흡수하는 동안 주식은 남은 유동성으로 AI 서사를 밀어붙인 셈인데, 그 잔여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세 장의 청구서가 만나는 지점
다음 주는 세 청구서가 동시에 처리되는 주간입니다. 9월 30일에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나오는데, 시장 예상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4%로 연준 목표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같은 날 ADP 민간 고용과 시카고 PMI가 나오고, 10월 1일 ISM 제조업 지수(예상 54.8, 물가 지수 72), 10월 2일 9월 비농업 고용(예상 10만 명, 실업률 4.2%)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이 지표들이 10월 연준 인상 확률을 어느 쪽으로 미는지입니다. 9월 24일 기준 CME 페드워치에서 10월 25bp 인상 확률은 67.5%, 12월까지 누적 50bp 인상 확률은 56.8%로 잡혀 있습니다. 다음 주 자금의 방향은 세 청구서 중 어느 것이 먼저 처리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에너지 청구서가 먼저 정리되면 장기 금리가 숨을 고르고, 물가 청구서가 커지면 장기채 매도가 다시 시작되며, AI 청구서가 막히면 회사채 스프레드가 먼저 반응합니다.
조건을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만약 근원 PCE가 예상을 웃돌고 고용이 견조하게 나온다면, 인상 확률이 70%를 넘어서며 30년물이 5.5% 위에서 한 번 더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듀레이션이 긴 자산과 고평가 성장주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 조합입니다. 반면 고용이 예상치 10만 명을 크게 밑돌면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며 장기채가 먼저 반등하고, 그 유동성이 다시 반도체와 AI 쪽으로 흘러들 여지가 생깁니다.
에너지 쪽은 호르무즈 일일 통항 척수와 디젤 도매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이란의 7일 재개방 제안이 성사되면 운임과 디젤이 빠르게 꺾이면서 장기 금리의 연료가 줄어들고, 결렬되면 디젤 6.50달러가 다시 인플레이션 경로의 맨 앞줄로 올라옵니다. AI 쪽에서는 오라클 CDS와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스프레드, SB에너지의 IPO 재추진 여부가 다음 신호입니다. 주가가 아니라 조달 비용이 먼저 움직이는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자본은 피난하지 않았습니다. 재무부와 AI 인프라와 호르무즈가 같은 자본 풀을 향해 동시에 청구서를 냈고, 그 경쟁의 가격표가 30년물 5.53%와 디젤 6.50달러, 그리고 낮게 잠긴 VIX 14.87로 찍혔습니다.
다음 주에는 9월 30일 근원 PCE와 10월 2일 비농업 고용을 가장 먼저 확인하시고, CME 페드워치의 10월 인상 확률과 호르무즈 일일 통항 척수, 오라클 CDS 흐름을 함께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세 장의 청구서 중 어느 것이 먼저 처리되는지가 다음 주 돈의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