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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채 40조 달러, 이자율이 성장률을 앞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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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 5%를 넘고 연방 부채는 4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올해 순이자 비용은 1조 달러를 넘기며 국방예산을 앞질렀어요. 부채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은 정부 이자율(r)과 명목 성장률(g)의 비교입니다. 3% 성장을 내세우는 베센트 장관의 계산, 1인당 5,000달러 수표 공약, 일본 국채 금리 3% 돌파, 영란은행의 장기 길트 매각 중단이 모두 이 저울 위에 놓여 있죠.

기본기, 더 깊게

2026년 9월 16일 오전 9:21

미국 부채 40조 달러, 이자율이 성장률을 앞지르면?
미국 부채 40조 달러, 이자율이 성장률을 앞지르면?
AI 오디오북미국 부채 40조 달러, 이자율이 성장률을 앞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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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1억 원에 연 5% 이자가 붙으면 한 해 이자만 500만 원이 나가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소득이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죠. 연봉이 6%씩 오르면 빚은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는데, 4%씩 오르면 한 푼도 안 갚았는데 빚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지금 미국이 정확히 이 계산 앞에 서 있어요.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5%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연방 부채는 4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자 비용은 이미 국방예산을 추월했고요. 채권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예요. 미국 경제는 이자가 쌓이는 속도보다 빨리 클 수 있느냐는 거죠.

빚의 무게를 재는 저울, r 대 g

경제학자들은 정부 부채의 운명을 두 글자로 요약해요. 정부가 빌린 돈에 붙는 ​​이자율 r​​과, 경제가 커지는 속도인 ​​명목 성장률 g​​이 그 주인공이죠. g는 실질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값인데요. 물가가 올라도 세수가 따라 늘기 때문에, 빚 갚는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도 숨은 조력자가 되거든요.

부채와 경제는 눈덩이 줄다리기를 합니다. 부채는 이자라는 눈을 달고 커지고, 경제는 성장이라는 눈을 달고 커져요. 분모인 GDP가 빨리 커지면 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작아지죠. 그런데 r이 g보다 크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것도 안 해도 부채 비율이 매년 저절로 늘어나요. 부채 비율이 GDP의 100%이고 r과 g의 격차가 1%포인트라면, 해마다 1%포인트씩 부채 비율이 추가로 쌓이는 겁니다. 이자를 뺀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맞췄더라도요.

문제는 이자율 쪽 저울이 지금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에요. 정부는 만기가 찬 빚을 현금으로 갚지 못하면 새 채권을 발행해 갈아끼우는데요, 이 ​​차환​​ 과정에서 새 금리가 적용됩니다. 8월 말 기준 미국 유통 국채의 평균 금리는 3.48%로 5년 전보다 2%포인트 이상 올랐어요. 그런데 새로 빌리는 값은 10년물 기준 5% 부근이죠. 낡은 저금리 채권이 만기가 올 때마다 고금리로 바뀌니까, 평균 이자율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요.

2023년 10월에도 금리가 5%를 터치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하루 만에 4.8%대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하락 폭이 제한적이에요. 5%가 일시적 고점인지 새로운 표준인지를 두고 월가가 갑론을박하는 이유도, 결국 이 줄다리기의 승자를 두고서예요.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앞지른 순간

2026 회계연도 11개월(8월까지) 순이자 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어요. 전년 동기보다 8.9% 늘었고요. 이 돈은 이미 국방예산과 다른 모든 주요 지출 항목을 넘어섰습니다.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는 1.4조 달러까지 불어났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28년 무렵 이자가 연방 정부 최대 단일 지출 항목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왜 이 숫자가 신호일까요? 이자는 줄일 수 없거든요. 사회보장이나 의료보험도 정치적으로 줄이기 어렵고요. 그러면 깎이는 쪽은 국방과 교육, 연구개발 같은 재량 지출이에요. 빚이 이자를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되면, 다음 위기 때 꺼낼 재정 카드가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죠.

더 문제는 고리가 돌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이자가 늘면 → 적자와 발행이 커지고, 공급 부담이 금리를 밀어 올려요. 오른 금리는 다시 이자를 키우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구조를 '자기 강화 피드백 루프'라고 불렀어요. 유통 국채의 23%가 1년 미만 단기 국고채라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수록 이자 부담이 재정 장부에 즉각 반영되는 것도 루프에 기름을 붓는 셈이에요.

숫자는 이미 루프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30년물 금리는 장중 5.40%까지 오르며 2007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요. 20년물 입찰 낙찰 금리는 5.420%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국채 시장 규모는 2007년 4.5조 달러에서 지금은 약 32조 달러예요. 똑같은 충격이 와도 흔들리는 절대 크기가 다른데, 금리는 그 시절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죠.

"성장으로 푼다"는 말, 숫자로 검산하면

베센트 재무장관의 답은 성장이에요. 연방 지출을 절제하면서 실질 성장률 3%만 유지하면 "성장을 통해 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죠. AI 투자 붐이 미국 경제를 끌어올려 줄 거라는 기대도 깔려 있고요. 실제로 지금 미국 경제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이 AI 설비 투자예요. 기업들이 고금리에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돈을 쏟아붓는 덕분에 5% 금리를 견디는 성장률이 유지되고 있거든요.

검산해볼까요? 실질 3%에 물가 2%를 더하면 명목 성장률은 5%예요. 그런데 10년물 금리가 5%죠. r과 g가 정확히 맞닿아 있어요. 게다가 시장은 이번 주 연준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90% 넘게 반영하고 있어요. 어느 한 칸이라도 밀리면 r이 g를 앞지르는데, 전망은 그리 편하지 않아요. IMF와 블룸버그 경제학자 조사는 2027~2028년 미국 성장률을 2% 초반으로 보고 있거든요.

과거 기록도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쪽에 표를 던져요. 2023년과 2024년에 실질 성장률이 3%에 육박했거든요. 그런데 그 두 해에 공공 부채는 각각 약 10%와 7% 늘었고, 연간 적자는 1조 6,0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성장이 좋았는데도 부채가 더 빨리 커진 거예요. 지출이 더 빨리 늘어서 그런데요. 사회보장 지출은 연평균 5.5%, 의료보험은 최대 7.5%씩 늘어나는 반면 명목 성장률은 5%니까요. 전 의회예산처(CBO) 국장 더글러스 홀츠에이킨은 베센트의 적자 목표를 달성하려면 6% 성장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어요.

이 판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양원을 모두 잡으면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어요.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 추산으로 연간 비용이 1.2조 달러인데요, 상쇄 조치 없이 시행되면 적자 비율이 GDP의 9~10%까지 커집니다. 베센트 장관은 "적자를 늘리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 재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어요.

일본과 영국, 흘러가는 두 갈래 길

부채가 GDP의 200%가 넘는데도 일본이 30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답은 초저금리예요. r이 g보다 훨씬 낮으니 빚이 아무리 커도 무겁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저울이 지금 기울기 시작했어요. 10년물 국채 금리가 3.025%까지 오르며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고, 30년물은 4.12%를 기록했습니다. 방위비를 GDP의 3.5%까지 올리는 안이 검토된다는 보도 하나에 국채 시장이 반응한 걸 보면, 시장이 재정 확장에 얼마나 민감해졌는지 알 수 있죠.

영국은 다른 답을 골랐어요. 영란은행이 20년·30년물 장기 국채 매각을 중단하기로 한 거예요. 금융위기와 팬데믹 때 사들인 채권을 만기 전에 시장에 되파는 양적긴축이었는데요, 싼값에 사서 비싼 금리 환경에 팔다 보니 손실이 났어요. 이미 납세자 부담으로 220억 파운드의 손실이 쌓였다는 분석이 있고, 전부 청산하면 약 1,000억 파운드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죠. 매각을 멈추면 연간 약 25억 파운드가 절감되고, 그 재원은 예산안 꾸리기의 재정 여력으로 이어집니다. 중앙은행이 재정 사정을 고려해 정책을 고쳐 쓰는 장면인데요, 전문가들이 ​​재정 종속(fiscal dominance)​​이라 부르며 경계하는 바로 그 지점과 맞닿아 있죠.

미국발 매도세는 이미 자산 시장 전반으로 번졌어요. 주식은 할인율이 오르며 밸류에이션 압박을 받는데요.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이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 국채 금리가 조금만 요동쳐도 증시가 함께 흔들리기 쉬운 상태예요. 환율은 달러 강세로 흘렀고, WTI가 배럴당 100달러 위에서 버티는 것도 물가와 금리를 함께 밀어 올리고 있죠. 다만 10년물 공매도 포지션이 기록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금리가 고점을 찍고 되돌릴 가능성을 보는 시각도 있어요.

결국 미국 부채의 궤적은 5% 금리와 3% 성장 목표의 줄다리기에 달려 있어요. 베센트 장관이 약속한 재정 정비 계획과 연준의 물가 대응이 r과 g의 격차를 어떻게 좁혀 나갈지, 앞으로 몇 분기는 그 장면을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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