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iew Cut
유로를 팔아 엔을 산 미국, 통화 동맹보다 국채가 먼저다
내용 요약중...
2026년 7월 31일 미국 재무부가 ECB 사전 통보 없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전례 없는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 약 13.8조 엔을 투입했고 미국은 50~100억 달러로 참여했다. 표면은 엔저 방어지만 일본의 미 국채 매각을 막아 장기금리를 보호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FIMA 레포 시설 확대, ECB의 배신감, 1조 달러 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 한국 원화 동조화 현상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The Interview Cut
2026년 8월 7일 오후 2:24


2026년 7월 31일, 미국 재무부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거래가 끝난 뒤에야 통보를 받았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다음 날 전화 통화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중앙은행 간에 유지되어 온 사전 협의 관례가 한 방에 깨진 순간이었다.
미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에 나선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약 28년 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국 통화인 달러를 매도하지 않았다. 유로화를 매도해 엔화를 샀다. 베선트 장관의 강달러 정책 기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엔화를 지지하는 동시에,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보유한 미 국채를 매각하는 상황을 막으려는 계산이 겹쳐 있다.
미국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방어에 직접 개입했는데, 단순한 환율 안정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개입의 이례적 성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번 개입은 세 가지 차원에서 전례가 없다. 첫째, 미국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했다. 둘째, ECB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셋째, FIMA 레포 시설이라는 연준의 비상 유동성 도구를 엔화 방어에 동원했다는 점이다. 세 가지 모두 과거 수십 년간의 관례를 깨는 행위다.
1998년 6월 미국이 일본과 공동 개입했을 때는 달러를 매도해 엔화를 샀다. 당시 규모는 약 8억 3,3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달러 약세를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분명했다. 이번에는 달러를 직접 건드리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이 내각 회의 중 메모에 적은 '50~100억 달러 규모 엔화 매수'는 ESF(외환안정기금)의 유로화 자산을 매각해 조달한 것이다. 미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380억 달러이고, 그중 70%가 유로화 자산이다.
물론 달러를 매도하지 않았다는 점이 곧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강달러 정책을 표방하는 행정부에서 자국 통화 약세 신호를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단순한 환율 방어가 아니라 미 국채 시장 보호가 1차 목표에 가깝다고 본다. 일본이 약 1.1조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해외 채권국인데, 엔화 방어를 위해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 장기금리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미 5.2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달러 대신 유로화를 매도한 배경에 강달러 정책 유지와 미 국채 보호라는 두 가지 계산이 겹쳐 있다면, 구체적으로 일본의 미 국채 매각이 미국 장기금리에 미칠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매각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에게 가장 위험한 변수다. 일본은 2026년 5월 기준 약 1조 1,4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4~5월에도 일본은 11.7조 엔(약 732억 달러)을 투입해 개입했는데,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미 국채 매각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재무부의 TIC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2026년 5월에 667.5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매각했다.
문제는 이 매각이 미국 장기금리에 직격탄이라는 점이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26년 7월 말 5.27%까지 치솟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도 4.7%에 육박했다. 이 상황에서 세계 최대 해외 채권국이 추가 매도에 나서면 수익률 곡선의 장기단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베선트 장관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핵심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매각 압력을 차단하는 것이 재무부의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FIMA 레포 시설의 활용을 공개적으로 권장했다. 이 도구를 쓰면 일본이 미 국채를 시장에 직접 팔지 않고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다. 국채 매각 충격을 피하면서 엔화 방어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현재 FIMA의 거래 상대방당 일일 한도는 600억 달러이고, 베선트 장관은 이 한도를 수개월 내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FIMA 레포 시설의 한도 확대를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는 없는가?
FIMA 레포 시설의 운영 규칙이나 한도 변경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연준의 통화 도구 조정을 요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이런 조율이 비공개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 전직 재무부 관료들은 이번 공개 요구를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베선트 장관이 매주 조찬 모임을 가질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요구가 사전 조율 없이 나온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재무부와 연준의 관계를 규정하는 '재무부-연준 협정'을 재작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FIMA 확대는 이런 협력 기조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다만 한도 확대가 곧바로 연준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FIMA는 단기 차입 성격이고 미 국채를 담보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라 정치적·금융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클락타워 그룹의 에릭 월러스타인 고문은 FIMA 확대가 단기 차입이며 담보가 있어 연준에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전례가 아니라 선례다. 재무부가 연준의 도구를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패턴이 굳어지면 향후 통화 정책의 독립성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앞서 ECB가 사후 통보만 받은 점을 언급했는데, 서방 중앙은행 간 협력 관례가 깨진 것의 파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ECB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서방 통화 당국 간의 오랜 협력 관례를 깨뜨린 전례 없는 위반으로 규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유럽·일본의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 시 상호 신뢰와 사전 협의를 원칙으로 삼아 왔다. 뉴욕 연준과 ECB가 매일 외환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것도 이 관례의 일환이다.
이번에 미국이 ECB에 알리지 않고 유로화를 매도한 것은, 유로화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래를 동맹국 중앙은행의 동의 없이 실행한 것이다. 유로-엔 교차 환율이 개입 채널로 사용됐기 때문에 유로화 시장에도 파장이 간다. ECB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가 미국의 대일 지원 도구로 소비된 셈이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G7 다자간 협력 체제가 양자 간 거래로 분해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주의보다 일대일 협상 모델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례가 단발성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이 필요한 국가의 중앙은행만 골라 지원하는 패턴은 이미 2025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 200억 달러 통화 스왑을 제공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코넬 대학교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이를 외환시장 개입이 명백한 지정학적 색채를 띠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거론되는데, HSBC가 추정하는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한다. 미·일 공동 개입이 이 청산을 촉발할 수 있는가?
HSBC가 추산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기술주나 신흥국 자산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 전략은 엔화 가치가 완만하게 하락한다는 전제에 의존한다. 엔화가 급등하면 환차손이 이자 수익을 압도하고, 레버리지를 쓴 투자자는 강제 청산 압력에 직면한다.
이번 공동 개입으로 엔화가 164엔에서 157엔으로 약 5% 급등한 것이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 CFTC 데이터에 따르면 개입 직전 헤지펀드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7월 28일 기준 124,575계약의 엔화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포지션이 일제히 청산에 나서면 글로벌 위험 자산에 연쇄 매도 압력이 발생한다.
다만 2024년 8월의 혼란과 달리 지금은 조달 통화가 다변화되고 있다. 시티그룹의 다니엘 토본 전략가는 모든 거래가 엔화 조달에만 의존하던 상황이 더 이상 아니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을 대체 조달 통화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건스탠리도 엔화 대신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이 캐리 트레이드 주요 펀딩 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청산 충격이 2024년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근본적으로 1조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재평가 압력에 놓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베선트 장관이 엔화 약세가 한국 원화 등 아시아 통화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언급했다. 이번 개입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파급은 어떠한가?
베선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엔화의 과도한 약세가 한국 원화의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포함해 아시아 통화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가 주변국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7월 31일 한국 외환당국도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고, 원화는 하루 만에 2% 상승하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와 원화의 상관관계는 최근 2년간 크게 높아졌다. MUFG 등 주요 금융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엔화 강세 시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수혜를 입는 통화로 분류된다.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도 겹쳤다.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62.8% 증가한 988.9억 달러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178.8% 급증했다. 이런 펀더멘털이 원화 하방 경직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원화 강세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급격한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의 이익을 압축하고,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한 기관 투자자의 환차손을 키운다. 7월 31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7.91%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7.2조 원을 순매수한 것은 이런 변동성의 극단적 사례다. 시티그룹과 바클레이즈는 엔화 강세가 한국 원화·싱가포르 달러·태국 바트 등 아시아 통화의 동반 강세를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가 독자의 일상이나 자산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환율·금리·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변화는 어디에 있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환율 변동성 확대다. 미·일 공동 개입이 환율을 안정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책 반응 함수라는 새로운 변수를 시장에 추가했다. 투자자가 거시 경제 기본뿐 아니라 정부 개입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달러/원 환율은 최근 1,420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엔화 움직임에 따라 양방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도 주목해야 한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5.27%까지 오르면서 미국 주택담보대출 30년 고정금리는 연 6.66%에 달했다. 이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국내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국고채 10년물과 미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가 -1.0%p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미국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원화 하방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금값은 이런 불확실성의 직접 수혜를 보고 있다. 현물 금 가격이 온스당 4,257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구조적 지지 역할을 하고 있는데, 2026년 2분기에만 289톤을 순매수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결합되면서 금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확인받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취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태도는 단일 통화나 단일 자산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분산이 가장 효과적인 헤지가 된다.
FIMA 레포 시설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Repo Facility는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 유동성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상설 유동성 지원 도구다. 2020년 팬데믹 당시 임시로 도입됐다가 2021년 7월 상설 기구로 전환됐다. 거래 상대방당 일일 한도는 600억 달러이며 최장 7일간 대출이 가능하다. 이번 미·일 공동 개입에서 일본이 미 국채를 시장에 직접 매각하지 않고도 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안전판 역할을 했다.
ESF (외환안정기금)
Exchange Stabilization Fund는 미국 재무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운용하는 기금이다. 2026년 6월 기준 약 130억 유로의 유로화 자산과 255억 달러의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개입에서 미국은 ESF의 유로화 자산을 매각해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재무부는 ESF 자산 배분 결정 시 외국 정부나 중앙은행과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엔 캐리 트레이드
저금리 일본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차익 거래 전략이다. HSBC는 현재 시장에 쌓인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 규모를 약 1조 달러로 추산한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환차손이 발생해 강제 청산 압력이 작용하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위험 자산에 연쇄 매도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을 대체 조달 통화로 활용하면서 엔화 의존도는 다소 낮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