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더 깊게

미국 국채 5% 시대, 금리를 밀어올린 '재정프리미엄'

내용 요약중...

2026년 9월 24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0%를 넘어 19년 만의 최고치를, 30년물은 5.44%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7.45%까지 올랐고, 5년물 입찰 응찰률은 2.21로 직전(2.37)보다 낮아졌습니다. 40조 달러를 넘어선 연방 부채와 적자 확대가 낳은 재정프리미엄이 연준 금리나 인플레이션 기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입니다.

기본기, 더 깊게

2026년 9월 25일 오전 9:14

미국 국채 5% 시대, 금리를 밀어올린 '재정프리미엄'
미국 국채 5% 시대, 금리를 밀어올린 '재정프리미엄'
AI 오디오북미국 국채 5% 시대, 금리를 밀어올린 '재정프리미엄'
0:00
0:00

미국 국채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배워왔죠. 주식이 흔들릴 때마다 돈이 숨어드는 피난처였고, 전 세계 모든 금리의 기준점 같은 존재였어요. 그런데 그 국채가 요즘은 안전자산이라기엔 낯선 숫자를 찍고 있어요.

2026년 9월 24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0%를 넘어섰어요.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죠. 30년물은 5.44%까지 올라 200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0년물은 5.5%에 육박했어요.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7.45%까지 밀려 올라갔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장기금리를 밀어올리는 건 연준이 아니에요

연준이 금리를 올렸으니 장기금리도 따라 오른 거 아니냐, 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절반만 맞는 이야기예요. 연준의 기준금리는 지난 9월 16일 25bp(0.25%포인트) 인상으로 4.0%가 됐어요. 그런데 30년물 국채 금리는 5.44%죠. 정책금리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고, 2020년 저점과 비교하면 약 500bp(5%포인트)나 오른 셈입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이에요. 국채 금리는 크게 두 덩어리로 쪼갤 수 있는데요. 하나는 '앞으로 단기금리가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한 시장의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대를 넘어서 투자자가 추가로 요구하는 웃돈이에요. 이 웃돈이 기간프리미엄이고요.

돈을 빌려주는 상황을 떠올려볼게요. 친구가 1년 뒤에 갚겠다고 하면 대체로 흔쾌히 빌려주죠. 그런데 같은 친구가 30년 뒤에 갚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으니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아요. 결국 '그 정도면 빌려주겠다'는 이자를 더 얹어달라고 하게 되죠. 국채도 똑같아요.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가 요구하는 웃돈이 커집니다.

그런데 이 웃돈이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커졌어요. 뉴욕 연은(New York Fed)이 추정하는 10년물 기간프리미엄은 9월 18일 기준 0.96%로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에요. 샌프란시스코 연은 모델로는 1.2%까지 나오고요. 10년물 금리 5.2% 가운데 1%포인트 안팎이 '오래 묶어두는 값'이라는 뜻이죠.

웃돈 위에 얹힌 '재정프리미엄'

그렇다면 왜 이 웃돈이 이렇게 커졌을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게 ​​재정프리미엄(fiscal premium)​​이에요. 기간프리미엄이라는 큰 우산 안에서, 정부의 부채와 적자, 그리고 국채 발행 물량 때문에 생기는 몫을 따로 떼어 부르는 말이죠.

비유를 하나 더 해볼게요. 동네에서 제일 믿음직했던 사람이 돈을 빌리러 다니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다들 기꺼이 빌려줘요. 그런데 매달 빌리는 돈이 갚는 돈보다 많고, 심지어 빌린 돈으로 이자를 갚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요? 다음번엔 이자를 더 얹어달라고 하게 되죠. 지금 미국 정부가 딱 그 처지예요.

미국 연방 부채는 2026년 9월 기준 무려 40조 달러를 넘어섰어요. 2026 회계연도 적자는 약 1.9조 달러로 GDP의 5.8% 수준인데, 지난 50년 평균인 3.8%를 크게 웃도는 규모죠. 의회예산처(CBO)는 공공 부채 비율이 올해 말 GDP의 101%까지 오르고, 2036년에는 120%에 이른다고 봅니다.

이자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요. 미국 정부가 올해 이자로만 1조 달러 넘게 지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방비를 넘어서는 규모예요.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구조, 그게 재정프리미엄을 키우는 핵심 동력이죠.

  • 재정프리미엄은 따로 관측되는 지표가 아니라, 기간프리미엄 추정치와 국채 발행·재정 적자 데이터를 함께 놓고 해석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기관마다 정의와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살 사람이 줄고 있어요

물건이 쏟아지면 가격은 사는 쪽이 정하게 되죠. 지금 미국 국채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외국인 수요의 변화예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국제자본(TIC) 데이터를 보면, 2026년 6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6,33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3.4% 줄었어요. 한때 1조 3,000억 달러를 넘었던 나라죠. 일본도 1조 1,200억 달러로 3.3% 감소했고요. 외국인들의 미국 단기국채 매수 규모는 전년 대비 80%나 줄었습니다.

입찰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켜요. 9월 23일 진행된 700억 달러 규모 5년물 입찰의 응찰률(bid-to-cover ratio)은 2.21로 직전 2.37보다 낮았어요. 7년물도 2.50에서 2.42로 내려갔고요.

  • 응찰률(bid-to-cover ratio): 입찰 물량 대비 얼마나 많은 주문이 들어왔는지를 나타내는 배수. 같은 만기의 직전 입찰과 비교해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경매장에 물건이 쏟아지는데 응찰자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낙찰가는 낮아지고, 물건 주인은 더 싸게 팔 수밖에 없어요. 채권은 여기서 한 번 더 꼬여요.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올라가거든요. 응찰률 하락이 곧 금리 상승 압력이 되는 이유입니다.

연준도 예전처럼 받아주지 않아요. 한때 국채 시장의 큰손이었지만 지금은 보유 잔액을 줄여온 입장이고, 재무부는 장기물 대신 단기물 위주로 발행을 늘려 부담을 미뤄왔죠. 골드만삭스는 국채 공급 물량이 기간프리미엄을 끌어올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고 밝혔어요. 뱅가드 역시 재정 지속가능성 우려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G7 전반의 현상이라고 짚었고요.

이 금리가 우리 쪽으로 오는 길

장기금리 상승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요. 가장 먼저 맞는 건 미국의 집값이에요. 모기지 금리는 10년물 국채 금리를 뒤따라 움직이거든요.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9월 18일 기준 7.12%에서 며칠 만에 7.45%까지 뛰었어요. 주택 구매 지수와 재융자 지수는 나란히 내려갔고요.

주식시장도 이미 반응했어요. 9월 23일 미국 5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하자 S&P500은 0.8% 이상, 나스닥은 1.3%,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2% 이상 각각 밀렸죠. 장기 국채 ETF인 TLT는 79.42달러까지 내려 52주 최저치를 다시 썼고요.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올라가니, 성장주일수록 더 아프게 맞습니다.

신흥국에도 파장이 갑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니까요. 실제로 시티그룹은 미국 국채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변동성이 커지자 남아프리카 랜드, 멕시코 페소 등으로 짜인 신흥국 캐리 트레이드 포트폴리오를 청산했어요.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들도 압박을 받는 상황이고요.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예민해지는 구간이고, 동시에 5%대 미국 국채가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익률이라는 점도 기억해둘 만해요.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요? 가장 먼저 볼 것은 미국 재무부의 분기 발행 계획이에요. 지금까지는 단기물 위주로 발행을 늘려 장기물 부담을 미뤄왔는데, 적자가 커지면 언젠가는 10년물과 30년물 발행을 늘려야 해요. 장기물 공급이 늘면 → 재정프리미엄이 한 번 더 뛸 수 있습니다. 20년물과 30년물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테일'이 반복되는지도 같은 신호로 읽혀요.

반대 방향의 힘도 만만치 않아요. 연준은 이미 지급준비금 관리를 위한 단기 국채 매입 규모를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밝혔고, 재무부도 환매(바이백)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경기가 꺾이면 안전자산 선호로 장기금리가 되레 내려갈 수도 있고요. 다만 뱅가드처럼 재정 지속가능성 우려가 G7 전반의 구조적 현상이라 장기금리가 '높게,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변수도 남아 있어요. 트럼프 행정부의 디젤 수출 제한 검토처럼 에너지 가격을 건드리는 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재정 확장 논의도 부담이에요. 미시간대 조사에서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3.3%에서 3.4%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이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된 것도, 관세를 둘러싼 물가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미국 국채 금리 5%대는 단순히 '금리가 높아졌다'가 아니라, 정부가 빌린 돈에 시장이 가격표를 다시 붙이고 있다는 뜻이에요. 재정프리미엄이 어디까지 올라설지는 발행 물량과 그걸 받아줄 수요가 함께 결정할 문제라, 앞으로 몇 차례의 입찰 결과와 재무부 발행 계획을 나란히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