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시장이 씨 마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12년 넘게 겪어보지 못한 속도로 오르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전월 대비 상승률이 1.37%에 달했는데요. 이는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전세수급지수 역시 128.1을 기록하며 2020년 임대차법 시행 당시의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죠. 단순한 계절적 변동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요동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노원구와 강서구, 구로구 등에서 10억 원 미만의 소형 아파트를 찾는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죠. 올해 7월 노원구 아파트 거래 510건 가운데 440여 건이 10억 원 미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전월세난이 심해지자 임차인들이 중저가 매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1월에서 7월 사이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매매 비중은 39%를 기록했는데, 이는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세금과 규제가 낳은 복합적 악재
이 모든 현상의 출발점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거주 의무가 대폭 강화되었죠. 여기에 최근 세제개편안까지 더해졌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종합부동산세를 최대 5배까지 차등 부과하고,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도 종료되면서 집주인들의 세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자연스럽게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을 거절하고 직접 입주하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등 신축 단지에서는 전세 물건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늘면서 전셋값이 13억에서 16억 원 선으로 뛰었습니다. 결국 임대차 시장의 물량은 급감하고, 남은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조차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매물이 늘어나는 모순된 풍경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제개편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약 2,100건 증가했는데, 특히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두드러졌죠. 하지만 매수세는 여전히 실종된 상태입니다. 대출 규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주인들은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고, 세입자들은 전세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공급 대책은 시급하지만 먹구름은 걷히지 않는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다급하게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5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비아파트 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죠.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공급이 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서초 내곡동이나 강남 세곡·자곡동 등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다시 떠올랐지만, 실제 주택이 들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2028년까지 서울에서 정비사업으로 이주해야 할 물량이 8만 3천 가구가 넘습니다. 이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지금의 전세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상승률이 이미 지난해의 5배에 달하는 6.53%를 기록한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세금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피해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은 더 큰 충격을 앞두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