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가 1천건을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총 1011개 하청 노조가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민간 부문이 58%로 공공 부문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실제 교섭이 시작된 사업장은 33곳에 달합니다. 이는 법 시행 초기보다 신청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사용자성 판단 결과에 따라 교섭 요구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용자성 판단, 하청 노조에 유리하게 흐르나
법의 핵심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성’을 인정받으면,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행 한 달 동안 전국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성 관련 170건 중 23건에 대한 판단을 내렸고, 이 중 21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습니다. 안전, 근로시간, 인력 배치 등 핵심 근로 조건에서 원청의 관여가 확인되면 사용자성이 쉽게 인정되는 구조인데요. 당연히 경영계는 협력 업체가 많은 대기업의 경우 1년 내내 교섭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처음으로 사용자성 판단 신청이 기각된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을 상대로 낸 신청을 기각했죠. 회사 측이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임금과 작업 방식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된 결과입니다. 이는 모든 하청 노조의 요구가 통용될 것이라는 초기 예상을 깨고,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섭 창구 분리로 기업 부담 가중
논란은 사용자성 판단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가 신청한 ‘교섭 단위 분리’도 잇따라 인정하고 있어요. 이는 직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하나의 원청 기업을 상대로 여러 하청 노조가 따로 교섭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요. 콜센터 노동자들의 경우 하나은행,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등을 상대로 교섭 단위를 분리하는 것이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이 무력화되면서, 기업의 교섭 행정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계는 이로 인해 실제 협상보다는 절차적 소모전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균형 찾지 못한 노사 관계, 향후 과제는
현재 노사 간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법대로 하자’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며,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법의 취지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경영계는 원청의 일반적인 관리·지시 행위가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로 확대 해석될 수 있고, 이는 하청 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죠. 파업 시 대체 근로자 투입이 제한되는 점도 기업들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정부와 노동부는 이 제도가 원·하청 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안착을 자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혼란과 부담은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장기적으로 볼 때,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운동장은 결국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 시행 초기 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지만, 사용자성 판단의 구체적 기준 마련과 교섭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시급해 보입니다. 향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단과 추가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법의 해석과 적용이 보다 정립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