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불러온 역사 해석 논란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과 동시에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이 작품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했는데요.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드라마 형식을 택하면서, 배후를 특정 인물과 연결해 그린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보수 진영은 이를 역사 왜곡이자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합니다. 반대로 진보 진영은 창작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같은 사건을 두고 '진실 규명'과 '창작의 자유'라는 두 가지 해석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입니다.
제작진 "왜곡 의도 없다" vs 비판 "선을 넘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을 뿐,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겁니다.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도 않았고, 영화 속 가설을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갑제 대표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영화를 두고 패륜이자 이적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그는 문세광이 조총련 공작원을 통해 김일성의 직접 지령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사건의 진실을 애매하게 만드는 음모론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창작의 자유를 내세우는 제작진과, 사실을 비틀면 안 된다는 비판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입니다.
흥행 성적과 번진 불똥
논란과 별개로 흥행 성적은 뜨겁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후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잠시 1위를 내줬다가 다시 정상을 탈환했는데요. 누적 관객수는 169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경쟁작인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95만 명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앞서는 수치입니다.
논란의 불똥은 광고 시장으로도 옮겨붙었습니다. 버거킹이 유해진을 모델로 내세운 신메뉴 광고를 공개했는데,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광고 영상의 댓글 창이 닫혔습니다. 버거킹은 게시물과 무관한 욕설이나 비방은 삭제될 수 있다는 안내를 내걸며 브랜드 보호에 나섰죠. 한 편의 영화가 던진 화두가 흥행과 광고, 나아가 역사 해석 논쟁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