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선박 섞인 첫 수송
러시아산 경유 14만톤을 실은 유조선 3척이 다음 달 미국 동부 항구로 향합니다. 아기오이 파넨데스호가 11월 7일 뉴욕에, 탈리스만호가 9일 동부 해안에, 레루오호가 11일 도착할 예정인데요. 2026년 10월 9일 트럼프·푸틴의 ‘경유 딜’로 미국 당국이 처음 승인한 물량입니다. 2023년 7월 이후 러시아산 경유가 미국 항구에 다시 들어오는 셈입니다.
문제는 레루오호입니다. 이 선박은 GPS를 끄고 해상 환적을 하거나 G7 가격 상한제를 위반한 혐의로 영국과 유럽연합, 캐나다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제재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하면 금융과 해운 시스템에 법적 분쟁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의회는 은행과 항만, 유통업체에 서한을 보내 관련 거래에 관여하면 조사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가격과 제재 사이
배경에는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제품 수입 금지가 있습니다. 미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연료 수입을 막았는데요. 중동 정세 악화와 이란 전쟁 등으로 경유 가격이 급등하자 예외를 둔 겁니다. 러시아는 10월 중순 수출 쿼터를 도입해 디젤 생산을 하루 16만톤에서 18만톤으로 늘렸고, 이후 월 100만톤 이상을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 측은 이번 물량이 세계 디젤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정상 합의가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미국 내에서는 에너지 안정과 제재 원칙이 충돌한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임시 면허 자체는 가능하다면서도 제재 선박의 입항은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업계도 법적 복잡성과 물량 부족 탓에 거래에 소극적입니다.
중간선거 앞둔 정치적 파장
이번 사안은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시시피주 유세에서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물가 상승과 이란 전쟁 장기화를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을 키우는 상황입니다. 러시아 경유 수입이 연료 가격을 낮출지, 제재 체계를 흔들었다는 비판으로 남을지가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른 겁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드론 공격을 재개하면 공급 차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디젤 수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거래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비수입국까지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은 14만톤의 첫 수송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제재 선박 문제를 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가 어떤 선을 그을지가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