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랠리로 늦춰진 국민연금 고갈… 그런데 이면의 균열은

파문
2개의 관련 기사

4달 전 수정 · 2026년 6월 22일 오전 10:46

발행: 2026년 6월 22일 오전 9:32

요약 생성중...

반도체주 중심의 코스피 강세로 국민연금 기금 자산이 1,526조 원까지 늘며 고갈 시점이 4~7년 늦춰졌습니다. 2025년 국내 주식 수익률만 35%를 넘었고, 전체 수익률 18.82%를 견인했습니다. 반면 연기금은 리밸런싱 유예 종료 앞두고 나흘간 1.2조 원을 순매도하며 비중 조절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랠리가 연금에 준 시간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4~7년 정도 뒤로 밀려났습니다. 2026년 3월 말 기준 기금 자산은 약 1,526조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분기 대비 68조 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반도체주 중심의 코스피 상승에 힘입어 국내 주식 자산이 57조 원 이상 증가하며 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렸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국민연금 국내 주식 수익률은 무려 35.12%에 달했고, 전체 자산 수익률 18.82%를 견인한 핵심 동력이 됐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 수지 적자 전환 시점을 2050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을 2069년으로 추정하며 이전 전망보다 각각 2년과 4년씩 연기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잠정적으로 7년 정도 더 늦춰졌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시장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습니다. 과거 2008년, 2018년, 2022년처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해가 있었고,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부터 2100년까지 평균 운용 수익률을 4.6%로 전망했습니다. 수익률이 1%p 더 높아지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82년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필요해 보입니다.

1.2조 매도의 배경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나옵니다. 연금 기금의 자산이 늘어난 배경에는 국내 주식 비중 확대가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기금은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 2,25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일별 매도액은 70억 원에서 시작해 5,890억 원까지 점차 불어났습니다.

이는 6월 말로 종료되는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기간에 맞춘 사전 조치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를 넘어도 기계적으로 매도하지 않아도 되는 유예를 적용받아 왔는데, 7월부터 다시 자산 배분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유예 종료 직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피하려는 선제적 대응인 셈입니다.

지난달 기금위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였고, 실질 허용 상한도 28.8%로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이 이미 30%에 근접해 실질 허용 상단을 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8,000대 후반을 넘어서면 강제 매도가 불가피한 형국입니다.

강세장 이면의 균열

반도체 중심의 강세장이 연금 재정과 시장 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비중 규율 준수를 위한 매도 압력이 공존하는 이례적인 국면입니다. 연기금이 나흘새 1조 원 이상의 주식을 쏟아낸 것도 이런 긴장감이 반영된 결과로 읽힙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적립금 규모가 커지면서 재정 전망의 초기값 자체가 상승했다고 설명했지만, 단순한 수익률 제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금이 감소하는 국면에 대비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이 필수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반도체 불장이 만들어준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에서, 연금의 운용 전략과 시장 충격 완충 장치 모두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