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복구 중 터진 세계 최대 LNG 기지
현지 시간 6월 21일 밤,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산업단지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거점인 이곳 바르잔 가스 공급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데요. 이 사고로 인도와 파키스탄 국적 근로자 등 13명이 숨지고 66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폭발 규모가 워낙 커서 인근 바레인까지 충격이 전달됐고, 사고 지점에서 20km 떨어진 곳에서도 불길과 연기 기둥이 보일 정도였죠. 카타르무부는 사보타주나 외부 공격이 아닌, 설비 내부의 기술적 오작동으로 인한 폭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전쟁으로 멈췄던 시설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사고를 넘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미 갈라진 공급망에 덮친 또 다른 충격
사실 라스라판 단지는 올해 초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 과정에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었고, 카타르에너지는 계약 이행 불가를 이유로 '불가항력'까지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생산 능력의 17%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은행은 완전 복구까지 3년에서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죠.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후티 반군의 공격까지 겹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은 이미 불안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특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 카타르를 방문해 LNG 최우선 공급을 약속받은 직후의 사고라 의미가 다릅니다. 이런 가운데 핵심 시설의 재가동 작업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LNG 공급의 차질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라스라판 단지는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며, 생산량의 90%를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보냅니다. 한국 역시 지난해 전체 LNG 수입량의 14.9%인 697만 톤을 카타르에서 도입했죠. 앞서 이란 공격으로 이미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50% 가까이 급등했던 전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단기적인 직접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불가항력으로 물량이 끊긴 상태였고, 정부도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는데요. 다만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조차 시설 운영 재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만큼, 장기적인 공급 불안정성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전쟁과 공급망 붕괴로 취약한 상태에서, 이번 폭발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린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