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끌어낸 부품 수요
LS에코에너지가 베트남 생산법인 LSCV에 650억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용 울트라캐패시터(UC) 생산설비를 구축합니다. 2027년 4월 양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연간 1,500억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인데요. UC는 전기를 빠르게 저장하고 공급해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의 순간적인 전력 부족을 메우는 장치입니다.
이번 투자의 출발점은 계열사 LS머트리얼즈의 수주입니다. LS머트리얼즈는 지난 10월 13일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과 5,150만 달러, 우리 돈 약 69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7월 초도 물량 470만 달러를 더하면 누적 수주액은 약 750억원으로 늘어납니다. LS에코에너지는 이 기술을 넘겨받아 위탁생산(OEM)하는 구조입니다.
베트남을 고른 이유도 분명합니다. LSCV는 기존 공장의 유휴 부지를 그대로 활용하고, 인건비와 유틸리티 비용이 낮아 원가 경쟁력이 높습니다. 국내외 생산거점을 나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실적이 먼저 증명한 변화
사실 LS에코에너지는 이미 몸집을 키우는 중입니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515억원, 영업이익 2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1.0%, 50.2% 늘었습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 9,873억원, 영업이익 67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힘을 보탠 건 유럽과 북미로 나가는 전력케이블 수출, 그리고 동남아 버스덕트 판매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초고층 빌딩 건설이 늘면서 버스덕트 매출이 전년 대비 2~3배 뛰었습니다. UC처럼 버스덕트도 AI 인프라 확장의 수혜를 그대로 받는 품목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회사는 베트남에서 대용량 버스덕트 생산설비도 짓고 있습니다. 2027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이고, 방산용 희토류인 사마륨 생산시설도 연내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은 건 매출 인식까지의 시간
기대가 큰 만큼 넘어야 할 구간도 있습니다. LS머트리얼즈는 그동안 풍력 터빈과 물류 로봇처럼 발주 주기가 긴 시장에서 다섯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납품이 2027년 4월부터 시작되는 데다 회계상 매출로 잡히기까지는 1년 6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당장의 숙제는 11월부터 나가는 63억원 규모 초도 공급과 자회사 실적으로 고정비 부담을 덜고 현금흐름을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늘어나는 해외 주문에 맞춘 생산능력 확충 비용, 원자재 가격 변동성, 특정 고객사에 매출이 몰리는 위험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이상호 대표는 UC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버스덕트 등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설비를 세우는 단계까지는 왔지만, 숫자로 확인되는 시점은 아직 조금 남아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