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깨어난 단층, 구마모토를 덮치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28일 오후 터진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는 14명으로 늘었고, 이재민은 8,8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특히 야쓰시로시 제지 공장과 이온 쇼핑몰이 붕괴되면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집중되었는데요. 이온몰은 내진 보강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지 불과 45일 만에 다시 무너져 지역 주민들의 충격이 큰 상황입니다.
피해는 건물 붕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구마모토현 내 수만 가구가 정전되었고, 6만 5천 가구는 수돗물 공급이 끊겼습니다. 35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대피소로 몰린 주민들은 단수와 정전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는데요. 29일 밤에는 규모 5.8의 추가 지진까지 발생하며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사실 이번 지진의 진원은 2016년 대지진을 일으켰던 히나구 단층대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단층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규모 8.0의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당분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공장 멈추고, 한반도까지 흔들리다
이번 강진의 여파는 산업계와 이웃 국가까지 벌어졌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은 제조 장비 조정과 정밀 검사가 필요해 생산 재개까지 며칠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물론 1공장이 주로 생산하는 성숙 공정은 삼성전자와 직접 겹치지 않지만, 2028년 3나노 양산을 목표로 한 2공장 공사가 일부 중단된 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니와 미쓰비시 등 주요 제조 공장들도 가동을 멈춰 규슈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한편 지진파는 일본 열도를 넘어 한반도 남해안까지 전달되었습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지에서 800건 가까운 흔들림 신고가 접수되었는데요. 저주파 지진파의 특성상 고층 건물에서 진동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한반도 내륙 단층을 직접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난카이 해곡이라는 초대형 지진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당연히 영남 지역의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 대피 상황까지 발생할 경우 온열 질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의 비극이 만든 방재의 벽
이번 참사 속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속도입니다. 지진 발생 불과 1분 만에 총리 관저에 컨트롤타워가 가동되었고, 자위대 3,600명과 전투기까지 투입되어 피해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사실 이런 신속한 대응은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의 참혹한 기억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당시의 아픔을 교훈 삼아 주택 내진화율을 76%에서 89.5%까지 끌어올렸고, 주민들이 직접 피난 계획을 세우는 방재 교육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정부는 지자체의 정식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식량과 음용수를 즉시 수송하는 푸시형 지원까지 전면 지시했습니다.
반대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뚜렷합니다. 내진 보강을 마친 쇼핑몰이 무너진 사례처럼, 기존 시설의 안전 기준이 실제 강진에서 늘 통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남도는 43년 자매결연을 맺은 구마모토현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며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일주일간 추가 강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어, 구조와 복구 작업은 시간과의 치열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