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서명 앞둔 정치권의 불편한 침묵
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알프스 산악지대의 이 고급 리조트는 외부 접근이 어려워 보안 유지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장소로 제안한 곳인데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의회 의장이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참석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합의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포기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협정 불이행 시 재폭격을 경고했지만, 공화당 상원의원들조차 구체적인 문안을 보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존 튠 원내대표는 집권당 지도부마저 내용을 공유받지 못한 건 이례적이라며 의회 검토를 요구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을 의회에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원격 서명으로 체결된 MOU의 투명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복잡한 경제적 파장
종전 소식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금융 시장은 여전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란 유조선들이 두 달 만에 미 해군 봉쇄선을 넘어 항해를 재개했고, 피치는 한 달 뒤 국제 원유가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이란산 원유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면 유가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겁니다.
동시에 달러-원 환율은 FOMC 회의를 앞두고 1,515원대에서 상승폭을 확대했습니다. 시장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체제의 첫 점도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전망 상향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약세가 고유가와 맞물려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경고하며,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의 전철을 우려했습니다.
여기에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민간 기금 조성 소식이 더해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기업들이 이미 1,500억 달러 이상의 출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전쟁은 자기가 일으키고 비용은 동맹 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세계 경제 지도의 변화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더라도, 세계 경제는 과거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유가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교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전쟁 기간 중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아시아 수입국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급속히 추진했고, 태양광과 풍력 투자 회수 기간이 30년에서 2년 안팎으로 크게 단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풍력 터빈과 고압 케이블, 태양광 패널 생산을 장악한 중국이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는데요. 우드 매켄지는 중국이 현대 에너지망 핵심 부품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을 2.9%에서 2.5%로 하향 조정했고, 미국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상승하며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카타르의 LNG 시설 피해나 UAE의 OPEC 플러스 탈퇴 같은 사건들도 이미 발생한 일들입니다. 종전은 고통을 끝내는 출발점이지만, 세계 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