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뒤덮은 분노와 침묵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홍명보 감독과 이강인, 김민재 등 선수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리자, 새벽에도 모여 있던 수많은 팬들의 거센 야유가 쏟아졌는데요. 사실 이번 귀국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가 생략된 채 진행됐고, 홍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긴장감은 협회장 귀국 때도 이어졌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다른 항공편으로 입국하자 한 남성이 이른바 개껌으로 불리는 이물질을 투척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경찰 100여 명이 배치될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얼음장 같았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홍 감독을 향한 신변 위협 글이 확산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단순히 경기 결과에 대한 실망을 넘어, 오랫동안 쌓인 불신이 폭발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술적 선택을 둘러싼 의문들
경기 안팎에서 홍 감독의 결정은 내내 의문을 남겼습니다. 특히 0대1로 뒤진 상황에서 수비수를 투입한 장면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데요. 당시 JTBC 중계 화면에 포착된 이강인 선수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핵심 공격 자원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전술 운용이 얼마나 지배적인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백스리 포메이션을 고집한 점도 팬들의 지적을 받았죠.
당연히 패배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습니다. 홍 감독은 멕시코 현지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과가 빠진 입장문은 오히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 채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반복했고,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실점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협회의 행정적 실패가 감독과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협회의 카르텔을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반복되는 실패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 감독 선임 전, 제시 마시나 거스 포옛 등 외국인 지도자들도 후보군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협회는 결국 이름값과 과거 대표팀 경험을 이유로 홍 감독을 택했고, 이는 무능과 불통이라는 오랜 비판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제는 학연이나 파벌이 아닌, 뚜렷한 전술 철학과 운영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물론 감독 한 명을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6개월 뒤 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은 감독 공백이라는 현실적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축구협회가 특별감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한 감독 선임과 함께 행정 전반의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