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동맹' 발언의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으로 규정하면서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 환영사에서 미국인 의용 조종사 부대인 플라잉 타이거스를 언급하며 양국이 함께 싸웠다고 강조했는데요. 시 주석도 국빈만찬에서 80여 년 전 양국 국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에 맞섰다며 피와 불로 단련된 우정을 내세웠습니다.
이 표현은 백악관 팩트시트와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8개 성과 합의문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두 나라가 공식 문서로 과거 동맹 관계를 명문화한 셈인데요. 정작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 속에 역사적 표현만 남아 논란이 커졌습니다.
당혹스러운 일본
가장 곤혹스러운 쪽은 일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중국과 미국이 동맹이었다는 표현은 현재 일본의 위치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의 대일 비판 선전장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이 회담이 중국의 대일 비판 선전장으로 이용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고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회담 이틀 뒤인 26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간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일본과 미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본 내부에서는 트럼프식 립서비스라는 평가와 함께 동맹국 대신 연합국이 정확한 표현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남은 변수
중국은 이번 발언을 군국주의 부활 방지와 도쿄 재판 80주년에 연결하며 대일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신형 군국주의 비판을 이어온 흐름과 맞물리는 대목입니다.
일본은 11월 광둥성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항일 역사전에 이용당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일본 정계의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동북아 외교 지형은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