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최고인데 주가는 급락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천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SK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이익 60조5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세웠는데요. 그런데 두 회사 주가는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3주 연속 14.5%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7.8%와 24.3%씩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월 들어 코스피에서 약 18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압박을 가중시켰고, 지난 12~16일 사이에만 두 회사에서 약 8조8600억원이 유출됐습니다.
시장을 흔든 우려의 정체
이런 역설의 배경에는 몇 가지 불안감이 겹쳐 있습니다. 미국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 가능성, 높은 미국 금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중국 CXMT가 차세대 D램 기술 '4F²' 개발 진전을 발표하자 메모리 강자들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는데요.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CXMT의 양산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주가 급락은 과도한 반응이라고 진정시켰습니다. 씨티그룹도 CXMT가 선두 업체보다 4세대 뒤처진 공정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의 제조장비 수출 제한까지 겹쳐 2028년 이전 양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기술 소식 자체보다 양산과 상용화 단계의 장벽이 더 큰 변수라는 판단입니다.
낙폭 과대라는 진단과 남은 과제
증권가는 상황이 다르게 보인다고 말합니다. 하나증권은 공급 부족이 심각해 4분기 D램 가격 상승폭이 기존 전망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며, 주가 낙폭이 과도하니 저점을 노릴 만하다는 겁니다. 저전력 D램인 LPDDR 가격 상승이 실적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램리서치와 ASML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도 긍정적 신호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은 8배 수준으로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시기와 비슷한 저평가 구간에 있습니다.
전망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양사는 용인 클러스터 완공 목표를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앞당기고, 정부는 호남권에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는 800조원 규모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SK그룹 회장도 광주 군공항을 방문하며 조기 착공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력과 용수 공급망, 부지 정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실제 양산 시점은 불확실합니다. 결국 AI 투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느냐가 저평된 반도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