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서 동시에 터진 두 가지 신호
10월 23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남부에서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이 해상 기뢰와 충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선박들이 승인되지 않은 항로로 해협을 통과하려던 중이었다는 게 이란 측 설명인데요. 폭발과 화재로 두 배의 기관실이 마비됐고 선원들은 전원 대피했습니다. 실려 있던 원유는 450만 배럴이 넘습니다.
같은 날 로이터는 이란이 걸프 해역을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직접 타격하는 작전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케이블을 끊고 복구까지 가로막겠다는 겁니다. 해상 물류와 디지털 인프라, 성격이 다른 두 위협이 같은 시점에 수면 위로 올라온 셈입니다.
비중은 작아도 충격은 국지적
전 세계 인터넷 통신량의 약 99%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갑니다. 그런데 통신망 연구업체 텔레지오그래피의 앨런 몰딘 연구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국제 대역폭이 전체의 1% 미만이라 글로벌 통신망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걸프 지역 안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란은 2023년 3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마존웹서비스 시설 두 곳과 바레인 인근 기반시설에 피해를 입혔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 기업들을 표적으로 지목해 왔습니다. 여러 회선이 동시에 끊기면 금융 거래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이란 측은 걸프 국가들이 디지털 인프라 피해의 책임을 미국에 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엔 직접 타격 적지만, 과제는 남아
한국의 해외 인터넷 트래픽은 태평양 해저 케이블과 동남아·동아시아 라우팅을 거쳐 미국 서부와 일본, 싱가포르, 대만으로 연결됩니다. 중동 케이블이 끊겨도 직접적인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시사점은 남습니다. 걸프 국가들을 중심으로 통신망 다중화와 클라우드 우회 경로 확보 투자가 빨라질 전망이고, 원유 45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의 운항 중단은 해상 운송과 유가의 불안 요인입니다. 이란의 경고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협상 국면으로 돌아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