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처음 열린 원자력 장관회의
지난 10월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6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장관회의가 개막했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이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의장을 맡았고, 60개국 장관급 대표와 8개 국제기구, 85개 기업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배 부총리는 개회사에서 2060년 세계 원자력 설비 용량이 2025년 대비 3.4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첨단 원자로가 실제 전력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실증과 인허가, 금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산업용 열, 선박 추진 등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영상 연설에서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4호기를 건설해 전체 전력의 25%를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국제 협력을 통해 원전 용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거듭 밝혔죠.
대형부터 SMR까지, 공급망의 저력
회의와 맞물려 같은 날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는 제3회 국제 원자력 수출 및 안전 콘펙스(NES 2026)가 막을 올렸습니다. 120개 기업과 3000여 명의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는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7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전 주기 공급망 역량을 선보였는데요.
눈에 띄는 건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 적용될 APR1000입니다. APR1400을 개량해 1000MW급으로 조정한 모델로, 계통 안정성을 높여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맡습니다.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는 170MW급 혁신형 SMR(i-SMR)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부산 기장군에 최초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해외 수주를 위한 핵심 레퍼런스가 될 전망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과 테라파워, 롤스로이스 등 주요 설계사의 주기기를 제작하는 'SMR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SMR 주기기 제작 능력을 갖춘 만큼, 설계 수정 제안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맡고 있습니다.
협력의 판을 넓히다
회의를 계기로 양자 협력도 구체화됐습니다. 회의 전날 열린 한-미 원자력 산업대화에는 양국 50개 기업·기관 관계자 150명이 참석해 설계와 건설, 제조, 투자, 핵연료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UKNNL)도 민간 원자력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요. 원자력 기초과학과 안전·환경 연구, 경수형 SMR,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핵연료주기, 방사성폐기물과 원전 해체까지 폭넓은 분야가 대상입니다.
정우식 원자력연 원장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고, 줄리앤 앤트로버스 UKNNL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연구 기반을 고려하면 협력 가치가 크다고 화답했습니다. AI발 전력 수요가 커질수록 원자력의 위상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기술과 공급망 양쪽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