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나온 성적표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어느덧 1년을 맞았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비율을 70%에서 40%로 낮춘 강도 높은 처방이었죠.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던 조치였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대책 직후부터 올해 1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42% 올랐습니다. 전년 상승률 6.61%의 1.6배에 달합니다. 강남구 1.40%, 서초구 3.35%에 그친 반면 성북구 16.52%, 서대문구 14.40%, 강서구 14.39%로 뛰었고, 경기 화성·동탄·용인·구리 등도 가팔랐습니다. 수요가 규제 밖으로 밀려난 결과입니다.
전세 시장이 먼저 흔들렸습니다
부작용은 전월세에서 더 선명합니다.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대책 이후 1년간 9.96%로 직전 1년의 2.41%보다 4.1배 높아졌고, 경기도는 1.28%에서 6.89%로 5.4배 뛰었습니다. 매물도 급감해 서울 전세는 12.4%, 월세는 9.3% 줄었고 경기도는 전세 -36.0%, 월세 -45.8%를 기록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이 막힌 탓이 큽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7주 연속 올라 주간 평균 0.17%씩 상승했고, 누적 12.4%로 문재인 정부 시기의 12.3%를 넘어섰습니다. 보증금 7억원을 넘긴 매물까지 등장했습니다. 전세난이 매매와 월세까지 끌어올리는 '트리플 강세'가 굳어진 셈입니다.
강남의 균열, 그리고 연말 고비
예외도 있습니다. 강남구 상승률은 10.73%에서 -0.60%로 돌아섰고 서초구는 1.0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강남 전역에 급매 표시가 이어지며 투자 열기가 식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강남 불패는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서울 도심과 외곽, 경기 남부는 여전히 오름세이고, 5분위 배율은 14.0배로 상위 20%가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의 집 14채를 살 수 있는 구조가 이어집니다. 연말 토지거래허가구역 만료를 앞두고 서울 전역 유지냐 범위 조정이냐를 두고 셈법이 분주해진 배경입니다.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급 확대와 지방 성장 기반 마련이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