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도 홍해도 막힌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 항로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자니 이란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고, 홍해를 이용하자니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과 치솟는 보험료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홍해 항만의 전쟁위험보험료는 7월 초 1% 이하에서 최근 3%까지 뛰었습니다. 얀부에서 출항하는 사우디 연계 유조선은 한 항차에 약 3%, 남부 항만에서는 최대 7%가 적용되는데요. 호르무즈 통항 보험료 6~9%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홍해 얀부까지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을 우회로로 활용해 하루 400만 배럴을 수출했지만,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결국 두 항로가 동시에 봉쇄된 셈입니다.
유가와 운송비 동반 폭등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9월 24일 브렌트유는 3.41% 오른 배럴당 106.60달러, WTI는 2.66% 상승한 94.61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장중에는 5% 가까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재개방과 단계적 종전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상승폭이 일부 줄었지만, 양측이 서로의 협상 지렛대를 놓지 않으면서 합의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강화했고, 이란은 인접국 공항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해상 운송비도 사상 최고치입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용선료가 하루 120만 달러를 돌파했고, 전 세계 유조선 선단의 약 15%가 오만 연안에서 환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운송비가 원유 원가의 20~40%를 차지하면서 정유사들은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
이번 사태는 한국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원유와 LNG 수입의 9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구조적 락인을 지적했는데요.
원유는 중질·고유황유에 최적화된 정유설비 탓에 미주산으로 대체하면 가동률이 떨어지고, LNG는 현물가 급등과 설비 제약에 민감합니다. 보고서는 원료별 차등 비축 목표 설정과 전환 설비 세액공제, 실물 공급망 지표를 반영한 조기경보 체계 고도화를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한·일·아세안 비축 협력과 재판매권·스와프권 확보 같은 지역 차원의 완충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안보를 함께 설계하는 거시적 전략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