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조문객과 반미 구호, 그러나 '은둔'한 후계자
1989년부터 이란을 이끌어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지난 9일 고향인 마슈하드 이맘 레자 성지 안장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4일 테헤란을 시작으로 이라크 나자프·카르발라까지 거친 6일간의 국장에는 총 1500만 명에 달하는 추모객이 운집했는데요. 수많은 인파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메운 장면은 이란의 반미·반이스라엘 노선이 여전히 강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주목받아야 할 인물인 후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장례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공습 당시 중상을 입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의 건강 상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이란 내에서는 사망설까지 나오며 체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국장은 종교적 정통성과 결속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으나, 정작 권력 승계의 핵심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례 속에서도 이어진 포성, 미·이란 군사충돌 확전 기로
엿새간의 애도 기간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내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남부 부셰르와 코나라크 등 주요 군사 기지를 타격했으며, 이란 역시 걸프 지역과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향해 자폭 드론과 미사일로 맞서왔습니다. 특히 테헤란과 마슈하드를 잇는 철도 교량까지 파괴되면서 운구 행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란은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로 공습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대립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군사적으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추가 맞대응 시 20배의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이란 측에서 합의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언급하면서 협상의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두었는데요. 이란의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의 추가 공격 자제를 요청하며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지만, 장례 기간 내내 이어진 무력 충돌은 양측이 확전의 기로에 서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협상파의 몰락? 강경파에 밀린 이란 내부 권력 지형
장례식장 안팎에서는 이란 내부의 균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대미 협상을 추진해온 온건파 인사들이 강경파 군중에게 밀쳐지고 돌까지 맞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특히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골목길까지 쫓기며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였는데요.
이는 호르무즈 해협 충돌로 촉발된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 사회 내 반미 감정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협상파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음을 의미합니다. 강경 매체들은 외교라는 신기루에 의존하는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며 군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과거 1인 체제였던 권력은 혁명수비대, 의회, 정부 등으로 분산되는 집단지도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데요.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공백 속에서 군부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으며, 이란은 대내외적으로 사상 최대의 혼란과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례는 끝났지만, 이란과 중동의 미래는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