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평 녹지에 부딪힌 주택 공급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도심 내 신규 택지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인데요. 특히 약 30만㎡ 규모인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를 시작으로 공원 본체부지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용적률 상향 시 최대 1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대선에서 제시한 용산 10만호 공급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행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공원 외 목적의 용도 변경을 금지하고 있어 법 개정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 대해 수천 건의 반대 의견이 접수될 정도로 여론이 싸늘합니다.
"1cm도 못 내준다" vs "닥치고 짓자"
서울시와 용산구, 지역 주민들은 정부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미래세대의 자산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에 1cm도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는데요. 용산구 역시 120년 만에 국민에게 돌아오는 국가 상징 공간을 단순한 주택 공급 부지로 보는 관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지역 주민 단체는 공원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며 개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북한산과 남산, 관악산을 잇는 핵심 생태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추진 중인 5분 정원도시 정책과 연계해 도심 녹지를 확충하려는 계획인데요. 오 시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만 제대로 진행되어도 2031년까지 31만 호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며, 굳이 공원을 파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적 제약과 현실적 난관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이념 대립에 그치지 않습니다. 미군기지로 사용되던 부지의 반환이 아직 미진한데요. 전체 300만㎡ 중 반환된 땅은 25~34%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 부지에 대한 미군 협의도 남아 있습니다. 반환된 부지 역시 장기간 군사시설로 사용되며 토양 오염이 우려되어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에 도로와 학교 등 필수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문제까지 쌓여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단기적인 처방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사회적 합의와 갈등 조정이 우선되어야 하며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오는 20일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시장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지만 서울시는 면담 이후에도 보존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용산공원이 주택 공급 정책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도심 녹지 보존과 주택난 해소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