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기록을 '사망'으로 지워버린 경찰관
제주에서 근무하던 한 경찰관이 실종 신고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고, 관리 기록까지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장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63건의 기록을 삭제하거나 미입력했으며, 이 가운데 실종아동법 보호 대상자인 아동과 치매 노인 등 범죄에 취약한 고위험군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허위 종결된 성인 실종자 2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사건은 생존자로 기록되어야 할 상황에서 사망으로 처리되거나 종결되면서, 실종 당시 제대로 된 수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경장은 총 298건의 실종 사건을 자체 종결했고, 그중 141건이 취약계층 관련 사건이었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홀로 선 책임자의 누적된 피로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상급자의 관리 감독 공백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해당 경장은 홀로 근무하는 환경에서 당직일지와 전산 입력을 스스로 검증해야 했고, 이 틈을 이용해 112 신고 시스템에 거짓 정보를 입력하거나 사망한 것처럼 처리해 관리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추가로 확인된 25건의 허위 종결 사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 가중에 따른 피로감, 그리고 회피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실종 신고를 종결하지 않으면 챙겨야 할 일이 늘어나 부담스러웠다는 게 범행자의 진술인데요, 특히 성인 실종자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취지로 말을 이었습니다. 다행히 추가로 확인된 25명의 실종자들은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엇갈리는 해명과 남은 과제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경찰이 과거에 내놓은 해명과 범행자 진술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앞선 브리핑에서 실종 사건을 종결하지 않아도 다음 근무자에게 단순히 인계될 뿐 업무 부담이 늘지 않으며, 종결 처리에 대한 압박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범행자는 일이 많아질까 봐 허위 종결을 선택했다고 말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은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관리 감독 체계와 업무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경장을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며, 추가 허위 종결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298건의 사건 중 얼마나 많은 허위 종결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실종자와 가족들이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 앞으로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