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만의 비극적 참사
홍콩 타이포 지역의 웡푹 코트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최소 1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43시간 동안 이어진 불길은 대나무 비계와 스티로폼 자재를 타고 순식간에 32층 건물 전체를 휩쓸었고, 200명 이상의 실종자까지 발생하며 77년 만의 최악의 인명피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잔불 수습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교훈 되살리지 못한 과오
이번 홍콩 화재는 2017년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 23층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7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외벽 인테리어에 사용된 가연성 알루미늄 외장재(ACM)가 불길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 소재의 화재 위험성을 숨긴 채 판매했다는 점이고, 소방당국의 '집에 머물라'는 잘못된 지시가 피해를 키웠다는 점입니다.
홍콩에서도 비슷한 안전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대나무 비계와 같은 가연성 자재의 사용, 노후 건축물의 부실한 안전 관리, 그리고 고층 건물 특유의 화재 진압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겁니다. 두 사건 모두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비극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안전보다 효율 선호하는 시스템
건설 현장에서 가연성 자재가 계속 사용되는 배경에는 비용 절감과 시공 편의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외장재나 대나무 비계는 값이 싸고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효율과 경제성 앞에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특히 고층 건물일수록 방화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함에도, 많은 국가에서 여전히 기준 미달의 자재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그렌펠 화재 이후에도 ACM 외장재가 사용된 건물에서 수십만 명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홍콩 당국이 이번 참사 후 대규모 보수공사 중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에 나섰지만, 사후 대처보다는 사전 예방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화적 애도와 사회적 각성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 열린 '2025 MAMA AWARDS'는 음악을 통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주목받았습니다. 행사 주최측은 화려한 불꽃과 폭죽을 자제하고, 박보검을 비롯한 스태프와 아티스트들이 검은색 의상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시상식에서는 2000만 홍콩 달러(약 37억 원)의 성금 모금과 함께 묵념의 시간을 가져 문화 행사가 가진 사회적 책임을 보여줬습니다.
한국 역시 세월호 참사 등 여러 대형 참사를 겪으며 안전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노후 건축물의 안전 점검 강화, 방화 기준 개선, 실제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 등 근본적인 개선 조치들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홍콩과 영국의 사례는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안전을 소홀히 할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컸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