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열풍이 낳은 레버리지 후폭풍
최근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변동성에 휩싸였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여러 차례 발동되고 사이드카가 빈번하게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는데요. 이런 혼란의 한가운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상품은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기초자산 가격을 직접적으로 흔드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52%까지 치솟으면서 이들 레버리지 상품이 지수 전체를 움직이는 이른바 왝더독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결국 ETF가 지수를 흔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며 코스피 전반의 변동성을 키운 것이죠.
예탁금 3천만 원, 시장 안정의 열쇠인가
이에 정부는 지난 16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보완책을 내놓았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출시를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전면 금지했으며, 기본예탁금을 기존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오는 11월부터는 최소 매매단위를 1주에서 20주로 늘려 소액 투기 수요를 억제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 규모가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4~5조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3천만 원의 예탁금이 주요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규제를 피해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와 마이크론 등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이미 약 1조 8천억 원을 투입한 상태입니다.
미국과 홍콩은 달랐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은 2022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뒤 투자자 손실과 규제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운용자산이 약 59조 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다만 이는 전체 ETF 시장의 0.3%에 불과한 규모라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시스템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홍콩은 더욱 보수적인 접근을 택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해외 우량주만 허용하고 레버리지 배율을 2배로 엄격히 제한한 뒤, 1년간의 운영 경험을 쌓아 2026년 6월에야 홍콩 상장주를 단계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단계적 확대 전략을 통해 시장 왜곡 가능성을 낮추며 연착륙에 성공한 것이죠.
우리 시장은 상품 출시 두 달 만에 시가총액이 4조 4천억 원에서 11조 9천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 충격을 줄일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