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만 명이 만든 주말
지난 10월 24일, 프랑스 전역 289개 구역에서 동시다발 집회가 열렸습니다. 내무부 집계로 41만 명, 노동총연맹은 80만 명이라며 서로 다른 숫자를 내놓았는데요. 파리에서만 11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당국은 경찰 7만 명에 헬기와 장갑차까지 투입했습니다. 바스티유 광장 집회는 법원이 금지 결정을 확정하면서 무산됐고, 주최 측은 급히 외곽으로 자리를 옮겼죠. 대체로 평화롭던 행진은 목적지 부근에서 과격 시위대 500여 명이 합류하며 흐트러졌고, 최루탄과 물대포가 오갔습니다. 전국에서 1,314명이 체포됐습니다.
출발점은 고등학교 교사 부족이었습니다. 교육 예산 확대 요구가 고물가와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맞물리면서 규모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배경
시위가 커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프랑스 물가는 3%를 넘었고, 가스요금은 19%, 디젤은 1년 새 44% 뛰었습니다. 실업률은 8%로 유럽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210억 유로, 우리 돈 31조 원가량 늘렸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GDP의 5%를 넘고 부채는 GDP를 웃돌아 추가 지출 여력이 없습니다. 무디스는 국가신용등급 Aa3를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았습니다.
기업 타격도 현실입니다. 까르푸는 실적 전망을 낮추며 주가가 14% 빠졌고, 2,000개 넘는 업체가 직접 피해를 입었습니다. 성장률이 0.3~0.6%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2018년 노란 조끼 시위와 2023년 연금개혁 파업이 각각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린 전례가 있습니다.
콜로세움에서 오를레앙까지
불씨는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시위대가 콜로세움 일부를 점거했고, 밀라노에서는 45명이 체포되며 공수여단 500명이 투입됐습니다. 1만 명 규모 행진은 멜로니 총리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스페인은 128명이 체포됐고 절반이 미성년자였으며,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주택난을 규탄하는 텐트 농성이 이어졌습니다. 브뤼셀과 알바니아에서도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졌죠.
정치권도 움직였습니다. 마린 르펜은 오를레앙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법치 회복과 국경 재구축, 에너지 요금 상한제를 내걸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1라운드 32~34%로 선두입니다. 정부 대응이 약하다는 인식이 극우 진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26일부터 교육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고, 31일 추가 집회와 다음 달 파업까지 예고돼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 통과 여부가 향후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