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투자를 둘러싼 국가 AI 청사진
정부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핵심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 1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인데요. SK, GS, 네이버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해 1,00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울산과 동해, 세종, 호남 등 지역 거점으로 인프라를 분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국산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플랫폼, 전력 및 냉각 솔루션 등 전후방 산업을 함께 키워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되었습니다. 특히 AIDC 특별법을 통해 인허가 일괄처리와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를 도입한 점은 속도감 있는 추진의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확보는 여전한 숙제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구체적인 인프라 확보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8.4GW는 원전 7~8기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력량인데, 현재의 송전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성균관대 연구팀은 초고압 송전망 구축에 5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데이터센터보다 송전망이 먼저 병목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035년까지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8,500만 톤에 달할 수 있다며, 단순한 RE100 달성을 넘어 24시간 무탄소 전력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전원 믹스나 변전소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빈 건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와 시장 효율성 사이에서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정부가 직접 투자 지도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기업 간 이견과 실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정부가 입지를 지정하고 투자 규모를 정하는 방식이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피지컬 AI에 2조 1천억 원을 배정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지역 AI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산업 경쟁력은 결국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송전망 확충 같은 제도적 기반에서 나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천문학적 액수의 공약을 현실로 만들어갈 실행력과 인프라 대책에 달려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