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감소라는 착시
2026년 9월 국내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42조6852억원으로 3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1.5% 관리 지침에 따라 신규 공급이 조인 결과인데요. 숫자만 보면 안정된 듯합니다.
하지만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6조9994억원으로 7조원에 가까워졌고, 현금서비스는 6조903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6% 늘었습니다. 카드론 대환대출도 1조6953억원으로 7.2% 증가했습니다. 카드론 창구가 좁아진 만큼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더 비싼 단기 채무로 옮겨간 겁니다.
더 비싸고 짧아진 빚
금리 차이는 뚜렷합니다. 카드론 연평균 금리는 11.45%에서 15.43%까지인데, 현금서비스는 16.52%에서 18.57%까지, 리볼빙 수수료는 16.09%에서 18.48%까지입니다. 급한 돈을 쓰는 사람일수록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죠.
한국은행도 경고했습니다. 카드채 금리가 7월과 8월에 4% 중반까지 오르고 단기 조달 비중이 커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했습니다. 저신용 차주 비율이 카드대출의 절반을 넘으면서 현금서비스 한도 소진율과 연체율도 오르는 추세입니다. 연체율 하락은 실제 부실 감소보다 부실채권 상각에 기댄 측면이 커 자산건전성 경고로 읽힙니다.
가계부채 바닥의 균열
카드빚은 은행 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막힌 차주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사슬입니다. 카드론이 막히면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로 밀리고, 이마저 반복되면 상환 부담이 커집니다. 소비가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이 고리가 끊기면 소비 둔화와 자영업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카드사는 수수료 하락과 대손비용 부담으로 수익성도 압박받습니다. 한은은 현재 복원력이 규제비율을 웃돌지만, 조달비용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가 겹치면 약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카드론 잔액만 보지 말고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대환대출을 합친 총량과 질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리볼빙 약정이 있다면 더 낮은 금리 상품이나 서민금융 상담을 고려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