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상공에 함께 뜬 두 전투기
2026년 10월 20일 밤, 지중해 상공에 영국 공군의 타이푼과 프랑스 공군의 라팔이 나란히 떴습니다. 프랑스 북동부 생디지에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라팔이 타이푼의 호위를 받으며 핵 공격 시나리오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는데요. 훈련 명칭은 '러미(Rummy)'입니다.
양국은 각각 전투기 3대씩을 투입했습니다. 실제 핵무기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전투기를 함께 띄워 핵 임무를 연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국 국방부는 핵 협력 강화와 전투기 운용, 전술의 상호 검증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갑자기 나온 계획은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두 나라입니다. 2010년 랭커스터하우스 조약을 계기로 핵 관련 연구와 검증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해 왔고, 이번 훈련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두 나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도 핵 사용의 최종 결정권은 자국 정부가 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역할 분담은 분명합니다. 핵 타격 임무를 맡은 쪽은 라팔이고, 타이푼은 호위를 담당했습니다. 양국의 핵전력은 각자의 독자 지휘 체계 아래 놓여 있어, 이번 훈련을 두 나라 핵전력의 통합 운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프랑스 핵 타격기의 작전을 영국 전투기가 지원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남는 질문들
훈련이 공개된 시점과 방식도 눈에 띕니다. 로이터와 AFP 등 주요 통신사가 영상을 배포했고, 영국 해군과 프랑스 국방부는 각각 공식 계정에 현장 사진을 올렸습니다.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던 훈련을 굳이 공개한 배경에 대외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유럽 안보에서 핵 억지력의 비중이 커지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쟁점은 이런 훈련이 확장 억지의 신뢰를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느냐입니다. 실제 핵무기가 빠진 모의 훈련인 만큼, 상징적 의미와 실질적 효과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