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가두고 나체 사진까지 요구한 '검사'
태국 방콕의 한 고층 건물에서 검찰 로고가 띄워진 모니터 앞에서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태국 경찰이 공조 수사를 통해 검거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의 성착취물까지 제작하며 수십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7개월간 68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67억 원을 편취했으며,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선 잔인한 수법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범행의 시작은 익숙한 공포 조성이었습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연락해 계좌가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되었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고 속였습니다. 위조된 구속영장이 게시된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까지 제시하며 상황을 실제 수사로 믿게 한 뒤, 약식 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모텔에 혼자 입실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사실 이른바 '셀프 감금' 상태로 만든 것인데요.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좁은 공간에서 피해자는 극도의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를 외부와 차단한 뒤, 옷을 벗고 촬영하도록 강요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신체검사가 필요하다는 거짓 핑계로 나체 사진과 영상을 보내도록 협박한 것입니다. 이렇게 확보한 성착취물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완전히 지배하고, 추후 유포를 빌미로 추가 금품을 요구하려는 치밀한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3단계 역할 분담과 '셀프 감금'의 덫
이번 조직은 단순히 전화 몇 통으로 돈을 뜯어낸 소규모 사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중국인 총책과 한국인 관리자를 중심으로 한국인 20명과 중국인 4명 등 총 24명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수사관을 사칭하는 1선, 검사를 사칭하는 2선,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3선으로 나뉘어 단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편취금의 4%에서 13%까지 차등 수당을 받는 승진제를 운영했는데요. 범행 실적이 높을수록 더 많은 돈을 배분받는 구조였습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가 도움을 청하지 못하도록 숙박업소에 격리시킨 뒤, 공탁금을 내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기망했습니다. 조직원들은 처벌을 피하려면 공탁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으며, 이 과정에서 한 피해자는 최대 5억 원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또한 조직원들의 여권을 강제로 탈취하고 구타와 협박을 가하는 등 강압적으로 조직을 관리한 실태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태국 현지 공조로 드러난 국제 범죄 실체
이번 검거는 한국 경찰과 태국 경찰이 함께한 글로벌 공조 작전의 결과입니다. 지난해 말 방콕 도심의 콜센터를 급습해 20대 한국인 총책을 포함한 조직원 11명을 현지에서 붙잡았습니다. 이들 중 9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범죄수익 중 1억 5,700만 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달아난 조직원 9명은 여전히 도주 중인 상태입니다. 경찰은 도주 중인 조직원 9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령하고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인 총책 1명이 아직 검거되지 않아 조직의 정점을 밝혀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이 단순한 경제적 피해를 넘어 성적 수치심과 심리적 지배를 동원한 반인륜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피해자들이 겪었을 공포와 수치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데요. 남은 가해자들을 모두 검거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