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야스쿠니·독도 놓고 후보들 '설전'
다음 달 4일 치러지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전범 합사 논란이 일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영유권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역사관과 외교적 입장을 드러내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 전몰자들을 추모하는 곳이지만, 1978년 A급 전범 7명이 합사되면서 국제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히로히토 일왕 이후 일왕은 이곳을 참배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신사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A급 전범을 분사(분리 안치)하여 참배 환경을 개선하고, 황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참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역시 이러한 제안에 동조하며, 과거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시도했던 방안과 맥을 같이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야스쿠니신사를 전쟁 희생자 추모의 중심 시설로 강조하며, 이미 형이 집행된 전범은 더 이상 죄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총리가 될 경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본 내 우익 세력의 지지를 받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의 강경한 태도가 두드러집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매년 2월 22일 개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장관급 인사가 파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현재 차관급 정무관을 파견하는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보다 한 단계 격상된 요구입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강조하며, 한국의 반발을 의식할 필요 없이 일본의 주권을 당당히 행사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다른 영토 문제에 집중하며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원·당우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결선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됩니다. 특히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당원·당우 표심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후보들의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는 차기 총재의 성향뿐만 아니라, 일본의 대외 정책, 특히 한국과의 관계 설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누가 총재가 되든 쉽지 않은 외교적 과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