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무너진 틈에 선 중소형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발발 이후 코스피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최고점을 찍은 지수는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서 5200선 아래까지 후퇴했는데요.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코스피200 지수가 16% 가까이 떨어지는 동안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그 절반 수준인 8%대의 하락에 그쳤다는 겁니다. 전체 시장이 거친 외풍에 휘청일 때, 중소형주가 상대적인 안정성을 보이며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죠.
이러한 차이는 섹터별 주가 흐름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롯데쇼핑, 호텔신라, BGF리테일 같은 유통주와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뷰티 업종의 중소형주들이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시장을 끌어내린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들이었습니다. 두 기업만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다 보니, 이들의 18~19%에 달하는 급락은 지수 하락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었죠.
버블 논란과 조정의 본질
지수의 급등락 속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민스키 모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산 가격이 투자 심리에 의해 부풀었다가 급락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인데요, 코스피가 지난 강세장 후 하락세로 접어든 모습이 이 모델의 ‘열광기’ 이후 ‘청산기’와 유사해 보인다는 해석입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시장의 거래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거래대금은 한 달 새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투자자 예탁금도 20조원 이상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증권가의 진단은 다소 다릅니다. 현재의 하락이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펀더멘털) 악화 때문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인 심리적 위축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은 전년 동기 대비 300%가 넘는 급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견고합니다. 문제는 유가 급등과 원화 약세 같은 ‘외생 변수’가 기업의 할인율을 높여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WTI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재개에 대한 우려도 다시 불거졌죠.
전문가들이 바라본 앞으로의 시장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조심스럽지만, 극단적인 비관론은 아닙니다. 우선, 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의 시장 조정은 오히려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9배대까지 낮아지면서 과거 버블 국면 때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거죠.
따라서 4월의 투자 전략은 ‘예측’보다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시장이 방향성 없는 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변동성을 오히려 핵심 종목의 비중을 확대할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실적이 뚜렷한 반도체 업종은 여전히 핵심 투자 테마로 꼽히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시장 소음 속에서도 기업의 실적이라는 기본기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