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출품 논란의 핵심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같은 날 사직안을 재가했습니다. 발단은 7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입니다. 독립운동가 박원근 작품으로 소개된 ‘일반시국은’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진 겁니다.
문제는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5만 원에 산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고, 소유를 숨겼습니다. 최고 책임자가 검증 없이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셈이라 파장이 컸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며 사과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유족은 면담에서도 소유 사실을 숨겼다며 “두 번 짓밟힌 기분”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사과 방식까지 도마에 오르며 사퇴 압박은 거세졌습니다.
검증 시스템의 빈틈
이번 사안은 박물관의 유물 검증 체계 전반을 돌아보게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품의 출처와 소장 이력을 확인해야 하는 기관인데요. 유 관장은 스스로 감정했다고 했지만, 공식 검증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박물관 내부에서도 소유 사실을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전시 실무자들조차 작품이 관장 개인 소장품인 줄 몰랐다는 겁니다. 조직 내 보고와 검증 절차가 동시에 무너진 셈입니다. 국회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법과 내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반대로 문화계 일각에서는 유 관장이 박물관의 대외 목소리를 높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다만 신뢰가 훼손된 만큼 인적 쇄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우세합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유 관장은 취임 1년 3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됐습니다. 그는 “국민의 신뢰와 직원들이 쌓아온 가치가 개인 실수로 무너졌다”며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추진하던 개편 작업이 갈림길에 섰다는 점입니다.
박물관은 최근 관람객 650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 3위 수준의 전시 기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 관장은 입장료 유료화와 인프라 개선, 제2상설전시관 건립 등을 추진해 왔는데요. 관장 공백이 길어지면 이 같은 과제가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차기 관장에게는 외국인 관람객 비중 확대와 수장고 작품 전시율 개선, 유물 검증 시스템 재정비가 숙제로 남습니다. 이번 사태가 문화유산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신뢰 회복에 더 긴 시간이 걸릴지 주목됩니다.